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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를 알면 이인제를 더욱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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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무릉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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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4-07 12:07:00 from 210.123 조회수 116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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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대구경선 연설에서 이인제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절대로 북한에 퍼주기를 하지 않겠다." 라고 했었다. 언뜻 생각하기엔 그의 발언이 대구의 보수성향을 의식해 선거전략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선거전략 차원이든 아니든 간에 양쪽 모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퍼주다'라는 용어를 맨 먼저 사용한 자는 이회창이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에서 그는 비이성적 퍼주다라는 말로 국민을 선동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껏 여당에서는 어느 누구도 퍼주다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 설령 여당에서 사용했다 하더라도 야당의 퍼주다라는 선동을 반박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퍼주다라는 말을 차용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데도 이인제는 대구 연설에서 여당 인물로선 처음으로 퍼주다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퍼주다'라는 용어가 정부의 대북정책을 헐뜯는 상징어이고, 또한 일부 보수 언론과 야당이 단골메뉴로 사용하고 있다는 걸 모를 리 없는 이인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금까지 이인제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하며, 자신이 집권하면 필히 계승할 거라고 누차 말한 바가 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갑자기 퍼주기를 하지 않겠다니 말이다. 퍼주기를 하지 않게다는 말은 역으로 정부가 퍼주기를 했다는 것이고, 퍼주기를 했다는 건 이회창과 야당의 관점일 터. 결국 이인제는 민주당 경선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이회창과 야당을 대신해서 김대중 정부의 최대 업적인 대북정책을 송두리째 부정한 셈이었다.
이와 같은 이인제의 행태는 대구의 보수성향을 감안한 선거전략 차원일지라도 여전히 문제다. 왜냐면 아무리 선거전략 차원일지라도 자신이 속한 민주당의 대북정책을 부정한 채 어찌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을 들고 나올 수 있냐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껏 자신이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수도 없이 약속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더욱 볼상사나운 건 민족의 사활이 걸린 대북정책마저 자신의 경선승리를 위해 바꿔 버리는 것이다.
한편 선거전략 차원이 아니라 해도 또 문제다. 대구경선의 '퍼주다'라는 그의 발언이 선거전략 차원이 아니라면 자신의 대북관이 도대체 뭐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김대중 정부의 대북관인지 아니면 한나라당의 대북관인지 불분명하다. 이와 같은 이인제의 대북관은 마치 개구리가 어느 방향으로 뛸지 도통 모르는 거와 같다.
김근태의 홈피 창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본 적이 있다. '김근태를 알면 김근태를 지지한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그 글귀를, 노무현을 알면 노무현을 지지한다, 라고 바꿔도 더없이 좋은 말이 되겠다. 하지만 이인제에게 적용해보면, 이인제를 알면 이인제를 더욱 모른다, 라는 역설이 성립된다 하겠다.
---무릉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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