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이 우익을 이겼다?"
박찬호 경기에 느닷없이 '좌익타도'가 등장한 사연
문성 기자 aemet@hanmail.net
좌익이 우익을 이겼다~!
대한민국의 소위 '우파' 정치인들이 들으면 머리가 아플 대사건(?)이 벌어졌다. 미국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좌타자를 중심으로 막강 라인업을 구성한 오클랜드팀이 박찬호가 선발등판한 텍사스 레인저스팀을 마구마구 두들겨서 8:3이라는 큰 스코어차로 완승을 거둔 것이다.
여기서 잠깐!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순간 고개가 갸웃거리셨을 게다. 메이저리그 이야기에 "느닷없이 뜬금없이 어이없이 황당하게 엉뚱하게 살벌하게" 좌.우파 이념공방이 왜 끼어드나? 하고. 그러나 사연을 들으면 금방 이해가 되실 것이다.
'himang21'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이 <노래로 가꾸는 희망의 숲>(songnlife.com) 자유게시판에 폭로한 바에 따르면, 지하철에 뿌려진 4월 1일자 스포츠조선 가판의 헤드라인에 "좌익 타도"란 글자가 대문짝만하게 실려있고, 그 옆에 조그만한 사이즈로 '박찬호'란 이름이 붙어 있더란다.
그런데 그 내용인즉, 텍사스 레인저스의 에이스로 새로 자리매김한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와의 개막전에 등판해서 좌타자가 즐비한 오클랜드 강타선을 간단하게 제압할 것이라는 주관적인 소망을 피력한 그런 기사였다는 것인데 문제는 '극우신문' 조선일보의 자매지 <스포츠조선>이 대책없이 그것을 단 네 글자, "좌익타도"라는 섹시한 구호로 압축정리해서 올린 것.
<스포츠조선>의 소망 내지는 바람처럼, 우완투수 박찬호가 오클랜드의 좌타자들을 멋드러지게 농락해서 원사이드한 승리를 거두었으면 얼마나 좋았으랴.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와는 정반대로 박찬호가 오클랜드 좌익들에게 무참히 난타당하고 큰 스코어차로 패하고 말았으니, 이를 일러 '좌익이 우익을 이기고 말았다'고 해야 하나?
http:www.urimodu.com/ez2000_1/system/db/data01/upload/4736/chanho_1.jpg
(디지틀스포츠조선의 기사에서는 '타도 왼손'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2002.4.1)
여(余)가 생각컨대, <스포츠조선>이 박찬호 선발경기에 빗대 작심하고 '좌익타도'를 소리쳐 외친 것은 필경 '급진좌파' 노무현 바람에 위축된 '우익들의 기'를 펴주려는 갸륵한 의도에서 그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그로 인해 오히려 '좌익들의 기'만 더 살려주게 됐으니 이제 와서 누구를 원망할꼬. 조선일보의 자매지 스포츠조선의 처지만 딱하게 됐다.
참고로, 본인도 박찬호의 승리를 기원한 사람 중의 한 명임을 밝힌다. 그가 오로지 나와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외 다른 이유는 없다.
이 기사는 하니리포터에 게재된 것입니다.
|
|
..프린트버전 보기
..E - 메일로 보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