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의 자승자박 -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나?
장신기 [chungwolgusa@hanmail.net]
http:jabo.co.kr
민주당 경선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던 요즘, 예상치 않은 음모론과 색깔론이 불거지면서 민주당 경선이 위기에 봉착했다. 정치적 무관심과 불신에 사로 잡혀 있던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적 참여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국민 참여 경선제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성공적으로 정착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국민들도 이 제도의 성공 여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음모론과 색깔론은 이러한 정치사적 의미와 국민적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으며, 또한 음모론과 색깔론 자체가 합리성이 결여된 부당한 정치공세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민주당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는 노무현 후보에 대한 정치공세 차원에서 음모론과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의 지지세 확장을 상징하는 이른바 '노풍'의 배후에 뭔가가 있다는 의도로 음모론을 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노무현 후보의 개혁성이 민주당이 담지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다는 근거로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문제제기는 우선 사실적 차원에서부터 논리적 모순이 있다. 우선 음모론부터 살펴보자. 노풍의 배후에 음모가 있다는 문제제기는 우선 사실에 대한 엄밀한 검증과 확인작업이 결여된 사항이다. 민주당 경선의 절차적 공정성을 훼손할 만한 일이 없다는 점과, 언론사의 여론 조사 역시 객관적이고 공인된 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실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노풍이 특정 세력의 음모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주장은 그 사실적 차원에서부터 심각한 문제가 있다. 명확한 근거 제시 없이 이루어지는 음모론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색깔론 역시 문제가 많다. 이인제 후보의 노선과 노무현 후보의 노선에는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노무현후보의 정치노선이 민주당의 일반적 수준에 비해서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노무현후보는 민주당내 개혁파의 정치노선과 같다고 할 수 있으며 그 수는 민주당의 절반에 해당한다. 민주당내 개혁파의 입장은 한국 사회의 이념적 수준에서 볼 때 비판적 자유주의 정도에 해당된다. 이러한 주장과 노선을 급진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념적 동질성이 비교적 높다고 평가할 수 있는 민주당 당내에서 정책논쟁이 아닌 색깔론적 공세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유감스럽다.
위와 같은 음모론과 색깔론은 사실적인 차원에서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주장은 감정적인 대립 구도를 자극하여 합리적인 토론과 비판을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점이 있다. 국민경선제를 통한 참여민주주의 확립이라는 정치사적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음모론과 색깔론의 문제점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한국 정치사를 되돌아보면 음모론과 색깔론은 승리 지상주의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선 수세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고 보자는 승리 지상주의적 발상의 결과물이 바로 음모론과 색깔론인 것이다. 이미 이인제 진영에서 음모론과 색깔론을 제기함으로써 대선주자 진영 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도 고질적인 진흙탕 정치가 재현되었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이는 국민경선제를 통하여 참여민주주의 실현을 기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또한 음모론과 색깔론이 중심적인 화두로 자리잡는 순간, 경쟁 세력들 사이의 합리적인 정책토론과 비판은 사라지게 된다. 그 빈 공간을 비생산적인 정쟁과 갈등이 채우게 됨으로써 정치적 불신과 혐오는 더욱 강화된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 재발하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의 모범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민주당 경선에서 특정 후보의 과도한 승부욕에 의해 위와 같은 구태가 재현되는 현실은 대단히 안타깝다.
국민들의 정치의식을 고려하면 구태의연한 음모론과 색깔론은 더 이상 효력을 가지지 못할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 다르게 모든 정보는 거의 완전히 공개되고 있고, 그에 따른 평가와 검증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많은 언론매체들이 권력을 밀착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음모를 꾸민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근거 없는 이념공세는 오래 전에 약효가 떨어졌다. 음모론과 색깔론 제기는 하루속히 중단되어야 한다. 색깔론과 음모론 공방 대신 치열한 정책 대결과 논쟁이 중심이 되는 정치를 모든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
|
..프린트버전 보기
..E - 메일로 보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