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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지만 지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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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흑빽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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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4-07 04:19:52 from 211.220 조회수 24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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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지만 지지합니다
정말 해도 너무들 합니다.
이건 왕따 중에서도 최상, 최고의 왕따입니다.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에게 몰매를 주고 있는 당국과 언론 얘기입니다. 아무런 대가도,
약속도 얻어내지 못하고 8일만에 파업을 끝냈던 게 파업 노동자들로선 이미 굴종이었습니다. 분루를 삼키며 고개숙인 사람들에게 어깨를
두들겨 맞아주진 못할망정 아예 짓밟아 버리기로 작정했다는 겁니까? 체포, 구속이 만능입니까? 해고, 면직, 중징계가 또한 만능입니까?
그 위에 39억을 물어내라고 소송까지 제기했더군요. 감옥에 처놓고 아이엠에프에 길바닥에 내몰고 그것으로도 성이 안차 노동운동의 피를
말려 완전히 죽이겠다는 겁니까? 온건한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하철 노동자들이 도대체 무슨 큰 죄를 졌나요? 불법 파업을
벌였다고요? 한국에선 파업은 모두 불법인가요? 아니면 합법적인 파업도 있는데 불법적인 파업을 벌였다는 건가요? 어떤 게 불법이고 어떤
게 합법인지 좀 가르쳐 주시지요. 프랑스에선 대체인력을 동원하는 게 불법입니다. 파업권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중요한 게 파업권입니다.
**“사회불의보다는 무질서를”
왜냐구요? 사회정의보다 더 중요한 게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회불의보다는 차라리 무질서를 택한다”. 알베르 카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회정의가 질서에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사회정의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가치는 없다는 주장이고 선언이었습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사장이며 주필인 이냐시오 라모네는 이 화두를 가리켜 프랑스 공화주의의 요체라고 했습니다. 프랑수아 미테랑은
81년에 공화국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사회정의 없이는 안보도 질서도 없다”고 이 화두에 화답했습니다. 과반수가 넘는 파리 시민이 “불편
하지요. 하지만 나는 파업 노동자들을 100% 지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3주 동안 지하철, 기차, 시내버스가 단 한 대도 다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파업노동자들의 사회정의 요구에 연대했던 것입니다. 한국은 프랑스와 다르다구요? 그렇습니다. 아주 많이 다릅니다.
한국에서 사회정의는 지금껏 안보에 희생되어 왔습니다. 대한민국이 생긴 이래 그래 왔습니다. 그 위에 경제성장주의에 또 희생되어 왔습니
다. 오늘날 아이엠에프를 불러온 게 다름아니라 `사회정의를 돌보지 않은 경제성장주의'였습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벵갈 출신의
아마르티야 센은, “윤리가 경제를 오히려 더 강하게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회윤리 중의 으뜸이 사회정의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사회정의의 요구는 질식되고 있습니다. 20 대 80의 사회. 최근 발표된 각종 통계가 보여주듯이 상위 20%는 더욱 살찌고 중산
층은 허물어지고 최하위는 극빈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반대하고,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자는 것은 사회정의의 요구였습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주 35시간 노동을 법으로 정한 나라도 있지 않습니까? 실업 대책을 세우고 사회안
전망을 구축하라는 것도 사회정의의 요구였습니다. 프랑스에선 자전거타고 바캉스갈 때 사회안전망이 구축됐는데 자동차가 1천만대인 나라
에서 아직 때가 안 되었다면 말이 안 됩니다.
**시민의 볼모가 된 노동자
그리고 언론은 선동 좀 그만 둡시다. 시민의 발을 볼모로 했다구요? 내가 보기엔 파업 노동자들이 오히려 시민의 볼모가 되었더군요.
제조업체의 노동자였다면 훨씬 더 자유로웠을 겁니다. 또 `매일 수억씩 손해보면서 파업이 왠말이냐' 같은 소리도 하지 맙시다. 대도시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수단은 수지타산을 말하지 않는 게 세계적 추세입니다. 시민의 이동을 생존권 차원으로 보는 것이지요. 파리의
지하철은 총운영비 중에서 실사용자 부담이 40%밖에 안 됩니다. 그리고 이젠 서울 시민들도 좀 성숙된 시민의식을 가져봅시다. 그리하여,
“불편하지요. 하지만 나는 파업노동자들을 100% 지지합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쳐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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