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게시판 이름 |
 |
new 자유게시판 |
| 글 제목 |
구깅꾼,포주,부산은행여직원 기타....
|
| 글쓴이 |
장 ()
|
| 글쓴 시각 |
2002-07-13 02:11:37 from 218.146 조회수 63 추천수 5
|
당신들의 죄는 '무지'에여
" 20대, 보수성이 아니라 무지함이 문제
지승호 - 월간조선 조갑제 사장이 '50대가 20대를 이끌어 좌편향된 30대를 샌드위치 시켜야한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50대가 20대를 잘 이끈 탓'이라는 연설을 했는데요. 그 의미를 곱씹어 보다가 제 나름대로는 월드컵이 보수정당에 유리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정치에 냉소적인 투표를 쓰레기 분리수거라고 생각하는 일부 20대들은 '투표하라'고 말하는 진보정당보다는 '그냥 즐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덜 반감을 가질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대언론들과 방송들은 '정치를 축구처럼 해라'면서 냉소를 부추기기도 했지 않습니까?
홍세화 - 20대가 보수화된다기 보다는 세계적인 흐름인 '신자유주의' 경향 속에서 20대가 있는 것입니다. 20대만 보수화된다고 보지 않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20대들이 다른 사회구성원들도 마찬가지지만 무식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물과 현상을 보는 눈을 뜨지 못했기 때문에, 무식하니까 무관심하고, 결국은 기득권에게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교육과정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합니다. 기능위주의 경쟁교육에서 사물과 현상을 보는 교육은 도외시되고 있습니다.
사회를 인식하고 이해하려면 가장 가까운 과거의 사실부터 알아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역사 교과서에서 가장 찬밥인 것이 현대사입니다. 사회에 대한 것도 계급의식 같은 것은 교과과정에 담길 수 없습니다. 교육에도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것이죠. 대학에 가서 동아리 활동을 하기 전에는 사회의 문제의식에 눈뜰 수 없는 교육과정이 문제입니다. 중 3이 좌파라고 얘기할 수 있는 프랑스 사회와 비교해 보십시오. 그곳은 토론 위주의 교육, 글쓰기 위주의 교육을 통해 사회가 어떻게 작용되나에 대한 눈뜨기가 이루어집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 20대가 무엇을 공부하고, 20대가 되며, 사회화가 되었을까를 생각하면 처참한 지경이라고 봅니다. 80년대 언론탄압상을 알려주는 보도지침이나 6.25때 학살됐던 보도연맹사건 등을 알고 있고, 이해하는 20대가 얼마나 될까요? 대중매체들이 사람들이 무지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일수록 스포츠 신문을 보고 있습니다. 그것만 보고서도 다 안다고 믿습니다. 무지하다는 걸 모르는 것이죠. 무지하니 무관심하고, 수구기득권 세력이 원하는대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3S(스포츠, 섹스, 스크린)가 여전히 한국에서는 통용되고 있습니다.
20세기 전반만 해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스스로 무식하다고 인정했습니다. 대중매체가 대중민주화를 이룬 것은 좋은데, 드라마와 스포츠 신문만 보고서도 무식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천박한 자본주의가 무지 위에 서 있습니다. 잘못된 교육에 의해 형성된 생각을 조중동이 공고화시킵니다. 반공교육에 대해 문제제기하지 않은 20대가 조중동에 의해 생각이 굳어지는 거죠. 그래서 그것을 벗어나기 힘들고, 교육과 언론이 그래서 문제인 것입니다. 언론은 교활하고 악랄하게 응고하고, 고착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한겨레신문에서 시민사회 토론공간 '왜냐면'을 맡고 있는 편집국 기획위원 홍세화씨를 만났다. 한국 사회에 똘레랑스라는 말을 유행시킨 홍세화씨를 먼발치에서 몇번 봤지만, 내게 비친 그는 수줍음을 많이 타고, 항상 잔잔하게 낮은 목소리로 얘기하는 모습으로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너무 유약해보이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했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홍세화씨는 여전히 낮은 목소리였지만, 단호했고, 심지어 불꽃이 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는 역시 '남민전의 전사'였다.
다음은 홍세화씨와의 일문일답이다.
