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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불매] 동아일보의 아름다운 과거를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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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청주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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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4-07 05:45:13 from 61.85.2 조회수 74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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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학 다닐 때에는 한겨례신문이 없었습니다.
신군부의 서슬퍼런 검열 때문에 사실, 신문마다 중요한 내용은 거의 똑같아 보였지만, 그래도 그 때는 동아일보가 가장 큰 신뢰를 받았습니다.
그 때 서울신문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대한매일로 바뀌었고, 논조도 전혀 달라졌지만, 당시의 서울신문은 한 편의 블랙코메디였습니다. 정부여당의 입장을 그대로 읊어대고 옹호하는 한심한 수준이었습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졸리거나 집중이 잘 안되면, 밖으로 나와 동아일보를 가장 열심히 보곤 했습니다. 그리고 읽은 내용을 기억하면서 바로 서울신문을 봅니다.
그러면,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똑같은 사건이나 사안을 가지고 두 신문이 어떻게 다른 기사를 쓰고논평을 하는지 비교해 보다 보면, 쓴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웃고 나면 어느정도 기분이 전환되고 졸음도 가시게 되어 도서관에 다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당시 어느 술집에서 우리 일행과 다소 떠들썩하고 무례한 일행 간에 약간의 시비가 붙었습니다. 이 말 저말 하다, 그 쪽에 누군가가 서울신문 기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일행에서 누군가가 일갈했습니다. "서울신문도 신문이요?"
저는 더 큰 싸움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 말이 나오자, 그 기자는 더 이상의 말 대답을 하지 않고 조용해졌습니다. 당시에 일반시민들이 생각한 서울신문의 위상이 바로 그랬습니다. 어디가서 자랑스럽게 서울신문 기자라고 밝히기가 매우 부끄러운 정도였습니다.
반면, 당시 동아일보는 그야말로 국민의 희망이었습니다. 편파적인 선거 방송을 해대는 KBS를 겨냥한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을 주도했고,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가장 먼저 가장 열심히 보도함으로써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고,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민주항쟁의 의지를 고취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저도 동아일보에 보도된 박종철군 사건 관련 기사를 읽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지금은 MBC 사장이 되신, 김중배 논설위원의 칼럼은 제가 한동안 모두 오려서 철해 둘 정도로 열심히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 글을 읽으면서 때로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 노하우 홈페이지의 베스트뷰 글을 읽는 것과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80년대 후반, 그 때의 동아일보는 바로 지금의 노무현 홈페이지처럼 새로운 시대를 향한 국민적 열망이 분출되고 확산되는, 온국민의 사랑을 받는 진정한 의미의 민족 정론지였습니다.
서울에서 청주로 이사오면서 온갖 신문들이 경품을 들이대며 구독을 유혹했지만, 저는 너무도 당연히 그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동아일보 지국에 전화를 걸어 배달을 부탁했습니다. 제게 '동아일보'라는 이름은 1등 신문을 경쟁하는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는 물론, 제 이념적 성향에는 딱 맞는 한겨레신문의 이름과도 차원을 달리하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름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이름은 '진실'과 '정의'와 '희망'의 동의어였습니다. 80년대 그 격동의 시대를 관통해 살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공감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그 동아일보가, 군부독재도 종식되고 그 결과 무자비한 언론탄압도 사라진 지금, 왜 이리도 추악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것입니까? 대체 이 어처구니없는 변화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우리의 노무현 고문님도 80년대 후반을 누구보다도 뜨겁고 정의롭게 사신 분이기 때문에 동아일보에 대해 가지고 계실 각별한 기억은 저의 그것을 능가하리라 생각합니다. 문제의 술자리에서 그런 '추억'과 동아의 현재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셨을 노무현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부모님 댁에서의 기간까지 합해 20십여년을 구독하던 동아일보를 작년 여름에 끊어버렸습니다.
바로 언론사 세무조사가 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수많은 지식인의 언론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외면한 채, 미국 보수 의원 몇 명의 수구 언론 옹호 서한을 그 의원들의 칼라 사진까지 곁들여 대대적으로 보도해 대는 '광기'어린 '추태'가 극치를 보이던 날, 저는 드디어 동아일보 지국에 전화를 걸어 절독을 통보했습니다.
며칠 후 지국장이 직접 방문해서, 절독 사유를 물었습니다. 제가 "요즘 동아일보의 기사나 보도행태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시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지국장은 "솔직히 말해, 나도 동아일보의 수십년 독자이지만, 요즘의 보도는 좀 지나친 감이 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더 이상의 설득도 그만둔채 선선히 제 절독 결정을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몇 개월간 무료로 넣어 준 구독료는 지불해 달라는 요청에 제가 순순히 응했기 때문에 더 쉽사리 끊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돌아서 가는 그 지국장의 모습을 보면서, 왜 십여년 전 어느 술집에서 만난 서울신문 기자가 생각난 것일까요? 당시의 서울신문과 현재의 동아일보는 과연 어떤 유사성이 있을까요?
나름대로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기자나 직원들의 자존심을 구기고 사기를 떨어뜨린 책임은 과연 누가 져야 하는 것입니까?
과거의 명성에 비해 너무도 초라하고 추악하기까지 한 몰골로 전락해 버린 동아일보.
그 추악한 변화를 주도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은 자신의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기자나 직원들에 대해 크나 큰 책임을 느껴야만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저와 같이 동아일보에 대해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에게 무릎꿇고 사죄해야만 할 것입니다. 그들은 진실과 정의와 국민들의 간절한 희망을 정면으로 배신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진실과 공정성을 생명보다 소중히 여겨야만 할 언론인으로서의 엄숙한 사명을 헌신짝처럼 걷어차 버린 희대의 변절자 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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