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님이 쓰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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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몸으로 실천하는구만” -
저는 지난 1월에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제 아내는 고향이 광주입니다. 주위에서 저희 부부를 대할 때면 언제나 한마디씩 툭 던집니다. “지역감정 타파를 온 몸으로 실천한다”고요. 하지만, 전 그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습니다. 그냥 제 아내가 좋아서 결혼한 것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제 아내는 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탓에 국내 정치에는 관심도 없고, 그리고 지역감정에 대해서도 그렇게 민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민경선이 진행되면서 저와 아내, 그리고 노무현과 우리의 미래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노사모 홈페이지에 실린 글들을 보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여러 번 했습니다. (왜 이렇게 감정이 북받쳐 오는지 아직도 알 수가 없습니다) 또한,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누구를 지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TV토론회를 보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 -
요즘 민주당의 '국민경선제'가 실시되면서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글이 여기저기서 자주 눈에 띕니다.
솔직히 저도 그동안 정치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선거철이 되면 늘 투표는 했지만. 그렇다고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는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선거가 중요하다고 전공으로 배웠고, 그래도 명색이 법을 공부한 사람인데 투표권은 행사해야지 하는 막연한 생각에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동안 투표를 해 오면서 내가 제대로 투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누가 당선이 되도 늘 변하는 건 없는데다가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별개로 취급해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저 남의 일이라는 그 느낌..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 간단합니다. 훌륭한 사람이 되면 됩니다. 그러나, 누구를 지지하느냐의 단계에서는 그런 기준은 아무런 작용을 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오히려 지역․혈연․학연․당선가능성 등등 우리 사회를 꽁꽁 묶어 온 사슬들이 더 큰 작용을 해 왔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결여 된 것에서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새로이 '누가 이 나라의 다음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와 관련하여(특히, 정책, 이념 등) 진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안정를 중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견해와 경제대통령이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고, 개혁에 무게를 두는 견해와 우리 사회의 대립과 반목을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조정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습니다.
모두가 훌륭한 기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기준이 얼마나 후보자들을 잘 검증해 주고 가려낼지는 의문입니다. 말로만 안정과 개혁을, 그리고 경제를 떠들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런 위치에 있지 않고 그럴 능력도 없다면 말입니다.
이제 ‘노무현’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상고를 졸업한 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변호사의 길을 걸어 왔습니다. 그러나, 인권변호사였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청문회에 나가 ‘청문회의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눈물을 흘렸습니다. 정치자금으로 수십억 수백억원을 갖다 바치면서 종업원들이 올려달라는 단돈 몇 만원은 그렇게 아까웠느냐고..... 그리고 던졌습니다. 총칼로 정권을 잡고 국민위에 군림했으면서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전직 대통령에게 우리들을 대신하여......
3당이 합당했습니다.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판단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모두들 축제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잔치판을 뒤로 하고 다시 고행의 길을 또 걸어갔습니다.
서울 종로에서 당선된 적도 있습니다. 그냥 편하게 의원 신분을 유지할 수도 있었고, 지역감정을 외면한 채 슬그머니 그냥 비껴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철저하게 행동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그랬습니다. 낙선 후 말했습니다. “단지 옳다고 생각한 것을 실천에 옮긴 것뿐이다”라고.
분단된 현실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보는 더 없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안보와 안정을 말하며 그 중요성을 항상 강조합니다. 비록 자식들이 군대에 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러나, 그는 특별히 말하지 않습니다. 그의 아들은 강원도 전방에서 병으로 3년의 군복무생활을 조용히 마쳤습니다. 국방의 의무,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말이 필요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주목하는 것은 그가 역사적인 순간들마다 어디에 있었느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항상 국민들과 함께 하고 그것을 몸으로 실천해 온 그에게 앞으로도 그러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도 바로 그런 사람이어야 합니다.
- ‘우리’를 보지말자 -
이제 봄이 왔습니다. 긴긴 겨울의 혹독한 날씨도 이겨냈습니다. IMF의 고통도 참아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어둡기만 합니다. 여전히 부정한 것이 오히려 당연시 되고 정당한 것은 바보가 되고 있습니다. 뇌물, 커넥션, 무질서, 시기와 질투, 대립과 반목, 진보와 보수, 좋은 게 좋은 것. 그 모든 것들이 우리 시대를 지배하고 우리 사회를 조종하는 가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가 사라져 간 이 자리에 우리의 자녀들이 남게 된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웠습니다. 우리에게는 다음 세대에 물려줄 만한 가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신성한 의무를 그동안 저버리고 살아 왔습니다. 냉소와 외면을 거듭한 채....
그렇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를 보지 말고 ‘우리의 자녀들’을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 처음 그 느낌처럼 -
모두들 어김없이 올해도 꿈을 꾸겠지요.
올해엔 꼭 내 가게를 낼 거야......
우리 딸애 결혼도 시켜야 하는데......
아들이 고3 올라가는데 걱정이 너무 커.........
올해엔 꼭 은행 대출을 다 갚아야 할 텐데....
이번엔 꼭 취직해서 부모님 걱정 들어 드려야지....
올해 우리 결혼할 수 있을까.....
저와 우리 모두의 소박한 바램들입니다. 그런데, 오늘처럼 이렇게 가슴이 설레이는 것은 왜일까요? 그를 처음 본 그 느낌처럼....
이제는 무엇인가를 시작해야 합니다. 옳고 정당한 것을 실천하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바로 그런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 그가 꿈꾸는 사회. 우리가 바라는 사회.....그리고 우리 자식들이 살아갈 사회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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