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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나라만드는 ㅎ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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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먼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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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7-16 07:10:07 from 129.187 조회수 30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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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는 중국·러시아 등 강대국들과 맞닿았고, 남쪽으로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또 다른 강대국 일본과 마주하고 있으며, 그 뒤에는 또 초대강국 미국이 버티고 있는, 그런 동북아시아의 한 공간에 한반도라는 좁은 땅이 있다. 그곳에는 21세기로 들어선 시점까지도 제 역사를 제대로 열어가지 못하는 7천만명의 `가엾은’사람들이 살고 있다.
근대 이전에는 아시아의 절대강자 중국의 끊임없는 침략을 받고 거의 예속되지 않을 수 없었으며, 대륙 쪽만큼 잦지는 않았다 해도 바다 쪽 일본의 침략도 간단없이 받아왔다. 근대로 오면서 서양의 제국주의를 배워 한 걸음 먼저 이른바 부국강병을 한 일본에게 꼼짝없이 먹혀서 전체 한반도 주민들은 반세기 동안이나 노예처럼 살았다.
근대 이전의 한반도는 또 아시아의 유일한 문화선진국이었던 중국과 가까웠던 덕택으로, 그리고 그 주민들의 부지런함과 슬기로움으로 중국에 버금가는 높은 문화수준을 유지했다. 따라서 그들의 자존심은 높았고 그것이 밑천이 되어 침략자 일본에 대한 저항은 치열하고 꾸준했다. 그런데도 제 힘만으로는 해방될 수 없었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땅이 제 힘만으로 해방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남북으로 분단되었고, 그것을 극복코자 처절한 전쟁을 겪었지만 엄청난 피만 흘린 채 통일되지 못했다.
냉철한 눈으로 되돌아보면, 한반도 주민들은 높은 문화수준에도 불구하고 중세시대까지는 남의 속국으로 있다시피 했고 근대로 오면서 식민지가 되었으며, 현대에 와서는 저희끼리 나뉘어 싸우고 대립해 온 `가엾은’ 사람들이었다. 한층 더 가혹하게 말하면, 그들은 남에게 예속되거나 남의 종살이를 하거나 저희끼리 분열해서 싸움질하고 대립하는 세가지 역사밖에 가져보지 못한 `불쌍한’ 사람들이라 해도 할말이 없다.
종살이와 동족상잔을 겪었어도 문화적 저력이 밑천이 되어, 2차대전 후 해방된 민족 중에서는 공업화라는 것을 앞서 해내고, 큰 나라 중국이나 인도도 아직 못한 올림픽을 치렀고, 분단 문제를 해결코자 6·15 공동선언에 합의하여 세계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월드컵을 치르면서 보여준 젊은이들의 열정적이면서도 의연한 자세를 보며 분단민족의 그늘이 말끔히 걷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6·15 공동선언으로 남북 사이의 언짢았던 일들은 모두 씻어버리고, 이제는 주변 4강의 엇갈리는 이해관계 속에서 어떻게 민족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갈 것인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짤 일만 남았는가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남북이 함께 기뻐한 월드컵 잔치 끝에 또 해상 불상사가 터져서 죄 없는 젊은이들만 희생되고 민족문제 해결은 십년공부 도로 아미타불이 될까 염려된다.
해상 경계선에 문제가 있다해도 순리로 풀 일이지 왜 무력으로 해결하려 하는가, 불상사가 벌어지면 원인을 따지고 선후를 가려서 차분히 해결하지 못하고 왜 책임을 무조건 상대방에 떠 넘기려고만 하는가, 세계가 찬탄해 마지않았던 6·15 정신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군복 꺼내 입고 머리띠 두르고 전쟁도 불사한다는 듯이 주먹을 휘두르며 소리치는 것도 칠십 평생을 살면서 지겹도록 봐 온 그대로다. 다만 머리띠 두른 무리 속에 젊은이가 그다지 보이지 않은 것은 위안이 되지만.
평생을 두고 우리 역사를 배우고 가르치면서 민족의 문화적 저력을 크게 내세워 왔다. 역사적 실패는 지정학적 위치문제로 설명하면서, 그것을 슬기롭게 풀어가기만 하면 민족의 앞은 밝다고 강조해 왔다. 나이 탓인지 모르지만, 민족문제를 올바르게 풀어갈 현실적 방법은 못 가졌으면서 목청 높여 외치는 것도 사는 방법의 하나려니 하고 봐 넘기려 애써왔다.
그러나 “공업화도 올림픽도 월드컵도 제대로 치러내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어째서 그보다 훨씬 중요한 민족문제는 평화롭게 풀지 못하는가, 왜 제 땅이 세계에서 가장 전쟁 위험이 높은 곳의 하나가 되고, 동아시아의 화약고가 되게하여 이웃 민족까지 불안하게 하는가, 참으로 알 수 없는 한심한 민족이군”하고 남들이 비웃어도, 대꾸할 말이 없을 것 같아 걱정이다.
강만길/ 상지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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