지승호 - 곧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홍세화 - 그동안 쓴 글을 조금 모았고, '공화국이 뭐냐?'라는 주제의 글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극우파 장 마리 르펜이 인기를 끌자 많은 프랑스인들이 '공화국을 지키자'면서 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그래서 공화국이 도대체 뭔지 추적해보자는 뜻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공화국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승호 - 언제쯤 출간될 예정입니까? 물론 한겨레 출판사에서 나오겠죠?
홍세화 - 8월엔 나오겠죠? 물론 한겨레에서 나오구요. 교육문제, 언론문제에 관한 언급도 있습니다.
지승호 - '서해교전'에 관한 진중권씨의 글을 보셨습니까? 그것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고, 비난을 많이 받고 있기도 한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세화 - 어떤 사건에 대해 인식하는 것에 따른 견해를 밝히는 것 뿐인데, 극우라고 모는 것은 곤란하다고 봅니다. 사안에 대한 의견제시를 하고, 그에 대한 반론을 할 수는 있지만, 그걸 가지고 규정을 해버리는 것은 곤란합니다. 일부 진보주의자들의 경우 사민주의자까지도 개량주의로 몰기도 하는데, 개량주의가 뭔지 알고나 하는 얘기인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의견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가지고 극우니 뭐니 규정해버리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진짜 극우세력들이 하는 것이죠. 진중권씨의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우익이라고 말하는 것 역시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극복대상과 경쟁대상을 구분하자＂
지승호 - 진중권씨와도 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중권씨가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에 대한 섭섭함 때문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닌가?' 걱정하는 의견들도 있는데요.
홍세화 - 민주당 지지자가 아니라 노무현 지지자와 관련되었다고 봅니다. 저는 옥석논쟁(이문옥, 김민석)과 관련해서 극복대상과 경쟁대상을 구분하자고 말해 왔습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공동의 극복대상과의 싸움에서는 연합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우리 사회에는 제대로 된 보수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노무현씨를 올바른 의미의 보수라고 봅니다. 경쟁관계는 공익이라는 목표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관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익이라는 목표를 놓고, 진정한 보수와 진보가 연합해야 합니다. 기득권 즉 사적이익을 지키려는 사이비 보수(자칭 보수)를 극복하는데 있어 힘을 합쳐야 하지 않을까요? 경쟁상대는 오히려 서로 가깝다보니 더 싸울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경쟁상대와 극복상대를 구분하는 대전제는 기본적으로 깔고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을 경쟁자로 용인하는 상태에서 논쟁을 벌이다 보면 결국 극복대상은 건드리지 않고, 경쟁상대에게 상처만 주게 되는 게 아닐까요?
지승호 - 강준만·진중권씨 두 사람이 건너지 못할 강을 건넌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각도 많이 있습니다.
홍세화 - 저도 그런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대전제가 흐트러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막강한 극복대상이 있으므로 경쟁상대들은 서로 연대해야 합니다. 극복대상과 경쟁대상의 개념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경쟁대상끼리는 서로 용인하고, 북돋아주어야 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지승호 - 민노당 당원으로서 노무현 후보에 대한 비판적 지지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세화 - 당의 뜻에 따라야겠죠. 그건 당원으로서의 약속이니까요. 하지만 대선이 가까워졌을 당시 박빙의 상황이 올 때 경쟁상대인 노무현과 극복대상인 이회창의 대결이 되는 상황이 오면 계속 긴장하면서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굉장히 어려운 문제죠.
지승호 -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볼테르가 말한 "나는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런 견해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편에서 싸우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인에 대한 고소, 고발을 하고 있는데, 이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세화 - 그 사람의 잣대는 자기편이냐 아니냐에 따라 다른 것입니다. 이번 서해교전에 대한 MBC의 보도행태에 대해 비국민이라는 표현을 썼거든요. 자기편이면 국민, 아니면 비국민이라는 이야기입니까?
볼테르의 말을 이회창 후보가 인용한 것은 언론사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나온 말인데요. 언론이 자기와 반대되는 말을 해도 허용해야한다는 뜻이었죠. 당신이 반대하는 말을 하는 것을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것이 볼테르의 뜻이었는데요.
