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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제목 |
동아일보야, 참담하구나/ 이종대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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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진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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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4-07 09:21:57 from 211.203 조회수 210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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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창간 82돌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다'. 신문이 창간일을 맞아 회사의 역사를 자랑하는 데 얼마간의 분칠쯤이야 없겠는가. 동아일보 4월2일치 창간특집 `정론(正論) 가시밭길'을 보자. 해마다 되풀이돼온 자랑거리의 항목에 어김없이 들어가는 것 하나.
“1974년 10월24일 동아일보 기자들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해 이에 맞서자 박정희 정권은 사상 유례없는 광고탄압으로 언론의 목을 졸랐다.”(A8면 창간특집) 독자들의 `격려광고'가 `한국 언론사의 새로운 신화'였다고 소개한 뒤 이 특집기사는 서둘러 다른 자랑거리로 넘어간다.
여기서 우리 한번 같이 생각해보자. 그 때 동아일보사는 그들이 두고두고 자랑하는 그 자유언론실천운동의 주역들을 회사 밖으로 몰아냈다. 1백수십명의 기자·프로듀서·아나운서들이 술취한 폭도들의 몽둥이에 휘둘리며 쫓겨난 사건은 이제 지울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동아일보 역사의 중요한 꼭지다. 그들의 상당수가 유신정권의 사냥감이 되고 자유언론운동의 대표자인 안종필 기자가 감옥에서 얻은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사실 또한 동아일보가 잘 안다.
운동의 중심세력을 회사 밖으로 쫓아낸 행위는 자유언론운동을 억압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거리로 내팽개친 행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스스로 파기하고 말살했던 자유언론운동을 자신의 공적인양 생일날마다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처사를 두고 쫓겨난 이들이 분개하고 있음도 신문사는 다 안다.
만약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에서 출발한 운동의 전 과정을 다른 경쟁지들이 그들의 역사 속에 슬쩍 끼워 넣는다면 동아일보는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정론 가시밭길'을 제대로 정리하려면 누가 가시에 찔렸고 누가 찔렀는가를 구분해야 하고 신문사가 운동의 주역들을 해임한 행위도 아울러 밝혀야 한다. 이것은 그날의 자유언론운동을 논하는 정론이 갖춰야 할 기본요건이다. 그러기가 정 쑥스러우면 아예 그 부분을 생략해버리는 게 차라리 낫다. 단순히 동아일보 사옥에서 그 일이 시작되었다는 물리적 이유 하나만으로 유신치하의 동아일보 자유언론운동사를 고스란히 회사의 몫으로 가로챌 수는 없다.
동아일보를 포함하여 모든 신문은 아직도 소매치기당한 물건은 소매치기범의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소유물이라는 평범한 상식을 전제로 삼고 일상의 기사들을 다루고 있다.
해고자들이 문자 그대로 `목숨 바쳐' 쟁취한 투쟁의 열매를 오늘 동아일보가 회사의 명예로 수확하고 소유하려면, 다른 것은 죄다 접어두더라도, `목숨 바친' 안종필 기자(동아투위 전 위원장)의 장례식에 조문이라도 했어야 하지 않은가. 훗날 `동아투위' 위원들이 자신들을 몰아냈던 김상만 전 사장의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고 상주와 유가족들을 위로했던 것처럼. 그 때 시기를 놓쳤다면 고인이 된 주역들의 유가족에게 지금이라도 위로의 말 한마디쯤 건네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특집기사를 직접 쓴 기자나 데스크, 그리고 현 경영진이 이토록 명명백백한 사리를 설마 모를 리가 있겠는가. 담당기자는 기사를 쓰다가 이 대목에서 약간은 멈칫거렸을 법도 하다. 데스크나 경영진도 좀 찜찜한 느낌을 가졌음직하다. `전통 있는 정론지'를 이끌어가는 당사자들의 양식과 판단능력은 우리사회 전체의 평균 수준을 크게 웃도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므로.
지금까지 그랬듯 동아일보는 100돌, 아니 영원무궁토록 그 귀하고 소중한 훈장을 보란듯이 가슴에 달고 싶을 것이다. 그것을 가로채기당한 주인공들은 죽는 날까지 한을 품은 채 두 눈 부릅뜨고 그것을 지켜볼 것이다.
젊은 날 청춘을 바쳐 사랑했던 동아일보여!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는 것이냐? 이렇게 묻는 내 마음은 끝없이 참담하다.
이종대/ 동아투위 위원
출처 : 한겨레 여론칼럼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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