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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후보님, 당신이 색깔론에 매달리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진심으로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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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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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4-06 08:00:18 from 61.74.1 조회수 49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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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회창씨를 좋게 평가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법관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좋은 학교, 좋은 자리를 거치면서 평생을 귀족적으로 살아왔다는 점, 지금 한나라당에는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있다는 점 등을 그의 정치가로서의 단점으로 생각해 왔을 정도이고, 그 밖의 것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해 온 사람입니다.
사실 저는 그의 정직성과 꼿꼿함을 별로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아들 병역 문제에 있어서도, 아버지의 친일 문제에 있어서도, 손녀의 국적 문제에 있어서도, 빌라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도 그로 인해 그를 사악한 사람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색깔론을 펼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나는 그를 근본적으로 다시 한 번 평가해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의 색깔론은 이인제의 색깔론과 그 본질에 있어서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그의 색깔론도 이인제의 색깔론과 마찬가지로 "거짓과 조작에 근거한 흑색선전식의 색깔론"이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나는 이회창의 색깔론을 그의 무지나, 순진함의 소산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이회창이라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하루 아침에 증오로 바꿔버릴 만큼 경박한 사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순된 이야기 같지만, 사실 저는 한나라당과 대표적 보수 언론들이 결국에는 색깔론에 목숨걸고 집착하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처하기 위한 지혜와 힘을 미리부터 모아 나가자는 주장을 수차례에 걸쳐 해 온 사람입니다. 즉, 이회창씨가 색깔론에 집착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미리부터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또 저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사실을 예상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색깔론을 이회창씨의 입을 통해서 듣고 나니,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나의 마음 속에서 벌어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의 정직성과 인간성을 계속 믿어도 되는 것인가 하는 갈등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색깔론은 결국 "거짓말과 조작을 필수적인 근거로 하는 전형적인 흑색선전"인데, 어쩔 수 없는 생존투쟁이라 하더라도 그런 것에 집착하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인간적인 믿음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하는 갈등 말입니다.
반면 이인제씨의 정직성에 대해서 나는 그리 신뢰감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가 색깔론을 제기했을 때 나는 망설일 것 없이 그것에 대해 가차없는 비판과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에는 색깔론의 주체가 정직성과 원칙적 꼿꼿함을 가지고 있는 이회창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이를 어찌하지요?
고민 끝에 나는 이회창씨에게 몇 가지 나의 생각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 색깔론에 집착하는 당신의 모습은 정치인으로서는 불가피한 것일지 모르지만, 인간적으로는 이회창이라는 인간의 파괴를 의미합니다.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당신의 색깔론 전략을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2) 나는 그 동안 당신의 리더쉽을 높이 평가해 온 바 있지만, 그런 평가의 이면에는 너무 순탄하게, 조금 듣기 싫어할만한 표현일지 몰라도 다소 어부지리로 지금의 정치적 위치까지 온 점이 있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습니다. 당신은 이제부터 그 댓가를 지불하게 될지 모릅니다. 그 댓가 중 값이 가장 비싼 것은 색깔론 같은 더러운 흑색선전에 몸을 싣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당신이 이런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순응한다면, 당신은 그 동안 평생을 쌓아 올린 정직하고 대꽂같은 인간으로서의 이미지를 하루 아침에 잃게 될지 모릅니다.
(3) 당신은 나름대로의 목표를 가지고 최선의 노력을 다 해 왔습니다. 저는 지금까지의 당신의 족적이 주어진 여건 속에서는 최선에 가까운 것이었음을 인정합니다. 그 결과 당신은 잘만 된다면 대통령이 되어서 평생을 쌓아 온 지혜와 힘을 실현할 수 있는 지위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당신이 쏟아부은 모든 노력과 인내심과 정직성에 커다란 존경심을 표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신은 그 동안 국민의 눈이 집중 된 곳에서는 단 한 번도 맡아 본적이 없는 "상대방을 거짓과 조작에 근거해서 터무니 없이 헐뜯어야 하는 색깔론이라는 흑색선전쇼"를 해야 하는 최고 악역을 맡게 되었습니다.저는 이 점에 대해서 무한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역시 역사는 하나님이 만드시는 것이지 인간이 만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일지 모르지만, 주변에 있는 가벼운 기회주의자들의 재촉에 흔들리지 말고 역사의 정의와 순리를 따르세요. 현실적 상황으로 볼 때 이런 소망이 저의 허무한 기도가 될 가능성이 거의 100%에 가깝지만, 그래도 당신에게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21세기 마지막 색깔론쇼의 주인공이라는 21세기 정치사의 최고 악역만은 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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