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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진실을 말해야 한다[오마이뉴스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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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06 10:58:54 from 218.50. 조회수 280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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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
<언론시평> 노무현과 이회창의 언론관련발언, 악의적 왜곡과 감추기
김동민 기자 wanju@hanil.ac.kr
'기자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 중앙일보 4월6일자 사설의 제목이다. 세무조사와 언론개혁논쟁으로 세상이 시끄러웠던 작년 8월1일 노무현과 저녁자리를 함께 했던 5명의 기자들에게 들이대는 주문이다. 노무현이 이 자리에서 집권 때는 메이저 언론을 국유화하겠다는 발언을 했는 바, 이는 "대선의 향방까지 바꿀 중대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 사설의 결론이다.
"합석한 사람은 다른 직종도 아닌 기자들이다. 자신들이 속한 언론에 대해 그런 무자비한 발언을 들었다면 진상을 제대로 밝힐 책임이 있다. 거짓된 정치풍토를 척결하기 위해서나 나라의 장래를 위해 그렇다. 기자는 진실을 밝힐 때 기자로서 존재한다."
지극히 지당한 말씀이다. 기자가 진실을 알고도 입을 다문다면 그는 더 이상 기자가 아니다. 그런데 기자가 말해야 할 '진실'이란 무엇일까? 국유화 발언은 그 자리에서의 진실이 아니거나 적어도 지나치게 과장되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뒷북을 치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쟁점은 동아일보 폐간 발언이다.
다시 묻는다. '진실'이란 무엇인가? 맥락을 들어내고 술자리에서 튀어나온 몇 마디 발언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진실인가? 기자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인가?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했던 데카르트는 그의 <철학의 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한 원인에 의해서 그런 많은 것들이 생겨날 때, 설사 우리가 그들 중 어떤 특정한 것들에서 더욱 많은 개연성을 발견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어떤 망설임도 허용되지 않는 행위가 문제 되었을 때, 이성은 우리가 그들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그리고 그것을 선택한 이상, 마치 그것을 극히 확실한 것으로 판단하기나 하듯이 꾸준히 그것을 추구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회의(懷疑)할 필요가 있는데, 보통사람들의 일상사 속에서는 섣불리 속단하며 진실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서 왜 데카르트인가? 일반 대중들에게서야 일상적으로 회의하며 진리를 탐구하려는 자세를 기대할 수 없지만, 기자는 달라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확인. 이것이 기자의 기본 자세 아닌가? 확인도 하지 않고 '개연성'만으로 어제는 1면의 머리기사로 올리고, 오늘은 사설에서 기정사실화한다. 이것이 기자가 존재하는 이유인가?
오늘의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은 <"노무현 東亞폐간 발언은 사실">이다. 사실과 진실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를 보면 '사실'이란 "실제로 있는 일"이며, '진실'은 "바르고 참됨. 절대의 진리"로 되어 있다. 기자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했다. 모든 사실이 다 기사로 되는 것은 아니다. 또 사실을 기사화할 때는 진실을 기록해야 한다. 노무현이 왜 어떤 의미에서 그런 발언을 했는지, 그의 언론관이 무엇인가가 진실이 될 것이다. 그런데 조선 중앙 동아의 기자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고 취중발언의 사실 여부만 따지고 있다. 그러면서 진실을 운운한다. 이인제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의 발언보다 더 충격적인 발언이 있었다. 5년 전 꼭 이맘때쯤이었던 모양이다. 당시 민자당 경선이 한창이던 때, 이회창 후보는 정치부 기자들과 저녁회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자기에게 좋지 않은 기사를 쓴 두 명의 기자를 지목하며 '너희들 씨를 말려버리겠어', '너희 창자를 뽑아버릴 것'이라는 '무자비한 발언'을 했다고 한다. 농담도 아니고 정색을 하며 뱉은 말이었다.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언론에 대한 인식이 묻어 있는 진실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민감한 시기에 이 발언은 전혀 보도되지 않았으며, 특정 신문사에 의해 경쟁후보에게 전달되지도 않고 넘어갔다. 당시 이회창을 드러내놓고 지지했던 중앙일보에도 정보보고가 올라갔을 것이다. 왜 그때 중앙일보는 진실을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으면서 지금은 막무가내로 써대는 것인가? 쓸 때 쓰더라도 '더욱 많은 개연성'을 찾아야 하는 것이 기자의 책무가 아닌가?
나는 중앙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기대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중앙의 변신을 두고 '쇼'라 하고 속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중앙일보 기자였던 오동명은 최근에도 홍석현 회장 부친의 전력을 들먹이며 친일이나 전두환보다 더 악독하고 악랄한 자의 신문이라고 비난하지만,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적 감정에 치우친 지나친 오버라고 본다. 이념논쟁에 대해서도 조기숙(이화여대), 강원택(숭실대), 손호철(서강대) 교수의 글을 기획시론으로 연재하는 열린 자세를 보여주었다. 조선이나 동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세다.
중앙은 이번 대선에서 엄정 중립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음모론이나 색깔론까지는 대체로 옳은 방향을 견지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국유화론이나 동아폐간론은 중앙의 그런 다짐이 공염불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표현이 다소 과하게 나왔더라도 그것은 표현방법의 문제이지 진실 자체는 아닐 것이다. 세무조사와 언론개혁, 그리고 조선일보에 대한 노무현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확인해서 알리는 것이 기자가 말해야 할 진실이다. 왜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고 왈가왈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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