이 후보는 그런 말들을 자기가 유리할때만 인용하는 것 같습니다. 총선시민연대의 행동에 대해 이 후보는 "실정법은 지켜야 한다. 악법도 법이다"라고 했지만,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서는 "정의롭지 않은 법은 법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법이든 볼테르의 말이든 자기편 여부에 따라 말바꾸기를 하는 사람이죠. 제가 이회창 편이 아니니까 비국민이 되는 셈인데, 20년만에 여권받아서 대한민국 사람이 되는 줄 알았는데, 전 어떻게 해야 되죠? 또 망명을 가야하는 건가요? 아니면 추방될까요? 아니면 감옥에 가게 될까요?(웃음)
지승호 - 사실 농담이긴 하지만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강준만 교수 같은 사람은 감옥에 가는 거 아닌가?'라는 이야기들도 네티즌 사이에서 나돌고 있는데요.
홍세화 - 사실 거대신문들이 상황을 그렇게 몰고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도 언론에 대해 법의 강제력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대권을 쥐면 그걸 누가 견제할 수 있겠습니까? 거대언론들은 다 한통속이구요. 전체주의, 독재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누가 볼 수 있을까요? 농담이 아니라 심각한 우려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지방선거 이후 오만해져서 기고만장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구요. 그것이 전혀 견제되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지승호 - 노풍이 꺼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드라마틱할 정도로 급격한 지지율 상승과 하락이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는데요. YS 방문만 가지고 설명하긴 무리가 있다고도 보이는데요.
홍세화 - YS 방문과 DJ 아들들의 비리 두가지가 같이 작동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YS 방문도 치명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냉전세력의 장난들도, 일상적인 노무현 깎아내리기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시적이고, 일상화된 노무현 흠집내기가 표를 깎은 요인이 될 수 있구요.
아쉬운 것은 노무현씨가 노풍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노무현은 민주당과 차별성이 있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보스러움이 말해주는 정공법을 왜 스스로 버렸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노풍에 동참했던 사람들도 그런 점에 실망했을 거구요.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길은 민주당의 행태와 차별적인 정공법밖에 없지 않나하는 생각입니다. 노무현 본인을 스스로 드러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식없이 바보면 바보로서, YS 찾아가고, 시계를 보여준 것이 본심이라면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라는 거죠. 노무현의 참신함의 본질은 그런 것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걸 통해 살아날 수 있구요. 상황에 따라서 변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정체성을 솔직하게 드러내라. 이것이 정치인 노무현의 성숙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자기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자신이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지승호 - 어느 서평에서 "똘레랑스가 개성과 자유의 미덕이라면 쏠리다리떼는 공동체와 연대의 미덕이다. 홍세화의 책은 똘레랑스의 사회적 의의를 설득력 있게 설명했지만, 프랑스 사회를 진보적인 모델로 만들어 놓은 또 다른 가치인 쏠리다리떼에 관해 설명하는데는 인색했다"고 했는데요. 그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세화 - '세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에 관한 평 같은데요. 사회정의를 그렇게 얘기했는데, 그것이 쏠리다리떼 없이 되었겠습니까? 똘레랑스를 강조했다는 이야기겠죠. 보는 사람이 그렇게 평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덜 강조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나로서는 얘기했다고 생각했는데...(웃음)
지승호 - 요즘 어떤 분들과 교류하십니까? 고종석씨나 진중권씨와 친하다고 들었습니다만.
홍세화 - 요즘 개인적으로 자주 만나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바빠서요. 전교조 교사들과 자주 만납니다. 한국의 교육현실이 답답하니까 프랑스의 공교육에 대해 듣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전교조 지부를 순회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지승호 - 똘레랑스라는 말을 유행시키셨는데, 우리의 똘레랑스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홍세화 - 대단히 허약합니다. 사상이나 신앙의 차이, 나와 다른 신앙, 사상을 용인하는 것이 똘레랑스입니다. 지금 한국은 사상, 신앙은 물론이고,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차별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지역패권주의를 그대로 드러낸데서 알 수 있습니다. 선택할 수 없는 출생지의 차이에 대해 시비를 걸고 있지 않습니까? 지리산 이 자락, 저 자락에서 태어난 것이 중요합니까?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하지 않는 것, 선택할 수 없는 출생지에 대해 시비를 걸고, 차별을 하는 사회에서 사상, 신앙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똘레랑스는 이성의 소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색깔론, 광신도 같은 단어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성역이 있습니다. 사학이나 개신교를 비롯한 종교계에 문제를 제기하면 난리나지 않습니까? 그것이 이 사회의 똘레랑스 수준을 말해준다고 봅니다.
