* 저자 : 노 무 현
* 발행처 : 학고재
* 출판일 : 2001년 11월
* 판형 : A5

 

링컨이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정치에 입문한 뒤였다. 기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물어왔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했다. 나의 답은 다른 이들도 흔히 꼽는 것처럼 김구(金九) 선생이었다. 김구 선생은 생을 마칠 때까지 뜻을 굽히지 않고 지조를 지킨 지사였기 때문이다. 우리 한민족에게 벗어나기 힘든 운명처럼 다가온 분단에 끝까지 맞선 분이 김구 선생 아닌가. 누구나 존경하고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김구 선생을 생각할 때마다 '우리 근현대사에 존경할 만한 사람은 왜 패배자밖에 없는가?'하는 의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왜 패배했는가? 역사에서 올바른 뜻을 가진 사람은 왜 패배하게 되는가?" 이런 질문은 '우리 역사에서는 정의가 패배한다'는 역설적 당위로 귀착되었고, 나는 그것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패배하는 정의의 역사-.

나의 정치 역정 또한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감히 생각한다. 정치현실에서 나는 늘 쫓기는 입장이었다. 나의 결정이 올바른 선택이라는 이야기를 항상 들었지만 92년 총선에서도, 95년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96년과 2000년 총선에서도 계속 떨어졌다. 당에서도 힘없는 비주류였다. 나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물었다. "옳다는 것이 패배하는 역사를 가지고, 이런 역사를 반복하면서, 아이들에게 옳은 길을 가라고 말하고 정의는 승리한다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공허한가?" 이 자문의 틈을 자연스레 비집고 올라온 것이 링컨이었다.

역사를 보면 힘 자랑을 하고, 그 넘치는 힘으로 남을 정복하거나 전장에서 승리한 사람은 아주 많다. 칭기즈 칸이 있고 나폴레옹이 있다. 그밖에 문명사에 불멸의 업적을 남긴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시대를 건너뛰어 그 사람의 사상과 행동이 과연 본받을 만한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내가 존경할만한 인물은 누군가. 동서고금을 막론해 인류가 부정할 수 없는 정의의 개념을 내세워 승리하고, 바른 역사를 이루어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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