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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저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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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영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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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4-07 12:21:51 from 61.79.6 조회수 5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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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bjaga 님이 쓰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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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제 아들 명혁이에게는 꿈이 하나 있습니다. ‘대통령’이 되는 것이지요. 남들이 들으면 아직 어려서 그럴 것이라고 웃어 넘길 수도 있겠지만, 아빠인 저로서는 아주 소중한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아이가 자라서 세상을 좀 더 알게 되고 좌절을 경험하기도 하면서 그 꿈이 바뀔지라도 말입니다. 또 어린 시절의 꿈은 이루기 어려워 보일수록 더욱 소중하고 가치가 있으니까요.
저는 아이가 언제부터 이런 꿈을 간직하게 되었는지 잘 모릅니다. 저학년 때 까지만 해도 과학자가 되겠다고 했었거든요. 그 중에서도 특히 화학을 연구하고 싶다고 했었지요. 창작과 비평사에서 나온 인물이야기 ‘전염병을 물리친 빠스뙤르’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거든요. 하지만 아이가 4학년 2학기가 끝나갈 무렵의 어느 날, 제게 이렇게 물어 오더군요.
“아빠~!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될 수 있어요?”
참 어렵더군요. 평소 아이의 질문에 좀처럼 당황하지 않고 대답하는 편이었고, 또 잘 모르는 부분은 아이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아니면 백과사전을 뒤져서라도 아이의 궁금증이 풀릴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곤 했었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에 대한 강한 적대감 때문에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포함해서 10여년의 청춘을 이른바 운동권에서 보낸 아빠가, ‘대통령이 되는 법’을 물어오는 순진한 아이에게 과연 어떤 대답을 해주어야 할 지 참 난감했거든요.
“명혁아~ 대통령이 되려면 우선 공부를 잘 해야 한다.”
오랜 고민끝에 제가 아이에게 한 대답은 이와 같은 지극히 일반적인 대답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그렇게 대답한 것은 아니었지요. 아직 그 잔재가 사회 곳곳에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제 비정상적으로 권력을 탈취하는 시대는 적어도 지나갔고 앞으로는 갈수록 서구처럼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권력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고요. 그리고 최근 몇 년동안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을 나름대로 분석한 결과였습니다.
그들의 출신학교와 주요경력을 토대로 저 나름대로 ‘대통령이 되는 몇 가지 길’을 찾아낸 것이지요. 그들은 일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공통적으로 명문대학을 나왔고요. 그 후 법조인의 길을 걸었거나(이회창 이인제 김중권), 언론계에서 오래 종사했거나(최병렬 정동영),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거나(한화갑 김덕룡), 재야 운동에 헌신해온 경우였죠(김근태 이부영). 물론 두 가지 이상을 경험해 온 사람도 있고요.
아빠의 이런 설명을 들은 우리 명혁이는 바로 자신이 진학할 대학을 결정해 버리데요. 심지어는 가고 싶은 고등학교도 그 대학에 입학생을 가장 많이 배출한다는 학교로 결정했고요. 그리고 6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 꿈을 간직한 채로 그렇게 시간이 흘러 왔습니다. 그러다가 불과 얼마전 저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아까워하지만 당선가능성은 전혀 없어보이던 노무현 후보가, 명문은커녕 지방대학도 다니지 못한 사람이, 그것도 망국적인 지역감정이 판치는 나라에서 경상도 토박이가 민주당 대통령후보 광주경선에서 1위를 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접하곤 크게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한 충격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그 후 언론을 화려하게 장식하면서 전국을 소용돌이속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른바 ‘노무현 바람’에 제 정신이 번쩍들었습니다. 비로소 제 아이에게 해 줄 말이 생긴 것입니다.
“명혁아~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저 노무현 아저씨처럼 살아야 한다.”
이 말을 하고 난 후 제 속이 얼마나 시원하던지요. 그전까지는 그렇게 살면 대통령은커녕 국회의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 엄연한 현실이었으니까요. 오죽하면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아름다운 바보’라고 부를까요. 불의에 맞써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원칙을 지켜온 사람, 왜곡 편파보도를 일삼는 언론에 정면으로 맞서온 사람, 늘 노동자와 서민의 편에서 살아온 사람, 지긋지긋한 지역감정을 없에야 한다고 늘 낙선의 길을 스스로 걸어간 사람, 이런 바보같은 사람이 지금 온 나라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니요. 이렇게 살아온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나라...생각만 해도 희망이 샘솟는 듯 합니다.
