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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투항은 무슨...양비론이구만(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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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지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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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4-07 06:22:28 from 211.109 조회수 3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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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 그래도 나빠 님이 쓰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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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 칼럼] 格있는 ‘색깔’논쟁으로
대통령 후보 경선주자들의 이념논쟁으로 우리사회의 골은 더한층 깊이 파이고 있다. 대통령 선거 한번 치를 때마다 나라가 이렇듯 갈기갈기 찢어지다가는 나중에는 철천지 원수들밖엔 남지 않을 판이다. 말이 좋아 이념논쟁이지, 최근의 언쟁들은 ‘이념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몰(沒)이념적’이다. ‘이념적’이기 위해서는 공격쪽이나 수비쪽이나 일정 기간에 걸친 일관된 논리의 궤적을 가져야 하는데, 이들의 경우엔 ‘왔다갔다’와 ‘임기응변’ 그리고 ‘둘러치기’와 ‘돌출발언’이 있을 뿐이다.
이인제씨는 노무현씨가 보안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고 몰아치는데, 만약 ‘노풍(盧風)’이라는 것이 없었더라도 그런 이념공세를 폈을까? 아마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념공세는 급조된 편의상의 소도구에 불과할 뿐, 본래적으로 ‘이념적’인 것은 못 된다. 노무현씨는 이인제 진영의 공격에 대해 시종 “그때는 이러저러해서 그랬는데 지금은 달라졌다”로 피해갔다. 사람은 물론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그때는 그때라서 그랬고, 지금은 지금이라서 이렇다”는 식의 편리한 상황논리는 ‘정치적’ 임기응변일지는 몰라도 진솔하고도 성의있는 자기고백은 못 된다.
후보들에 따라서는 물론 보수, 중도보수, 중도, 중도진보, 진보… 하는 투의 이념적 스펙트럼(spectrum)을 매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앞에 전시되고 있는 공방은 일차적으로는 ‘이념적’인 것이기 이전에 다분히 대중선동의 정치―포퓰리즘의 전형이라 할 수밖에 없다.
포퓰리즘은 그때그때의 필요에 따라 좌(左)로 갈 수도 있고 우(右)로 갈 수도 있는, 그래서 대중의 감정을 휘어잡기 위해서는 논리고 뭐고 없이 마구잡이로 외쳐대는 흥행(興行)이다. 그러면서도 몇 가지 특징은 있다. 바로 ‘반(反)엘리트(anti-elitism)’, ‘반(反)지식인 (anti-intellectualism)’, 부흥사적(的) 도덕주의 같은 것들이다. ‘반(反)엘리트’는 이를테면 정치인, 권력자, 가진 자, 고급문화에 대한 혐오감이다. ‘반(反)지식인’은 배운자에 대한 질시이며, 그런 대중정서를 선동하기 위해서는 논리나 팩트(fact), 합리적 토론을 묵살한 채 직정적(直情的)인 언동을 쏟아붓는다. 부흥사적 도덕주의란 특정한 남들을 악으로 지목해서 희생양으로 삼는 행티를 말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대중이건, 대통령 지망자들이건 모두가 그런 난폭한 포퓰리즘 풍토에 흠씬 젖어있다. 그럴 만한 까닭이야 물론 없지 않겠지만, 길게 봐서 이런 추세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대통령 선거판이 그런 위험한 풍토를 200%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할 것인가? 미국 공화당 원내총무이던 딕 아미(Armey)의 말을 빌리자면 포퓰리즘적 선동정치에 대한 최선의 대항력은 품위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후보경선 주자들은 이제라도 막가는 이전투구에서 벗어나 품위있는 논쟁으로 돌아서야 한다. 이인제 진영은 상대방의 작고한 장인까지 들먹여야만 하는 건지 생각해봐야 하고, 노무현 진영은 불과 얼마 전에 쏟아부었던 거친 표현들이 과연 절제(節制)의 미덕을 갖췄는지 허심탄회하게 돌아봐야 한다.
품위와 엄밀성만 갖춘다면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들의 이념적 정체성을 명증하게 검증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자기 반대쪽에 있다 해서 불문곡직 ‘빨갱이’로 색칠하던 과거의 방식이나, 자기 반대쪽에 있다 해서 불문곡직 ‘수구, 냉전적’이라고 색칠하는 근래의 방식이나 그런 유(類)의 덮어씌우기는 품위있는 논쟁이랄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 지망자인 당신은 과연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가?”를 묻는 정당한 정체성 청문은 오히려 필수적인 절차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후보경선 주자들은 물불 가리지 않는 선동정치의 진흙탕에서 빠져나와 품위있는 정체성 규명논쟁으로 격상해야 할 일이다. 묻는 쪽은 확증에 바탕해서 정중하게 물어야 하고, 반박하는 쪽은 어물어물 넘어가지 말고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참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제도인 모양이다. 반독재 민주주의의 빛나는 성과물을 선동적 포퓰리즘으로 일탈하게 해선 안 된다. 모두들 맑은 정신에서 논쟁했으면 한다.
( 류근일 / 주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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