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돌이 님이 쓰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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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학파의 대표적 학자인 마르쿠제는 현대사회의 가장 큰 병폐로
'일차원적 인간의 양산'을 들었다. 시장가치의 '효율성'이라는 가치의 일원화로
모든 복잡한 인간현상들을 단순화 시키고자하는 새로운 종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오늘날 '단순무식과격'의 부시가 대표선수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일차원적 인간이란 자본주의 사회에 내재하는 새로운 파시즘적
인간이다.(그는 다른 가치가 등장하면 분통을 터뜨린다!)
그런데 어제 iTV 봉두완의 민주당 대선경선주자 합동토론회에서, 이인제씨 또한
부시를 능가할 정도의 '단순성'을 과시했다. 물론 그가 여러분야에서
단순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어제는 특히 그의 '일차원적 언어관'이
쓴웃음을 자아냈다.
일반적으로 모든 문장에는 통사론(syntax), 의미론(semantics),
화용론(pragmatism)의 요소가 혼합되어 있다. 그래서 어떤 문장을 이해하려면,
그 말의 문법적(통사론적) 의미뿐만 아니라, 그것의 의미(의미론) 또는 실제적
의미(화용론)까지 아울러 봐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사실 모든 문장은 그 앞뒤에 연결되어 있는 문장들까지
모두 관련시켜보아야 진짜 의미가 드러난다. 이것이 맥락(context)효과다.
몇년전에, 조선일보가 최장집 교수의 논문을 트집잡았을 때, 사용했던 전형적인
수단이 바로 '맥락무시하기'였다. 어떻게 해서든지 한 문장, 한 단어로
떼어내어 그것을 최대한 왜곡시킨 뒤, 당사자에게 해명해보라는 식이었다.
이인제씨가 그 수법을 조선일보로부터 배웠는지(조선일보 기자출신 김윤수가
그의 특보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닐게다), 아니면 [그의 말마따나] 원래부터
그의 피와 뼈에 사무쳐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런데 그가 조선일보 보다도
한 술 더뜨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그의 언어관에는 의미론도, 화용론도,
맥락도 없다. 그에게는 오직 죽은 단어들을 문법적으로만 연결시켜 이해하는
통사론만이 존재한다. 게다가 그 허접한 문법들을 연결시키는 도구가 그의
독특한 '논리비약'이다. 그의 이러한 통사론과 논리비약은 마구잡이식
마녀사냥의 첨병이라 하겠다.
그의 언어관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예를 두 개 들어보겠다.
사례1)
<아이스크림 진열창 앞에서>
아이1 : 무지 날씨 덥네. 저 아이스크림 정말 먹고 싶다.
아이2 : 하지만 우린 돈이 없는 걸.
아이1 : 어떻게 좀 해 봐!
일반인의 상식적 해석 : 아이1은 갈증이 나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으나 돈이
없으니 아이2로 하여금 하소연 혹은 돈을 구할(빌릴) 방도를 촉구하고
있는듯하다.
이인제의 해석 : 아이2가 돈이 없다고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이1이 자꾸
닥달하는 것은 아이1이 아이2로 하여금 아이스크림을 훔치자고 제안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느냐. 이거...내가 지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왜 자꾸 말을 빙빙
돌리느냐.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다들이면 된다. 아이들을 데려다가 조사해보면
다밝혀질 것이다. 나는 절대 없는 말 지어서 하는 사람이 아니다.
사례2)
<공원 벤치에서 앉아 있는 갑과 을>
갑 : (바나나를 먹고 있는 '을'에게) 나도 한 입주라!
을 : 알았어. 아~~ 해.('갑'의 입에 바나나를 대주는 척하다가 얼른 자신의
입속으로 바나나를 통째로 넣어버리는 '을'.)
갑 :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고) 캭! 죽어버릴껴!
일반인의 상식적 해석 : 갑과 을은 절친한 관계로 보이며, 을이 갑에게 '음식
장난'을 걸고 있다.
이인제의 해석 : 전 이 말을 전해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 대화가 사실이라면
중차대한 사건일 것입니다. 갑이라는 사람 입으로 '죽여버린'다는 말을
했습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그런 말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갑에게] 보라,
당신이 직접 했던 말 아니냐. 분명히 '죽인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이것은 분명
살인미수다. 말을 빙빙 돌리지 말고, 했으면 했다고 인정해라. '을'이라는
증인도 있다. 고소하려면 고소해라. 그럼 모든 것이 법정에서 밝혀질테니까.
나는 '갑'당신이 했던 말에 대한 모든 증거자료들을 가지고 있다. 자신 있다.
여기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이인제의 해석'은 완전히 블랙 코미디이다. 그런데
어제 iTV에서의 노무현 후보에 대한 이인제 후보의 질문 공세가 '정확히' 이
수준이었다. 그의 '논리적 비약'의 과감성에는 어떠한 해석의 진지성도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나는 어제 이인제씨가 보여준 이러한 일련의 수준미달의
질문공세가 진짜 자신의 견해라기 보다는 잘못 짜여진 전술적 차원의
행동이었길 마음속으로 바랜다. 그러나 만일 이것이 이인제씨의 '진짜
수준'이라면, 그건 실망의 차원이 아니라 절망 그자체가 되고 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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