지승호 - 우리 역사를 볼때 정치가 종교의 영향을 서구에 비해 덜 받았던 것이 사실인데요. 외국의 종교가 국내에 들어오면 근본주의적 경향을 띄게 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홍세화 - 개신교의 경우 미국 개신교의 영향을 받은 점 때문이겠죠? 선악 이분법적인 사고를 그대로 들여온 것 때문일 겁니다. 믿으면 선, 안믿으면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목사들의 자질문제도 있구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물신주의, 가족주의, 기복성, 봉건성 등이 한데 엉켜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승호 - 혹시 월드컵에 관해 인권운동사랑방 측에서 낸 논평을 보셨습니까? 거기에 대해 '빨갱이보다 나쁜 놈들, 앞으로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하는 모든 일을 지지하지 않겠다'는등의 적개심에 찬 글들이 게시판에 올라오는 것을 보고 전 우리 사회의 관용의 수준에 대해 절망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세화 - 조선일보를 열독하던 사람한테 조선일보가 나쁘다고 말했을 때, 따져볼 생각없이 조선일보가 나쁘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을 지적당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 견해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하지 않고, '부정당했다'고 보는 것이죠. 우리는 나와 다른 의견을 만났을 때 '용인하면서,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습속이나 개념이 거의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진보주의자는 나름대로 부정만 당해왔고, 신체적으로 가두어진다든가 탄압을 받아온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득권들은 부정만 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부정당한 진보주의자들은 상대를 부정하게 됐구요. 다름의 관계가 서로가 서로를 부정하는 관계로만 형성이 된 것 입니다. 부정에 익숙한 것이죠. 사회 전체가 '나와 다르다'를 '틀리다'고 말하는 것처럼 부정하는 것에 익숙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대중정부 '반노동자 정책' 왜 침묵하나
지승호 -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반노동자 정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점에 대해 한겨레가 침묵하고 있다는 비난도 있습니다.
홍세화 - 그런 비판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저도 그런 점에 있어서는 불만입니다. 진보적 대중지라고 할 때 진보에는 약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중지로서 생존해야하는데, 그것 때문에 생긴 문제겠죠. 제가 안에 있다보니 그런 것을 이해하게 되는데, 아마 한겨레 밖에 있으면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진보세력이 한겨레를 봐줘야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왜냐면에 대한 반응을 듣고 싶은데, 진보쪽 사람들이 '왜냐면'을 모르더군요. 한겨레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겨레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진보성이 약하다고 얘기할 수 밖에 없는데, 진보성을 획득하려면 진보세력이 한겨레에 동참해주어야 합니다. 끌어당겨주어야 합니다. 열심히 구독해줘야 합니다.
한겨레가 진보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이념적 동질성을 찾아서 보게 되는 것일 겁니다. 조중동은 이념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 삶에 유리한 정보를 찾거나, 주류에 속하려는 무의식적인 욕망 때문에 보는 것일 겁니다. 그래서 그들은 논조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한겨레 독자들은 이념적 동질성을 찾아보기 때문에, 우선시하기 때문에 오는 한계가 있습니다.
진보를 하다보면 대중지가 되기 힘듭니다. 그 동질성에서 약간만 어긋나도 불만을 토로하게 됩니다. 불만스럽고, 차이가 있다해도 조중동에 비하면 많이 가까운 게 사실 아닙니까? 한겨레에 힘을 실어줘야합니다.
지승호 - 어느 인터뷰에서 '한겨레 기자들이 패기는 좋은데, 공부를 하지 않는 것 같다. 남하고는 잘 싸우는데, 자신에게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점에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홍세화 - 조중동 기자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사람들인데, 절반의 급여에 만족해야 하고, 신문사 부채는 누적되는 등 직장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내부 사람들을 비판한다는 것에 대해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비판을 수용하는 태도가 부족한 것은 한국사회 전체가 그렇다고 볼 수 있을 거구요.
