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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극우를 구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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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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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4-07 04:20:32 from 211.220 조회수 13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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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특별기고
보수와 극우를 구분하자
우선 한국 사회의 진보를 위해 일하는 민주노동당의 모든 분들께 멀리서 뜨거운 애정과 연대의 인사를 보낸다. 비록 몸은 멀리 있지만 마음은 항상 함께 있음은 '진보'에 대한 시어질 수 없는 믿음 때문이다.
새 천년이라고 한다. 자본은 때를 만난 듯 더욱 소비를 부추기고 있지만 노동자들과 서민들에게는 위화감만 주고있을 뿐이다.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새 천년의 의미가 아주 없지는 않다. 그것은 마침내 한국 땅에 진보 정당이 뿌리내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새 천년은 기어이 한국 정치사에서 진보정당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처럼 중대한 전기를 만난 우리는 우선 우리들 앞에 전개되고 있는 한국의 정치적 지형을 정확히 읽어야 할 것이다. 정치 지형을 정확히 읽어야만 올바른 전략과 전술을 담보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한국의 보수세력과 극우세력을 구분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경쟁대상과 극복대상을 분명히 구분하고 이를 정강 정책 등의 기조에 반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극복대상이란 말할 것도 없이 극우세력을 말하고 경쟁대상이란 보수세력을 말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잘못된 인식을 가져왔다. 진보와 보수로 아주 쉽고 간단하게 양분해온 것이 그것이다. 즉, 진보가 아니면 모두 보수이고 따라서 모두 극복 대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아주 중대한 잘못으로 지금까지 정치의 장에서 헤게모니를 쥐고 있었던 극우세력이 파놓은 함정에 우리도 빠졌던 것이다. 양극으로 치달았던 사회의 결과이기도 했다.
극우세력은 절대로 스스로 극우라고 말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극우 국민전선당도 마찬가지여서 스스로 극우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들을 극우로 분류시켜주는 역할은 주로 보수 우파가 담당하고 있다. 극우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극우 세력은 우습게도 스스로 보수라고 칭했고 심지어는 자유민주주의를 참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실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보수도 아니고 자유민주주의도 아닌 극우다. 예를 들어, 지금 국가보안법 개폐와 재벌 개혁에 결단코 반대하고 있는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은 극우세력이지 보수도 아니고 자유민주주의도 아니다. 우리가 오랜 동안 경험했듯이 극우세력은 진보 정당 자체와 노동운동 자체를 부정하는 세력이다. 그렇다면, 우리를 부정하는 극우 세력과 우리를 그래도 허용하는 보수세력을 한데 묶어 '보수'라 칭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중 정부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한국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보수세력과 극우세력 사이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정치권력의 장에서 처음으로 극우세력이 헤게모니를 잃은 것이다. 예컨대, 전교조와 민주노총의 합법화는 극우 헤게모니 아래에선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새 천년은 한국의 앞날에 실로 중대한 갈림길이 될 것이다. 극우세력을 몰아냄으로써 드디어 상식이 통하는 온건한 사회로 갈 것인지 아니면 다시 극우세력에게 헤게모니를 빼앗김으로써 암울한 과거로 되돌아갈 것인지 판가름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 정당의 앞날도 이 결과에 따라 크게 영향받는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극우세력을 척결하기 위해서는 아주 맹렬하게 싸워야 한다. 그러나 극우세력과 헤게모니를 다투는 관계에 있는 보수세력을 비판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자칫 극우세력에 동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보수세력에 대한 비판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진보의 차별성을 스스로 부각시키는 편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진보의 장점은 진보 자체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진보/보수 정당체제를 지향하고 있다. 이 구도가 보여주듯 보수는 진보의 경쟁대상이지 극복 대상이 아니다. 극우 세력은 진보/보수 체제를 위해서도 우리가 넘지 않으면 안될 가장 중대한 걸림돌이다. 보수와 극우를 구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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