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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편지]『박하 사탕』 그 쓰디쓴 기억의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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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금천온라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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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4-07 02:17:09 from 210.221 조회수 136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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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사탕』 그 쓰디쓴 기억의 언저리
TV에서 '박하 사탕'을 보았다. 마침 오늘이 일요일이라 아무런 부담없이 보았다. 여섯 번 째던가...보고 또 봐도 생각만 깊게 만드는 묘한 매력의 영화이다. 영화건 글이건 리얼리티한 측면을 선호하기에 '박하 사탕'과 같은 작품은 열 번을 봐도 항상 새롭게 다가온다. 적어도 나에게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휘황한 외투를 뒤집어 쓴 '쉬리'. 그러나 놓치기 쉬운 반북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쉬리'로 유지되며, 우리들의 가슴을 무겁게 만들었던 1999년이 저물어 갔다. 대결과 승리만이 유일한 존재가치였던 20세기의 마지막을, 우리 서로는 '쉬리'가 빛어놓은 세련된 '반북 이데올로기'를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며 절망하고 있었다. '쉬리'의 상업적 성공에 너나없이 환호하며...
20세기를 보내며 21세기를 맞이하는 그 경계에 '박하 사탕'은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박하 사탕'은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서울 개봉관에 몇 개의 스크린을 잡았는지도 모르고, 몇 일만에 간판을 내렸는 지도 기억에 아스라하다. '박사모'('박하 사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있다는, 당시로서는 조금 생경한 매니아들을 남겨놓은 채 그렇게 '박하 사탕'의 필름은 영화관을 쫒겨갔다.
나는 그동안 본 것 또 본다는 아내의 눈총을 받으며 '박하 사탕'을 비디오로 서너 번을 보았다. 하긴 '첨밀밀'이라는 구닥다리(?) 홍콩영화도 여러 번 빌려 본 사람이 바로 나다. 그런 내가 졸린 눈을 비벼가며 또 '박하 사탕'을 지켜 보았다.
나는 왜 '박하 사탕'을 보았는가? 배우의 연기가 매우 뛰어나서? 아니다. 눈요기감이 많아서? 물론 아니다. 감독의 역량과 재능을 흠모해서? 아쉽지만 아니다.
나는 나의 20대와 30대를 '박하 사탕'을 통하여 본다. 영호가 겪었던 광주 항쟁을 나는 중1때 현장에서 바라보았다. 영등포 공단으로 짐작되는 영호의 '공돌이' 시절을, 나 역시 대전의 조그마한 프레스 공장에서 지냈다. 영호가 발악하며 물고문하던 그 겁에 질린 청년의 뒷모습을 나 역시 2박 3일의 장안동 대공 분실에서 지새웠다. 밥 먹을 때도 신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버릇까지 나와 닮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내 아내는 따로 사귀는 남자가 없으며, 내 이력에 경찰 시절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일 뿐...
하지만 나는 '영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아니 우리 모두는 '영호'의 절규를 애써 못들은 채 할 수 있는가? 이 점이 나의 시선을 다시 TV속의 '박하 사탕'에 고정시키는 이유가 아닐까? 매일의 주가 지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부-우자 되세요'가 인사말처럼 되어버린 지금. 궁상맞은 '박하 사탕'의 느린 화면은 차라리 덮어버리고 싶은 지난 날을 상처처럼 내보이는 아픔으로 다가온다.
열병처럼 다가왔던 민주주의에의 소망과 뒤틀린 사회에 대한 적당한 분노가 우리의 20대를 버티게한 힘이었다. 막걸리와 분노가 없었다면, 그 힘들었던 80년대를 과연 이겨낼 수 있었을까? 마포대교를 건너며 부르던 87년의 '목포의 눈물'과 친구의 자취방에서 지켜보던 89년의 청문회는 또 얼마나 우리들의 감성지수를 끓어 오르게 만들었던가?
그러나 기득권 층의 반격에 번번히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던 기억들이 더 많았다. 친구들은 하나하나 대열에서 떨어져 나가고, 자꾸만 작아지는 '우리'의 모습 속에서 힘에 겨웠던 나 자신도 편한 길을 찾아 떠나왔다. 온갖 핑계를 만들어서 스스로를 위로하며, 그렇게 아내와 자식의 웃음만을 흡족하게 생각하며 지금껏 나는 이렇게 서 있었다. 못난 30대의 누추한 중반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만약 노무현이 없었다면 무거운 멍에를 가슴에 둔 채 앞으로도 마냥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나라는 인간을 내가 잘 알기에 분명 그랬을 것이다. 적당히 회피하며 적당히 뭉개면서....
다행일까? 아니면 거대한 운명일까?
일상의 편안함과 출세지향적 타성 가운데 노무현은 다시 나를 찾아왔다. 마치 아내 몰래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짜릿함으로 노사모의 오프모임을 찾아갔으며, 잘 쓴다고 칭찬(?)도 받았지만 오랫동안 계기가 없어 손놓았던 글도 이렇게 올리고 있다. 친구들의 핸드폰을 잠깐 빌려 후원금을 내는 도적질(?)도 양심의 가책없이 저지르게 되었으며, 천연덕스럽게 그 친구에게 애국자금을 납부했다고 농치기도 하였다. 그러면 간혹 투덜대는 사람에게 술 한잔 사주면서 '바보'이야기를 꺼내고, 반쯤은 협박으로 '경선 신청서'를 쓰게 하기도 하였다.
'영호'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은 나의 30대를 우울하게 만들었던 또 다른 나였던 것이다. 영화에서 처럼 누군가 나에게 "삶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냐?"고 다시 묻는다면 나는 어찌 대답할까?
"지금 내가 잠자리에 드는 시각, 내 나라의 어느 곳에선가 노무현도 나와 같이 잠이 들었을 것이다. 아무렴 세상은 아름답지, 아름답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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