지승호 - '자신의 정견을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은 정치인이 될 자격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우리의 경우 이 기준에 맞는 사람이 어느 정도 된다고 보십니까?
홍세화 -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서 느낀점인데요. 대통령이든 총리든 국회의원이든 정정당당하게 의견을 밝히고, 그것을 토론에 부칩니다. 새로 된 장관이면 '정견'을 르몽드에 발표하고, 발론도 받습니다. 우리 경우는 책임없는 인터뷰는 하지만, 정리된 생각을 정리된 글로 표현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를 생각하면 답답하기도 합니다. 우리 정치 풍토에서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하는데 '왜냐면'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은 열려 있는데, 아직 정치인은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기를 알리고 싶은 사람들이 왜 참여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승호 -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사형은 양심에 따른 결정이다'라고 한 것에 대해 '참 뻔뻔한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뻔뻔한 것을 용인하는게 더 큰 문제야'라고 하셨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홍세화 -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죠. 힘의 논리가 관철되는 사회라서 그렇습니다. 수치심이 무의미한 사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수치심이 사라진 사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힘의 논리가 관철되는 사회가 오래되다보니 수치심도 제재나 견제를 받을때나 사회에 자리잡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뻔뻔한 행위를 저질러도 가령 정형근 같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있어서는 안될 고문행위의 혐의를 받은 사람이 지역패권주의에 의해 국회의원이 되는 사회입니다.
강자와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사회라고 할 때 수치심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 사회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는 경우는 더 그렇게되겠죠. 서글픈 일입니다.
노동자 탄압도 마찬가지고, 우리 사회 어느 부분도 힘의 논리로 관철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왜냐면'에서 우리 사회에서 힘의 논리가 관철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서해교전과 관련해서 조중동은 확성기를 틀어놓고 있는데, 우리는 작은 목소리로 토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거대언론이 미군의 장갑차에 여중생들이 압사한 것은 보도하지 않으면서 미군들이 추도모임을 갖는 것은 보도할 정도로 강자논리가 끌어가는 사회입니다.
'월드컵 열광' 위험하지 않다
지승호 - 20대가 보수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보여진 20대의 국가주의가 50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이번 월드컵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홍세화 - 두가지입니다. 그만큼 청소년들이 한국사회에서 억압되고 있다. 얼마만큼 억압되고 있는지 보여준 것이다. 그것을 반증한 것이 아닐까요? 입시지옥에 봉건적인 의제들이 남아 있는 사회에서 10대, 20대 모두 억압된 틀 속에서 스트레스를 풀어보지 못한 것을 풀어보는 계기로 삼았다고 봅니다. 그 안의 위험성을 크게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자체로는요.
왜냐하면 어떤 면에서는 언론에 의해 동원된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정치적 목적에 의해 동원될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고, 전체적으로 희망적으로 봤습니다. 억압의 반동으로 나타난 광장의 경험은 소중하고, 긍정적인 것입니다. 시민광장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시민의 광장으로 바꿀 것인가 하는 것이 과제이긴 합니다. 거리의 붉은 물결과 지방선거 같은 것을 어떻게 연결시키는가 이런 고민들을 해야죠.
한국팀이 4강에 오른 것은 아무리 해도 넘어설 수 없는 선이 있다는 것을 깬 것과, '백인 콤플렉스를 뛰어 넘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싶습니다. 백인에 대한 콤플렉스와 동남아 사람들에 대한 우월감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봅니다. 월드컵 기간에도 나타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경멸도 백인콤플렉스의 해소와 함께 누그러들지 않을까 하는 전망을 해봅니다.
지승호 - 월드컵을 레드콤플렉스 해소와 연결시키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홍세화 - 그렇게 말하기엔 좀 자신이 없군요. 판단을 유보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사회 구성원의 이성의 성숙단계가 낮고, 사물과 현상을 보는 눈도 그렇구요. 모든 것이 교육과 언론의 문제로 돌아갑니다.
