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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은 조중연과 냄비언론의 희생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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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유화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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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7-14 11:32:31 from 211.223 조회수 21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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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연 열심히 남탓한 당신은 떠나라
냄비언론~~ 한심한 작태, 오대영이라고 마음껏 비판하더니
이제와서 왠 난리~~ 똑바로 써라
PAUSE 님이 쓰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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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백기완, 차범근
과연 월드컵은 대단했다. 축구팬들을 우습게 보던 내 먹물근성도 월드컵 앞에서는 맥을 못 썼다. 세상에 태어나 그 한심한 스포츠 신문을 내 돈 내고 사 보는 가공할 사태가 벌어지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월드컵 기간 중에 택시를 타 보았는가? 요즘 운전사들 축구 지식이 웬만한 실업팀 감독 수준은 된다. 그 뿐인가? 여자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게 군대와 축구 얘기, 그보다 더 싫어하는 게 군대에서 축구하던 '군대스리가' 스토리라 했다. 그것도 옛날 얘기. 전국을 붉게 물들인 악마들의 절반 이상은 여자들이었다. 요즘 웬만한 여자들, 우리 선수들의 이름과 포지션은 물론이고 외국 스타 플레이어들의 신상을 줄줄 꿴다. 물론 축구선수 꽃미남 순위와 함께...
글 써서 먹고살다 보면 별 희한한 청탁을 다 받는다. 언젠가 어느 스포츠신문에서 글을 청탁해 왔다. 당시는 한국팀이 5:0으로 연패를 하고, 골드컵인가 뭔가 하는 대회에서 죽을 쓰던 시절. 사기꾼 히딩크 감독을 비판하는 글을 써달란다. 히딩크의 문제점을 줄줄 나열하는 기자의 말을 끊고 단호히 거절했다. '나는 축구에 대해 모르며, 평을 내릴 주제가 못 된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내가 히딩크 감독의 팬이라는 사실이다.' 히딩크의 팬을 자처했지만 당시 내가 감독으로서의 그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언론에 소개되는 그의 발언이 내가 보기에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이었기에 그를 좋아했을 뿐이다.
월드컵이 시작되자 우리의 '5:0'은 갑자기 영웅이 된다. 그의 이름을 딴 호텔이 생기고, 명예국적이 수여되더니, 기어이 그의 동상까지 세워지고 만다. 이 영웅만들기 열풍에 정작 본인은 퉁명스럽게 "나는 축구감독일 뿐"이라고 대꾸했다. 히딩크식 경영기법을 벤치마킹하자는 미신이 난무할 때 정작 그는 "나는 축구감독일 뿐"이라고 냉소했다. 이래서 나는 그가 좋다. 히딩크는 영웅이 아니다. 합리적인 축구감독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에게서 합리성이 아니라 기껏 그가 "싫어한다"고 말하는 영웅주의 미신이나 배운다.
그의 성공은 영웅의 마법적 힘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지연과 학연을 배제한 상식적인 선수 선발, 합리적인 훈련 프로그램, 거기에 유난히도 좋았던 운이 따르면서 빚어진 결과일 뿐이다.
차범근이라면 어땠을까? 실없는 축구만담이 난무하는 가운데 유난히 돋보이는 그의 해설을 들으며 나는 감독으로서 그의 능력을 확신하게 되었다. 왜 그는 성공하지 못했을까? 간단하다.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지 않고 간섭했던 축구협회, 눈에 보이는 결과만 놓고 냄비처럼 들끓던 사이비 언론 때문이다. 차범근에게 부족했던 것은 이 모든 방해를 뚫고 자기 뜻을 관철시킬 환경이었다. 히딩크가 한국을 떠나면서 뜻밖에도 백기완 선생을 보고 싶다고 했다. 한국인 중에서 보기 드물게 "강단이 있기 때문"이란다. 히딩크가 별 건가? 차범근의 실력에 백기완의 강단을 합치면 된다. 한국의 히딩크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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