아빠의 설명을 다 듣고 노무현 아저씨를 좀 알게 된 우리 명혁이 녀석, 얼굴 한 번 보러 가잡니다. 그 소리에 너무 기쁜 나머지 저는 아이에게 꼭 노무현 아저씨와 기념사진을 찍도록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래서 온 가족이 어제 식목일에 민주당 대구경선을 직접 지켜보기 위해 대구 전시 컨벤션 센터로 갔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축제 분위기더군요. 이른바 ‘노사모’ 사람들이 신명나게 어울려 놀면서 우리 일행을 맞이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사탕도 나눠주고 화개장터, 아침이슬 등의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요. 웃기는 것은 우리 명혁이 녀석 노사모 아저씨들이 모여 있는 광장에 자연스럽게 털썩 주저 앉아서 같이 손뼉을 치기도 하고 노래를 따라 하기도 하고 노무현 아저씨 캐릭터가 그려진 뱃지를 하나 얻어서 가슴에 터억하니 달기도 하는 폼이 너무 자연스럽데요. 누가 제 아들 아니랄까봐서 말입니다.
잠시후 대회장에 들어가려고 5층으로 올라갔더니 못들어가게 하네요. 민주당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민선거인단도 아니고 그저 역사적인 현장을 구경하러 왔을뿐이니까요. 마침 제지를 받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지금은 민주당의 지구당 위원장을 맡도 있는 옛 동료를 만나는 바람에 여분의 출입증을 얻어서 겨우 들어갈 수 있었는데요. 아이는 얼마나 좋아하는지 엄마, 아빠손을 뿌리치고 무대 바로 앞까지 나가서 빈자릴 하나 차지하고 앉아서는 정말 진지하게 경선대회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까지 단 한명의 진보적인 인물도 국회로 보내지 못한 보수적인 도시 대구에서조차 그 바보가 1위를 하더군요. 그리고 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전 제 스스로 감흥에 도취되어 아이에게 노무현 아저씨와 사진을 찍어주겠다던 약속도 까맣게 잊어버릴뻔 했습니다. 지지자들에게 답례를 하고 수많은 보도진과 수행원에 둘러싸여 다음날 경선이 예정되어 있는 인천으로 바삐 떠나는 ‘아름다운 바보’를 제가 부랴부랴 달려가서 붙들었습니다. 수행원들이 바쁘다고 말리더군요. 과감히 뿌리치고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아이에게 좋아하는 노무현 아저씨와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기꺼이 명혁이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면서 걸음을 멈추더군요. 그래서 겨우 고물 사진기로 한 방 찍었습니다. 주변에 있던 기자들은 그런 광경을 놓지지 않고 프래쉬를 터트리고, 명혁이는 기분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요. 저도 참 많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한 마디도 입밖으로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아마 알테지요. 어디 말로 다 해야 아나요. 느낌으로도 알 수 있도, 또 몸짓으로도 서로 통할 수 있으니까요. 만약 말을 할 만한 분위기였다면 저는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아름다운 바보인 당신은 제 아이의 희망입니다.”
시간에 쫒겨 바삐 자리를 뜨는 일행을 보내고 우리 가족은 다시 노사모 사람들이 모여서 뒷풀이를 하는 곳으로 와서 재미있게 지켜보다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참 즐거운 하루였고 명혁이에게는 정말 의미있는 현장체험학습이었지요. 그러고 보니 지난해 식목일에 우리 가족은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본부’에서 주최하는 식목일 행사에 참여해서 대구 대곡생태공원에 은행나무 한 그루를 심었던 생각이 나네요. 그 나무의 이름을 ‘명혁이와 함께 자라는 나무’라고 지었고요.
올해 식목일에는 비록 산에 나무를 심지는 못했지만
그 보다 더욱 소중한 것을 우리 명혁이의 가슴속에 심었습니다.
‘희망 혹은 꿈’이라는 이름의 나무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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