20대, 보수성이 아니라 무지함이 문제
지승호 - 월간조선 조갑제 사장이 '50대가 20대를 이끌어 좌편향된 30대를 샌드위치 시켜야한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50대가 20대를 잘 이끈 탓'이라는 연설을 했는데요. 그 의미를 곱씹어 보다가 제 나름대로는 월드컵이 보수정당에 유리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정치에 냉소적인 투표를 쓰레기 분리수거라고 생각하는 일부 20대들은 '투표하라'고 말하는 진보정당보다는 '그냥 즐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덜 반감을 가질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대언론들과 방송들은 '정치를 축구처럼 해라'면서 냉소를 부추기기도 했지 않습니까?
홍세화 - 20대가 보수화된다기 보다는 세계적인 흐름인 '신자유주의' 경향 속에서 20대가 있는 것입니다. 20대만 보수화된다고 보지 않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20대들이 다른 사회구성원들도 마찬가지지만 무식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물과 현상을 보는 눈을 뜨지 못했기 때문에, 무식하니까 무관심하고, 결국은 기득권에게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교육과정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합니다. 기능위주의 경쟁교육에서 사물과 현상을 보는 교육은 도외시되고 있습니다.
사회를 인식하고 이해하려면 가장 가까운 과거의 사실부터 알아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역사 교과서에서 가장 찬밥인 것이 현대사입니다. 사회에 대한 것도 계급의식 같은 것은 교과과정에 담길 수 없습니다. 교육에도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것이죠. 대학에 가서 동아리 활동을 하기 전에는 사회의 문제의식에 눈뜰 수 없는 교육과정이 문제입니다. 중 3이 좌파라고 얘기할 수 있는 프랑스 사회와 비교해 보십시오. 그곳은 토론 위주의 교육, 글쓰기 위주의 교육을 통해 사회가 어떻게 작용되나에 대한 눈뜨기가 이루어집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 20대가 무엇을 공부하고, 20대가 되며, 사회화가 되었을까를 생각하면 처참한 지경이라고 봅니다. 80년대 언론탄압상을 알려주는 보도지침이나 6.25때 학살됐던 보도연맹사건 등을 알고 있고, 이해하는 20대가 얼마나 될까요? 대중매체들이 사람들이 무지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일수록 스포츠 신문을 보고 있습니다. 그것만 보고서도 다 안다고 믿습니다. 무지하다는 걸 모르는 것이죠. 무지하니 무관심하고, 수구기득권 세력이 원하는대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3S(스포츠, 섹스, 스크린)가 여전히 한국에서는 통용되고 있습니다.
20세기 전반만 해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스스로 무식하다고 인정했습니다. 대중매체가 대중민주화를 이룬 것은 좋은데, 드라마와 스포츠 신문만 보고서도 무식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천박한 자본주의가 무지 위에 서 있습니다. 잘못된 교육에 의해 형성된 생각을 조중동이 공고화시킵니다. 반공교육에 대해 문제제기하지 않은 20대가 조중동에 의해 생각이 굳어지는 거죠. 그래서 그것을 벗어나기 힘들고, 교육과 언론이 그래서 문제인 것입니다. 언론은 교활하고 악랄하게 응고하고, 고착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승호 - 똘레랑스는 투쟁에서의 무기이며, 성숙한 덕목이라고 말씀하셨고, 우리사회의 앵똘레랑스 수준을 18세기라고 하신걸 본 적이 있습니다. 단군상의 목을 자르고,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존재하는 면에서 그렇다고 하셨는데요.
홍세화 - 그건 프랑스 정치학자가 한 말입니다. 18세기가 아니고 17세기 정도 된다고 봅니다. 계몽철학시기를 지나지 않은 것으로 봅니다. 물질은 21세기에 살지 몰라도 이성의 성숙 면에서는 17세기에도 못미친다. 근대성을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지승호 - 박정희 기념관의 건립에 대해서도 하실 말씀이 많으실텐데요.
홍세화 - 시대정신을 말하는 것인데, 처참한 이야기입니다.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힘의 논리, 이성의 미성숙을 말해주는 거죠. 김대중 정부의 노동자에 대한 탄압, 박정희 기념관 건립 같은 문제가 아들들의 비리문제보다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신의 문제니까요.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군요.
지승호 - ＂박근혜씨를 찍는 것이 진보＂라고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도 있는데요.
홍세화 -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억압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응 정도로 생각합니다.
