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나도 서울에 주소를 두고 산 적이 있다.인왕산 아래 어느 옛스런 동네에서 말이다.인왕산에 오르면 나랏님이 사신다는 청와대가 눈에 들어오고 북악산이 보였다.조선 왕조가 그 둥지를 틀었던 경복궁은 걸어서 얼마 되지 않는 그 동네에서 살았다.
1996년은 15대 총선이 있었다.어느 봄날이었다.현대 사옥에서 유창한 언변으로 지나가는 행인및 인근
샐러리맨들의 발길을 묶는 묘령의 여인이 있었다.어찌나 말을 잘 하고 씩씩한 지 무심코 지나가려는
이 사람의 발길을 딱 멈추게 했다.그 후,좀 지나자 노무현 후보가 등장하였다.민주당 후보 노무현이 나왔다."정치 1번지라고 자부하는 이 종로에서 이 노무현을 당선시켜주십시오."그 후의 말은 가물가물하다.지척의 거리에서 그를 보았다.씩씩하였다.말 잘했다.그리고 자신감이 있었다.믿음직하였다.
당시 종로에 신한국당의 간판을 걸고 '샐러리맨의 성공신화'인 이명박 전 현대건설 사장이 나왔다.마을 버스를 타고 뒷좌석에 앉아 있었는데,오픈 짚차를 타신 그 양반이 나에게 정중하게 절 하는 것 아닌가!나도 정중하게 답례를 했다.그리고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후,저렇게 정중하게 나한테 먼저 절 해줄 분일까?'답은 아니올씨다였다.
맘 속으로 노 무현을 찍어야지 했는데,갑자기 선거 전날 집안에 우환이 생겨 고향으로 부랴부랴 밤 기차를 타고 내려왔다.개표결과,노 무현은 낙선하였다.서운했다.내 1표가 그를 당선시킬 수 있는 어떤결정적인 힘은 없다고 하더라도,좀 죄스런 맘도 있었다.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대통령 후보가 되시면,
전 가족및 아는 분들의 표를 노 무현후보께 선사하겠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영향력 있는 박근혜,김 영삼,구 민주화 세력과 연대해야 한다고 하는데,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분들과 손을 잡는 것은 노 무현 답지 못하고 생각한다.국민이 좋아하는
정치인은 국민의 든든한 지지만 있으면 좋지 않은가!
이제 와서 새삼 이야기지만,노 무현이 김 대중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서 이렇게 되었나?다 우리같은 국민들의 관심과 보살핌으로 된 것이다.제발 정치 좀 안다고 까불대는 책사들의 옳은 가치관이 빠져 있는 정세 분석이나 당선가능한 방법에 의존하거나 기대하지 말았으면 한다.그냥 이대로 노무현답게
대선까지 완주하면 된다.결과가 어찌 되었든간에.꼭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무리한 방법을 이인제 후보처럼 쓰다가는 바로 그 순간부터 노무현의 설 땽은 없는 것이다.
노 무현-이 세 글자가 우리의 '희망'임을 자인하는 어느 평범한 사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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