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대선 국민경선
'커피 아줌마'에게 들어본 정치
6일 민주당 국민경선이 치러진 인천전문대 체육관 앞은 마치 대선 본선이 치러지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노무현,이인제,정동영 세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과 팬 클럽들은 투표가 끝날 때까지 후보의 이름을 연신 외쳐대며 지지를 호소했고, 이들의 목소리는 체육관 주변에 낀 안개를 걷히게 할 정도로 거셌다.
이런 행사 때마다 으레 '대목'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커피 행상,포장마차 등 상인들은 이날도 어김없이 행사장 주변 곳곳에서 '치열한 생업'의 좌판을 벌이고 있었다.민주당이 '정치혁명'이라고 주장하는 국민 경선과 각 후보들간의 공방에 대한 이들의 견해가 궁금했다.
3년째 포장마차를 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사실 정치가 '쑈'라고도 하고 별소리를 다하잖아요? 후보들 주장하는 걸 보면 거짓이 많은거 같아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남발하죠."라며 국민경선을 포함한 '정치'에 대해 불만부터 드러냈다.
'일해서 먹고살기는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고.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정치는 진실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봐요. 정부가 골프장만 자꾸 짓지 말고,공원 등 서민을 위한 공간을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당 갖고는 모르겠어요. 다만 서민들이 살수 있게 해주는 사람을 찍고싶어요. 그렇지만 정치인들 보고 서민들이 잘한다고 칭찬해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습니까. 다 나라 말아먹는다고 욕하죠."라고 말했다.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희망을 오래 전에 잃은듯 보였다.
커피를 파는 40대 아주머니에게 민주당 '3명의 후보중 어떤 후보에 호감이 가느냐'고 물었다.그녀는 "마음 속엔 있지만 말하기엔 좀 그러네요."라며 수줍어 했다. 그녀도 "정치인들 막상 당선되면 약속을 어기고..."라며 역시 불신감을 나타냈다. '어떤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역시 "서민들을 잘 살게 하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해요"라며 소박한 바람을 밝혔다.
체육관 앞쪽에서 커피와 차를 파는 60대 노인에게 이인제 후보와 노무현 후보간 공방에 대해 물었다.
"이인제씨가 너무 심하게 공격하는 것 같아요. 자꾸 옛날 이야기를 꺼내서 몰아부치는데, 서로 싸우지 말고 자기의 정책같은 걸 제시하기를 국민들은 원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행사장에서 민주당 최고위원 출마자들이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는 행위(28일 선거)에 대해서도 "너도 나도 유인물을 나눠주니까 너무 혼란스럽다. 세 후보(경선) 것만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사는 6천만원 짜리 전세가 1억원으로 올랐다.. 정부가 IMF이후 아파트를 대형위주로 분양하다보니 서민들이 막상 살 곳이 없다. 서민들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색한' 삐에로 분장을 한 엿장수는 이-노후보간의 다툼에 대해 "너무 싸우기만 하는 것 같아요. 각자 나라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지 못합니다"라고 평가했다. 그 역시도 "과거 정권때나 지금이나 서민들이 살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한편 체육관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조선일보를 보지 맙시다"를 외치는 조선일보 반대 시민연대측 관계자는 "이인제 후보가 변화되고 성숙된 국민들의 의식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 같다"며 '색깔론'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하니리포터 황봄 기자 /bohemian3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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