지승호 - 한국 사회와 프랑스 사회의 여성의 지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세화 - 프랑스 역시 카톨릭이 많은 사회가 그렇듯이 남성 위주의 사회입니다. 20세기 들어와서 급격하게 변화했죠. 68년 학생혁명을 통해 급격한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보더라도 사회변혁과정을 통해 여성의 지위가 올라가는 것이지, 일부 상류층 여성의 노력만으로는 변화하기 어렵습니다.
프랑스 역시 50년대만 해도 결혼한 여성이 취직하려면 남편의 동의서가 필요할 정도였습니다. 그후 사회적인 부분에서 많이 평등화되었지만, 아직도 정치적인 면에서 여성의 지위는 약합니다. 선거에서 여성후보 50%를 법으로 정해 40% 가까운 여성당선자를 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여성이 급격하게 늘어났구요.
68년 혁명 같은 사회변혁과정을 통해 여성의 지위는 올라갈 수 있습니다. 사회변화가 있은 후 가능해지는 것이지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여성의 지위가 올라간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동남아 같은 경우에도 여성대통령이 있지만, 그 사회 여성의 지위가 높지는 않습니다.
지승호 - 우리나라의 여성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살롱 페미니스트'라는 비아냥 섞인 반응도 있고, 김규항씨 같은 경우 '그놈들과 그년들을 솎아내지 않으면 진보의 미래는 없다'는 극언까지 했는데요.
홍세화 - 일부 오류들이 있을 수 있어도 그것 역시 고민속에서 나온 것이고, 그것을 용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페미니스트들이 경제적 여유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지만, 그런 욕구들도 용인해야한다고 봅니다. 그런 것 다 배제하면 뭐가 남겠습니까?
지승호 - 요즘 인물과 사상 모임에 관심을 가지시는 것 같은데, 강준만 교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세화 - 훌륭한 지식인이죠. 성실하고.
지승호 - 노풍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언론개혁에 큰 역할을 했다고 지지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 적들도 많은데요.
홍세화 - 볼테르가 그랬습니다. 저술도 많았고, 적들도 많았고.
지승호 - "유럽에서는 교육이나 언론이 사회구성원들로 하여금 자신이 처한 사회경제적 조건에 맞는 정치의식을 갖게끔 하는데, 우리는 그 반대이다"라고 하셨는데요. 우리가 미국식 교육을 따라가기 때문일까요?
홍세화 - 미국식 교육도 아닙니다. 황국신민화 교육을 했던 일제의 교육정책 바탕 위에 어설픈 미국식 교육제도를 접목시킨 것이죠. 반공교육은 황국신민화 교육을 답습한 것입니다.
미국이 영국의 귀족주의적 교육 전통과 장학제도를 결합시켰는데, 우리는 그 중에서 장학제도는 빼고, 경쟁을 중시하는 기능주의적인 면만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어설픈 미국식의 뿌리는 황국신민화 교육입니다.
웃긴 것은 국가주의 교육을 펴는데, 교육비를 개인이 부담한다는 것입니다. 프랑스는 개인을 위한 교육을 펴는데, 교육비는 국가에서 부담합니다. 대학원을 마칠때까지. 그것은 사회주의적 교육을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니라 공화국이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공화국인데 왜 그렇게 다른 걸까요? 한국이 공화국이라는 것은 헛소리고, 빈껍데기라는 겁니다.
사회구성원의 전체사회 의식, 어떤 계급의식을 갖고 있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자기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계급의식이며,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이 바뀌는만큼 사회는 진보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승호 - "프랑스의 권력은 사회와 역사에 책임을 지는데 반해, 한국의 권력은 현대사가 증명하듯 역사와 사회에 대해 책임을지지 않는다"고 하셨는데요.
홍세화 - 반민특위가 깨진 것, 6.25때 서로 살육을 했던데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등 우리는 역사적 책임에 대해 정리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나마 전두환, 노태우 전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정도라고 할까요? 역사를 정리하는 것은 역순이어야 할 것입니다. 가까운 것부터 정리해나가야겠죠. 견제되고 책임을 강제하는 이런 것이 있어야 살만하지 않을까요? 본성적이라기보다 환경의 차이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힘으로 밀어붙이면 되는데 무슨 놈의 토론＂
지승호 - '왜냐면'에서 인상적이었던 토론이 있는지?
