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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빨간펜`을 든 이유 - 색깔 논쟁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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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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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07 01:56:24 from 210.181 조회수 21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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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계가 떠드는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언론계에서 '색깔` 얘기가 한창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는 과격한 개혁주의자, 노동자 농민을 선동한 공산당 방식, 좌경화라는 말로 노무현 후보를 좌파로 몰고 있으며, 노무현 후보는 좌파가 아닌 <중도개혁 통합파>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케케묵은 메카시 광풍을 또다시 끌어들이려는 대선후보들간의 식상하고도 구태의연한 이념논쟁, 색깔 시비를 보면 혹여나 그들은 색깔 구별을 잘 하지 못하는 색맹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색깔 논쟁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정치인을 보면 제도권 정치인들은 아마도 색깔 공포증이 있는 것은 아닌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유아원에서 제일 먼저 배우는 색깔 공부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빨간 펜`을 든 것도 유아적 색깔 논쟁을 보면서 눈높이 교육으로 정답을 말해주는 것이 덜 혼란스러워할 것 같아서이다.
[추천기사] 손병관, '음모'의 계절에 생각하는 영화…[만주인 용병], 대자보 33호
정치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세력이나 집단들 사이를 조정, 조율하여 하나의 흐름으로 합류시켜 사회발전의 방향을 잡아나가는 데 있다. 좁은 의미의 정치는 권력을 생산하고 유지 또는 재생산하기 위한 여러 가지 기능들을 일컫는다.
넒은 의미에서의 정치는 체제 수호냐 체제 변혁이냐의 대립을 축으로 한다. 이런 의미에서의 정치는 기존 권력과 사회 변혁 세력간의 역학관계가 그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다.
이것이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즉 보수는 체제수호와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에 주된 관심을 가지고 있고, 진보는 그것을 극복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좁은 의미에서의 정치는 체제수호에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집단 내부간의 권력 분점을 위한 정쟁으로 이합집산과 권모술수가 기본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좁은 의미에서 정치만을 말한다면 민중은 철저히 대상화되고 동원세력으로만 남게 되며, 정책을 둘러싼 생산적 경쟁이 아닌 인기몰이식의 홍보전략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면 '좌파`라는 의미는 무엇인가? 좌파란 사회발전의 분명한 이념에 입각해서 -토마스 모어, 생시몽, 푸리에, 헤겔, 포에르 바하, 마르크스 등의 과학적 전통을 행동 근거로 삼는 집단 및 세력의 총체를 말한다.
'좌경`이란 말은 좌파를 불법시한 정치 환경에서 자신의 반대자들을 좌파로 몰기 위해서 만들어낸 정치적 수식어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좌파를 불법시한 것은 일제 식민지 사회에서 비롯되었다. 일제는 자신들에게 가장 철저하게 저항하고 싸우던 좌파들을 대중과 분리시키기 위하여 좌익을 뿔난 도깨비 마냥 이미지 조작을 해왔다. 이승만, 박정희 이래 이 전통은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 전통의 원조인 현재의 일본은 공산당을 합법화시키고 있다.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정치지형은 좌파의 활동 공간이 극히 제한되어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두가지 경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체제 수호를 골간으로 하되 그 체제를 부분적으로 수정 보완하자는 <개혁>이라는 정치적 입장과 합법적 테두리 내(예를 들어 선거)에서 체제 변혁을 추구하는 <혁신>이라는 정치적 입장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중도 개혁 통합주의>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개혁>의 다른 말인가?
위에서 말한 <개혁>은 유럽식 사민주의와도 일맥상통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주요정책은 혼합경제체제-기간산업은 공영화하고 나머지는 사유화를 인정하는 즉 국유화와 사유화의 병존을 인정하는 것이 사민주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개혁>을 말하는 사람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발전파업에 대한 입장에서 민영화(사실 사유화를 호도하기 위한 용어이다)방침을 분명히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자칭 개혁주의자들은 침묵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보수>는 기존의 사회체제를 온존시키는 조건에서 기득권을 놓치않으려는 세력이나 정파를 말한다. 한나라당은 개개 정치인의 경향과는 관계없이 당이라는 외피 속에서 보수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은 극우는 극복을 했지만 여전히 체제수호와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보수의 스펙트럼에 있다. 특정인이 말하는 정계개편이란 한나라당과 민주당 두 양당에서 극우세력을 고립화시키기 위하여 <개혁>이라는 간판을 걸고 새로운 보수내 정치지형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노무현은 진보진영에 다소 우호적일 뿐 이인제나 한나라당이 말하는 과격한 개혁주의자 즉 진보주의자는 아니다.
