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의 방황 끝에 선택(1월 노사모 가입)했었는데 결실이 맺어가고 있는 것 같아 더없이 기쁘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컴과 마주앉아 여러분의 감동적인 글을 읽으면서 실로 오랜만에 저도 오래 전의 잔상들을 떠올리며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변해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군요. 이제 희망을 이야기 할까합니다.
저는 전라도 장성 약수라는 조그만 깡촌 태생으로 쇠락해 가는 고향이 못미더워 광주에 서울에 유학으로 소위 명문이라는 민족대학에 합격하여 지금은 서울시민으로 고등학교의 교사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학력과 직업을 밝히는 건 제가 소위 엘리트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십사 하는 뜻입니다. 어찌됐건 저는 그렇게 자존하며 사니까요.
제가 그야말로 김대중 선생님을 마음속으로 모시게 된 건 고등학교때 광주사태(?)를 겪으면서 대학에서 현실에 눈뜨면서 졸업후 사회물정을 몸으로 겪으면서였습니다. 단순히 지역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 분만큼 민주화 열정이 강한 사람이 누구냐? 그분만큼 식견과 경륜이 갖추어진 사람이 누구냐?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를 내세우며 나도 모르게 DJ의 열렬한지지자가 되었고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보면 왠지 거리감이 생겼습니다.
YS의 3당합당과 함께 치러진 92년 대선에서 영남표 몰 표로 YS가 승리했을 때 맹목적인 경상도 놈들이 미웠습니다. 그렇지만 그럴 수 있었다고 이해했습니다. 우리가 DJ에게 몰아 준 표는 너희들처럼 역사의식이 없이 오직 경상도 출신만을 대통령으로 뽑기 위한 기득권 보호차원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치졸한 지역감정이 아니라 이 나라의 밝은 미래라고, 그리고 모든 면에서 DJ보다 한 수 낮은 YS가 끝까지 단일화 양보 안하고 82년 대선 망쳐 놓았던 잘못도 있고 하니 어쨌든 다음 대선 에서는 밀어줄거라고 그래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정계은퇴 번복, 자민련과의 공조등 탐탁지 않았지만 97년 하늘이 도왔는지 이인제가 도왔는지 아님 장인어른 - 신안군 하의도 출신이며 목포상고 후배로서 열렬한 김대중 선생님 지지자이셨으나 과중한 스트레스로 선생님의 등극도 못 보시고 대선 11개월 전에 돌아가심 - 께서 도우셨는지 마침내 30년 호남인의 한이 일거에 씻겨져버린 DJ의 대통령 당선 확정 장면을 개표 후 새벽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보다가 두 경상도 친구앞에서는 내색도 못하고 숨죽여 가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제 됐다! DJ여 보란 듯이 IMF 극복하고 지역감정 치유하여 능력을 보여주시라! 그래서 우리는 김대중 광신도가 아님을 참말로 대통령에 걸맞는 인재를 뽑았음을 만천하에 보여주시라! 그리하여 IMF극복하기 위해 노령에도 불구하고 불철주야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대통령이 믿음직스러웠고, 자신을 그토록 미워했던 경상도인들임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기념관이다 뭐다 열렬히 구애하는 인간 김대중이가 의연해보였고, 정권이 바뀌면 인적구조도 바뀌는 법이라 호남출신들이 요직에 들어서는 것도 당연하게 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경상도 사람들을 더 더욱 미워하게 된 것은 그네들의 4.13총선시 보여준 투표행태 이었습니다. 97년 대선 때 이회창씨를 무조건적으로 밀더니만 총선때도 어김없이 한나라당을 찍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출범부터 사사건건 발목 잡고 트집이나 잡으면서 특별히 잘 한일도 없는 한나라당에게 몰 표를 주어버리는 그 무서운 반 DJ정서, 심지어 자신의 고향사람에게는 표 아까운 줄 모르던 그 양반들이 단지 민주당 출신이라는 이유로 노무현씨를 내치는 것을 보고 치를 떨었고 경상도 새끼들 보기 싫어서 이민까지 결심할 정도였습니다. 너무 미웠고 미워서 그런지 광주시민 죽이려 했던 전두환씨가 이해되고 9.11테러 주동했다던 빈 라덴이 용서되었습니다.(중략)
그리고 오랜 시간 끝에 그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대구출신 한 젊은이가 노사모모임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경상도에 반DJ 정서라는 실체는 없다. 평상시에는 DJ가 왜 그렇게 미운지 이유를 찾을 수 없다가도 선거일 만 되면 반DJ결과가 나오는 것은 기득권에 대한 반사적 방어본능 때문이다." 수긍하기에 어려웠지만 일면 이해가 가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습니다. DJ의 실수는 그네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여유 있게 살피지 않고 일거에 일방적으로 감싸안으려 했기에 한마디로 그네들의 기분이 상했던 것입니다. 그러면 해결책은 명약관화한 일입니다. 맹목적인 미움과 증오로는 이 시대의 아픔을 치유 할 수 없으며 그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은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가슴을 열고 다가가는 것입니다. 순박한 이 땅의 백성을 다수의 무지한 군중으로 생각하고 지역감정에 호소해 권력을 잡고 그 권력에 빌붙어 줄서기나 하면서 출세가도를 달리려는 이 땅의 추악한 정치인들과 수구언론 그리고 그들을 추종하는 모리배들을 이번에야 일소할 수 있는 그 기회가 그 동안 그들에 의해 이용만 당했던 우리 전라도 경상도인들에게 주어졌습니다.
지난 번 광주경선에서 보여주였던 감격적인 광주인들의 표심을 뉴스로 듣고 전라도 출신의 한사람으로서 얼마나 목이 메였는지 모릅니다. 정말 가슴속 깊이 울고 울면서 제발 경상도 인들이 광주가 애타게 내민 손을 덥석 부여잡고 화답해주기를 기도했습니다. 아니 강원도가 충청도가 제주도가 경기도가 온 나라가 말입니다.
저는 이번에 왜 대통령이 바보 노무현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려합니다. 대신 인간 냄새가 가장 많이 나는 그분을 동서화합 국가화합의 제물로 삼고자 할뿐입니다. 그 분이라면 나의 이 의도를 이해하고 용서해주실 것입니다.
한 가지 첨언 할 것은 한번 노짱을 선택한 이상 그 어떤 색깔론 이념론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노짱을 지지할 것입니다. 기득권과 수구언론의 간교에 또다시 놀아나 분열과 반목의 세월을 보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는 속지(신문속에 가장 많은 것) 마십시오.
여러분과 같은 사람들이 곁에 많이 있어 행복하고 그리고 이민 가지 않은 게 너무 다행입니다. 언젠가는 있어야 될 노사모의 발전적 해체를 위해서,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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