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반, 전두환은 매일 저녁 뉴스에 나왔다. 그 모습은 항상 번쩍번쩍 나라를 위해 일하는 모습,
다리 걷어 붙이고 잠바에 밀짚모자 쓰고 모내기하는 모습... TV를 던져 버리고 싶었다.
국민의 혈세로 1조를 해먹었다... 평화의 댐... 일해재단... 이권개입....
이인제가 농민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한다. 지난번 대선 때 잠바 입고 구석구석 누볐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칭 박정희라고 떠들고 다녔단다. 키가 1cm 도 차이나지 않는다고...
박정희시절 얘기다.
우리 어렸을 때 악역으로 나온 탤런트 집이나 방송국에는 황의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악역 탤런트
는 길도 제대로 못다녔다. 돌 맞을까봐... 어떤 악역 중년 탤런트는 죽었다는 소문까지 났었다.
"죽어라"는 바램이 "죽었다"는 소문으로 와전된 것. 아무도 악역을 맡으려 하지 않아 "악역 전문"
이라는 보직도 있었다.
"김 일"이라는 프로레슬러를 아는가. 국민들은 그의 레슬링 쇼에 울고 웃었다. 물론 박정희 똘만이들이
제작자였다. "한국사람이 미국놈도 이기고, 일본놈도 혼내준다."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자기 맘대로 여론조작하니... 조금 시끄러우면 몇일 후에 어김없이
북괴간첩사건이 터지고, 좀 크는 놈 있으면 빨강 보자기 확 씌워 병신 만들고...
87년, 나는 대학생이었다. 시청 앞에 있었다. 6월의 승리는 그 당시 참여했던 사람들이라면 잊지
못할 것이다. 어쭈, 얼마 후 6.29 선언이랍시고 노태우가 결단을 내렸단다. 후후 항복한 것도
결단인가? 어럽쇼, 결국 공을 노태우가 차지해 버리네? 기가 막혔다. 얼마 후 어느 날 집에 돌아
오는데 집 앞에 왠 아주머니들 한 무리가 모여서 신나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주머니들
가슴에는 "노태우 뺏지"가 하나씩 매달려 있었다... 노태우 대통령 출마한다고 기자들 앞에서
독일시인의 시를 읊었었나? 좋아하는 노래가 베사메무초(Kiss me a lot) 란다. 허허 살인자에게
키쓰를?
3당 합당은 회사 TV로 보았다... 허허... 말하기 조차 싫다. 87년 내 눈 바로 앞에서 닭장 차에
실렸던 그 김영삼이, 노태우 아래 오른 쪽에 보디가드처럼 서 있었다...
무엇이 옳은 것이지, 무엇이 틀린 것인지...
8, 90년 대 우리의 삶은, 아니 나의 삶은 그렇게 그렇게 회색으로 흘러 갔다...
사람들은 점점 사나와 지고, 탐욕적이고 무서워져 갔다. 상식도 없고 사랑도 없고
점점 하이에나 야바위꾼들 도둑놈들이 잘 사는 세상이 되어 갔다. 남자고 여자고간에.
공무원이고 회사원이고 장사꾼이고간에. 전국에 매춘녀 100만명, 전국에 사기꾼 70만명,
살인, 인신매매, 전국적인 불륜 사태, 주부 매매춘, 남편이 마누라 죽이고, 마누라가 남편
청부살해하고, 사채 못 갚아 땅에 묻히고, 외국인 노동자를 짐승만도 못하게...
지구상 어디에 이런 나라가 있는가? 있으면 한 번 대봐라.
대통령이 도둑놈 사기꾼 살인자인데. 어떻게 하는 것이 잘사는 방법인지 너무나도 똑똑히
배웠쟎냐...
한국이 싫었다... 한국사람인 것이 부끄러웠다.
내 나이 이제 낼 모레면 40이다. 이민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런 나라에서 하루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되고 아니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겠지... 그러나 그가 출마했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난 여기서 희망을 본 것이다. 아.. 아직은...
이인제니, 한나라당이니 경제대통령을 떠든다. 지금은 박정희 시절이 아니다.
관이 주도하는 계획경제로는 안된다. 일본 흉내 내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 뺨 맞고 중국에서 밟힌다. 오히려 그러한 식의 획일성이 우리의 앞 길을 막는다.
이제 여기서 튀어 나갈려면 정치와 사회문화가 뒷받혀 주지 않으면 안된다. 그 뒷받침의
힘을 받아 똑똑한 개개인들이 붕붕 날아 다닐 때 한국경제도 큰다.
우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우리가 제대로 살지 않으면, 경제도 발전할 수 없다.
서구학자들은 오래 전에 일본의 부진를 예견하고 있었다. 정치와 사회문화의 낙후성이 일본의
발목을 붙잡으리라는 것을 그들은 이미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난 종교는 없지만 하나님이 있다면, 기도하고 싶다. 우리 나라와 민족을 위해 저 사람을
한 번 크게 써 달라고. 우리도 이젠 한 번 멋진 나라의 국민이 되고프지 않은가? 나의 여권을
본 외국인이 부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 보는 날이 와야하지 않겠나?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 한국인들이 세계인들로부터 비웃음을 사면서 살아야 하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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