<한국방송> 라디오 프로그램과 전북지역 당원 간담회 등에서 그는 "학력이 높고 소득이 높은 상위 중산층은 대체로 보수층으로 분류되는데 이 계층에서 내가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것만 봐도 내 지지기반은 급진이 아니다"라며 자신은 진보주의자가 아님을 피력하였다.
" 이 지지층은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특히 여론을 주도한다는 수도권 30대가 압도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에 색깔 얘기로 표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가장 애국적인 사람의 일관된 노선은 중도통합주의"라고 하면서 나는 소외된 불루칼라, 농민, 일반 서민을 국가가 보호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론조사에서 지지기반은 고학력 고소득의 대학교수, 언론인,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으로 나타나 일종의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그도 자신의 지지기반이 다르게 나오는 것에 혼란스러워 함을 실토하고 있다.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인 지역분할 중심의 정치지형의 극복을 간절히 원하는 층이 바로 노무현을 지지한다는 사회 엘리트층이다. 이들은 노무현을 지지하고 돌풍을 일으킴으로서 현재의 정치지형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을 나타내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제 3자로 머물러 있는 민중이 사회 변혁의 주체가 되는 <민중이 열망하는 정계 개편>은 되지 못한다. 민주당 정윤재 위원장의 말처럼 노무현은 보수내 개혁을 원하는 '용감, 솔직한 현실주의자`일 뿐이다.
노무현의 한계를 잘 알고 있는 이인제나 한나라당이 노무현을 진보주의자로 내모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자신들의 정체성이 수구세력, 보수 기득권자들임을 감추고 중간층 그리고 서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가장하려 함이다. 그들이 가끔 민생탐방이랍시고 지하철이나 시장 골목을 돌면서 자신들은 서민을 위한 정치를 펼 것이라고 입에 발린 소리를 한다. 1여년 전에 이회창이 지하철에서 만난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원에게 '모욕`을 당한 사례는 그것을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러니 자신들이 서민을 위한 정당이나 정치인이라고 치장을 하려면 노무현을 좌파로 몰아부쳐야 자신의 입지를 세울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
둘째, 지역분할 정치구도를 고착화시킴으로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의도다. 당 정책이나 자신들이 해 온 일로 평가를 받는다면 그들은 설 자리를 잃어버린 지가 이미 오래되었다. 따라서 혈연과 지연에 호소하는 전근대적 정치 수법을 동원함으로서 사람들의 지역이기주의 등을 부추김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적 잔명을 연명하려 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정치판을 만들어 국민들을 계속해서 우롱하려 들고 있다.
셋째. 반세기동안 극우 보수세력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확대하거나 온존하기 위해 이용되어 왔던 '레드 콤프렉스`(공산주의 공포증)를 다시 끄집어냄으로써 소박한 서민들의 평화에 대한 희망을 자신들의 집권을 위한 볼모로 잡고 있다. 한편으로는 극우 수구세력들을 자신들에게 묶어세우고 아직도 레드콤플렉스에 있는 50대 이상의 세대들을 이탈하지 못하도록 자극하기 위함이다.
넷째, 정책대결을 해봐야 정책이라는 것이 소수의 기득권들을 옹호하는 것이기에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기 위한 하나의 사기 전술에 불과한 것이다.
다섯째, 노무현을 좌파나 진보주의자로 몰아감으로서 진정한 좌파이자 진보주의자들의 당인 민주노동당을 극좌파로 몰아세우려 하는 의도이다. 그럼으로써 민중과 함께 자신들의 운명을 개척하려는 정치세력을 제압하고 봉쇄하기 위한 의도와도 맞물린다.
따라서 이인제나 한나라당 그리고 노무현이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정치 색깔의 스펙트럼을 그린다면 다음처럼 될 것이다.
수구, 극우세력- 1)이회창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내 보수파,
2)이인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내의 보수파
보수, 우파세력- 1) 노무현과 민주당내 개혁파
2) 한나라당 개혁파
진보, 좌파세력- 민주노동당
자 그렇다면 색깔의 스펙트럼은 그려졌다.
이 땅에 후진적인 정치 벽을 극복하려면 국민들을 단세포적인 색깔논쟁으로 호도할 것이 아니라 진지한 정책대결을 할 수 있도록 언론이나 이인제 또는 한나라당이 앞장서야 한다.
'좌파냐 우파냐`, '빨갱이냐 아니냐` 하는 파괴적인 분리 대결이 아닌 '무엇이 문제`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을 가지고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 하는 것을 국민들과 함께 논의해 나가는 정책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아야 비상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보수세력을 정비하고 또 다른 날개인 진보세력을 쌍벽으로 하는 정치지형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역사를 움직이는 정치 수레바퀴가 될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정치, 앞에서 말한 '넓은 의미의 정치`를 민중과 함께 펼쳐나가는 길만이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어나가는 유일한 길임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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