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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잘 나갈 때 조심하라,오버하는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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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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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7-16 09:42:07 from 61.76.1 조회수 55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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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하는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
서영석 [du0280@kmib.co.kr]
http:du0280@kmib.co.kr
잘 나갈 때 조심하라. 만고불변의 진리지만, 이런 격언이 진리일 수 있는 것은 바로 인간이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잘 나갈 때 전혀 조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불과 3개월 전 노무현씨가 잘 나갈 때 조심하지 않다가(여기서 조심이란 민심을 무서워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지지도 급락이란 호된 곤욕을 치르고 있지 않은가. 이번에는 아무래도 한나라당 차례인 모양이다.
확실히 6-13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은 노무현씨 잘나갈 때 보다 훨씬 잘 나가고 있다. 야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한다는 초유의 쾌거도 이뤘고,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로 가보면 호남권만 제외하면 거의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다. 필자는 지방선거 결과에 별 관심이 없다가 아는 사람으로부터 경기도의회 도의원 수가 90여명 되는데 민주당 도의원이 10명도 안 된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80명이 넘는 도의원이 몽땅 한나라당이란 얘기 아닌가. 다른 곳도 사정은 거의 마찬가지라고 한다.
오죽하면 민주당이 공무원노조를 일찌감치 합법화시켜주겠다고 나오겠는가.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 모두 특정정당이 싹쓸이하고 있어 견제차원에서라도 공무원 노조가 있어야 한다는 명분 자체는 좀 정략의 냄새가 풍겨 기분 좋지는 않지만, 한나라당이 얼마나 잘 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역설적 사례로서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여하튼 한나라당이 거의 나라의 4분의 3 정도는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니, 이 정도를 잘나가지 않는다고 얘기한다면, 그것도 의도가 있는 것이 분명하리라.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인 이회창씨도 여론조사만 했다 하면 경쟁자인 노무현씨를 10% 포인트 정도 리드하지, 국회를 가보면 의장도 야당출신이 장악했을 정도고 어떤 상임위를 가봐도 다수당으로서 위력을 유감 없이 과시하고 있지, 아직도 김대중 대통령 아들비리의 여진이 남아 공격거리는 무궁무진하지, 아태재단을 공익재단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김대통령의 회견이 있자 "아태재단 해산 거부"라는 제목을 달아 현정권에 대한 증오심을 계속 부추겨주는 든든한 유력언론이 있지...한나라당으로서는 사실 오만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그런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사란 따지고 보면 공평한 구석도 없지 않은 법. 잘나갈 때 적(敵)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것 역시 만고불변의 진리다. 한나라당이 오만에 젖어 오버하고 있다는 조짐은 벌써부터 있어 왔다. 김용균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장이 선거재판과 관련해 "1심 재판장은 호남, 2심은 충청 출신이 맡았다"며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2002년 6월)을 했다가 호되기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로 그 직후 하순봉 최고위원은 "이제 우리나라도 명문학교를 나온 좋은 가문 출신의, 훌륭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2002년 6월)고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밝혔다가 보통학교에 보통가문 출신의 국민들 분노를 산 바 있었다.
지방선거 대승 이후에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히딩크 감독에 대한 명예시민증 수여식 때 가족들과 사진을 찍고, 태풍이 올라오는데도 부인과 관련된 하계수련회에 특강을 했다가 욕을 무더기로 얻어먹었고, 이회창 후보 비서실장인 김무성 의원은 "대통령 유고(有故) 정보가 있다" "유고시 여성총리가 국방 등을 제대로 해낼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가 급기야 사표를 내기도 했다.
아마도 장상 총리서리의 한나라당 방문을 거부한 것이 오만의 극치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리 제도는 사실 헌법에 명확한 규정은 없다. 장 총리서리 자체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과 문제점도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따질 것을 충분히 따질만한 여건과 역량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방문 자체를 거절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한국적 정서에는 맞지 않다. 벌써부터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 시절 강영훈 노재봉 정원식 총리 등도 서리를 지낸 적이 있는데, 따지고 보면 서리제도에 관한 한 한나라당도 자유로울 수 없는데, 인사차 방문하겠다는 것마저 매몰차게 거절한 것은 잘 나가는 집구석의 오만방자함이 아니냐는 여론들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8-8재보선 공천과 관련해서도 한나라당의 오만함을 엿볼 수 있는 구석이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볼 때 호남권만 빼면 아무 곳이나 막대기를 공천해도 한나라당이 이긴다는 오만함에 젖어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곳이 몇 군데 보인다. 게다가 이후보의 옥인동 집에 공천희망자들이 다리를 놓아 내천 받아 결국 공천을 따냈다는 얘기도 낙천자들 사이에서는 돌고 있다. 원래 공천 못 받으면 원수 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이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야 없겠지만, 이런 소문과 관계없이 서울 종로에 공천을 받은 박진 변호사의 경우 경기고-서울법대로 이후보의 직계후배란 점은 분명한 팩트고, 영등포 을에 공천을 받은 권영세 변호사가 이후보 사위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안방송사로 공천 땄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어 지금은 낙천자들의 음해성 루머 수준이지만, 본격 선거국면에 들어가면 공론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필자가 친밀하게 지내는 한나라당의 중하위 당직자들 가운데서도 "옥인동을 거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잘 나갈 때 잘 단속해야지, 자칫하면 역풍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생각이다.
사실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승리나, 이회창씨의 지지율 상승은 한나라당이 잘 해서라기보다는 워낙 집권층이 죽을 쑤고 노무현씨가 갈팡질팡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원래 야당이란 자기가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실책에서 승점을 따는 경우가 많았으니, 이걸 뭐라 할 수는 없겠지만 언제든 역풍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연령층별 지지도 측면에서 분석하자면 한때 절정을 구가했던 노무현씨 인기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점했던 30대와 40대 연령층이 대거 이회창 후보쪽으로 방향선회를 했기 때문에 이런 역전이 가능했었다. 장상 총리서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벌써부터 원정출산문제, 병역문제가 인터넷 게시판을 달구고 있다. 이후보가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30대와 40대는 언제든지 지지하는 후보를 바꿀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노무현씨가 그런 마음의 준비에 호되게 당했다.
또한 다른 무엇보다 한쪽이 압도하면 국민의 견제심리가 작동한다. 막대기를 꽂아도 승리한다는 의식이 만약 한나라당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지금부터라도 낮은 자세가 뭔지 심사숙고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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