홍세화 -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직은 없습니다.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반론을 받아줘야할 곳이 받아주지 않는 것입니다. '힘으로 밀어붙이면 되는데, 무슨 놈의 토론' 이런 식입니다. 교육부가 움직이지 않고 있구요. 토론문화를 앞장서서 해야할 교육부가 토론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아쉬운 것은 개성있는 글쓰기를 찾기 어렵습니다. 저도 글쓰기를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글을 볼때마다 천편일률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구성력, 문장력, 표현력, 수사법 사용이 무미건조합니다.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글쓰기를 할 수 있는 교육을 받지 못해서 그럴 것입니다.
지승호 - 월드컵 전에 브리지드 바르도의 발언 때문에 논란이 많았는데요. 개고기 논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세화 - 바르도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람도 아니고, 극우파 지지자입니다. 이주노동자를 퇴출시키고, 사형제도를 부활하고, 아랍인들에 대한 혐오감정을 부추겨 정치적 기반을 얻은 르펜을 지지하는 사람이죠.
프랑스 사람들의 대부분은 한국인이 개고기를 먹는 것을 모릅니다. 그것을 아는 사람의 대부분은 '그래서 그것이 나랑 무슨 상관이야?'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개고기 논쟁이 보여준 것은 한국언론의 '선정주의' '상업주의'입니다. 바르도가 유명한 여배우였으니까 뉴스가치도 있었을거구요. 프랑스 청소년들이 개고기를 먹으러 갔다는 기사가 나왔었죠. 섭외를 했는지도 모르겠지만요.(웃음) 그 사람들은 미식가들이라 맛있다고 생각하면 먹습니다.
지승호 - 어느 나라나 극우세력은 자기 민족의 이익에 극단적으로 관심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극우들은 왜 미국의 이익에 더 관심이 있는 걸까요?
홍세화 - 한국의 극우세력은 정통성이 없습니다. 극우라는건 배타적 민족주의 세력인데, 한국의 극우세력의 뿌리는 친일파입니다. 다른 나라의 극우파는 그렇지 않죠. 친일부역세력이면 반민족세력이어야하는데, 분단과정을 통해 좌우 대립구도를 통해 민족주의 세력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정통성의 부재를 외세의 힘을 빌려 극복하려는 것이죠.
지승호 - 적당한 반미여론은 미국과의 무기협상이나 이런 것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봐라 국민들이 난리치잖아. 좀 더 싸게 줘'라든지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극우신문들은 왜 그런 논의조차 막으려고 할까요?
홍세화 - 한국의 극우세력은 그동안 헤게모니를 쥐어왔습니다. 김대중 정부하에서만 내준셈이죠. 하지만 정치외의다른 부분에서는 여전히 헤게모니를 쥐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이 50년 동안 기득권세력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정통성이 없어 외세의 힘을 빌리다보니 반미감정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허물어뜨리는 것으로 생각하니까요.
친미, 반미의 이분법적인 논리는 위험합니다. 미국을 알자고만 해도, 일부 행태를 비판하기만 해도 반미 딱지를 붙이고, 반미=친북으로 연결시킵니다. '왜냐면'을 통해 사회의제가 정해지면 좋겠지만,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정치적인 헤게모니 외에는 토론을 통해 열매를 맺기를 희망합니다. 조중동의 확성기 속에서 소근거리며 토론을 하는 셈인데, 적어도 한국 사회가 힘의 논리가 관철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또 정치인의 참여를 기대해 봅니다.
지승호 - '똘레랑스는 민주주의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셨는데요.
홍세화 - 프랑스 어느 교수의 말입니다. 민주주의를 얘기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실체는 비어 있습니다. 민주주의자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 내용 역시 비어 있습니다. 거기에 비해 똘레랑스는 확실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뜻입니다.
어느덧 인터뷰 시간은 2시간이 되었고, 준비해간 질문이 남아 있었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행복한 인터뷰였다.
하니리포터 지승호기자 triana@freechal.com/ 웹진 시비걸기 편집장 www.freechal.com/sibi
|
|
| 자료분류 |
분야
형태
출전 |
|
 |
|
..프린트버전 보기
..E - 메일로 보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