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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07 02:21:49 from 211.190 조회수 1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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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이 쓰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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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은 제대로 쓰고 싶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고해성사와도 같은 글들을 보며
적지 않은 눈물을 흘린 20대 후반의 고시생입니다
요즘은 주말이 되면 도저히 공부를 할 수가 없습니다, 민주당 국민경선 때문입니다
책을 펼치고 한참을 씨름하다가 결국은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연결해 놓고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그리고는 혼자 눈물을 글썽이며 읽었던 글을 또 읽습니다
대학교 초년 시절 임철우의 봄날을 읽었습니다, 80년 광주의 비디오를 보았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아무 것도 몰랐다는 것이, 그렇게 시대에 상처를 입고 사신 분들도
있는데, 90프로가 넘는 김대중 지지율을 보며 저게 민주주의냐고 성토하던
부모님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스스로가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TV 모방송에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란 프로가 있었습니다
그 방송에서 임철우씨 인터뷰를 하더군요
시민군이 진압되던 밤의 이야기였을 겁니다
'그날밤 천둥처럼 총소리가 들렸는데,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그저 펑펑 울기만 했다'
울먹이며 그 말을 하는 임철우씨의 이야기를 듣고 저역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답니다
저희 아버지는 경상도 출신입니다, 경북 영천이시지요
흔히들 말하는 영남의 정서가 저희 가족과 제게도 어느 정도 있을 겁니다
사촌동생들을 데리고 여행을 간적이 있었습니다
여름 방학을 맞아 일주일간 전라남도를 여행하기로 마음을 먹었었지요
그 첫날에 망월동 묘역을 찾아 참배를 했습니다
고등학생들이던 동생 몇명은 비디오 방송을 보며 눈물을 흘리더군요
제가 아는 광주항쟁의 몇몇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광주에 빚을 지고 있는 거라고
박무시기는 이런 지역감정을 만들면서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은거라고
그 며칠간의 공황과도 같은 상태에서, 그 흔한 절도 사건하나 일어나지 않은
도시가 바로 광주라고 말이지요
망월동묘역에서 걸어 나오는 우리를 트럭기사 아저씨가 히치를 시켜주셨습니다
버스정류장 근처의 중국음식점 아저씨와 5월의 광주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번은 꼭 인사드리고 싶었노라고, 고향이 경상도인 제게는 언제든
마음의 큰 빚으로 남아있었다고, 그 아저씨는 그런 생각만으로도 고맙다고 했습니다
동생들은 전라도사람, 전라도사람하더니 오히려 고향사람들보다
더 친절한 것 같다고 좋아했습니다
형님이 얼마전 결혼을 하셨습니다
형수님은 목포분이시죠, 부모님께 소개하기 전에 저는 먼저 뵐 일이 있었습니다
저녁식사를 함께 했었습니다, 저와 동갑이었고 아주 활달하고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진
미인이셧습니다, 저는 그분이 맘에 들었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 형님이 말씀하시더군요
전라도여자인데 부모님이 좋아하실지 모르겠다고 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부모님은 반대하셨습니다
괜찮은 외모에 대기업대리인 형님이 '굳이' 전라도여자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며, 그 '여우같은 년'이 형님을 홀린 거라고 말씀하셨지요
형님은 형님대로 저는 저대로 부모님을 설득했습니다
형님도 형수님도 너무 괴로워 하셨습니다, 제가 괜히 형님께 미안했습니다
두달이 걸렸습니다, 결국은 승낙을 받아냈고
양가의 축복속에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으니 정말 다행인 일입니다
우리 형수님 정말 귀엽습니다
딱딱하기 그지 없는 우리 아버지 같은 분한테
'아빠, 제가 어제 월급받아서 통닭사왔어요'하면서
아파트 현관문을 꽝꽝 두드립니다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아빠, 엄마라고 부르는 것
정말 좋습니다
항상 인상이 굳어 있는 아버지에게 다가가 살며시 팔짱을 끼면서
'아빠 아이스크림 사줘요' 떼쓰는 살가운 형수님을 보면
때론 형수님이 아니라 제 여동생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버지, 어머니도 느즈막히 딸하나 얻었다고 좋아하십니다
언젠가 어머니께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아직도 전라도 사람 싫냐고 말이죠
어머니는 사람이 타고난 동네가 문제냐고, 다 사람나름인 법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부끄럽지만 저는 정치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합니다
제가 고시에 붙고나더라도 노무현님처럼 인권변호사를 하게될 자신도 없는 놈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주 작은 소망하나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평범하고 선량한 저의 형님과 형수님같은 분이 사랑하시는데
겨우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서로 상처받는 일은
이제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무현님께서 누구보다도 그런 세상을 만드는데 앞장서실 분이라는걸 알기에
저는 또다시 아버지, 어머니를 설득할 생각입니다
힘내십쇼, 오늘은 제 고향 경북에서 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고향에 아는 분들중에 아쉽게도 선거인단인 분은 없는 걸로 알지만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생각일 거라고 믿습니다
영남대통령도 호남대통령도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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