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노무현
나는 정치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8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서 오공청문회가 처음 열리던 시대
정경유착의 간판으로 지목된 H그룹 왕회장을 증인으로 세웠는 데
여야를 막론한 국회위원 신분의 질문자들이
증인을 상대로 지적하고 추궁하기는 커녕
"증인님께서........?"하면서 머리를 조아리고 허리를 굽신 거리며 현명한 판단을 할 때
동료 위원들과 같이 영특하지 못한 어느 바보같은 사람을 알기 시작하였다.
"나는 증인과 같은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받지도 않았고
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조용하면서도 논리정연하게 매서운 질문을 던지던
키도 작고 별로 잘 생기지도 않은
어느 무명의 초선위원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내 머리 속에 각인되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그를 보면서 그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나서 그이는 03이가 대통령 한 번 해 보겠다고 NO통하고
구국의 결단이란 미명하에 3당 야합을 할 때에도
같이 따라가서 좋은 자리 하나 얻었으면 좋으련만
그 것을 포기하고 또 한번의 바보같은 짓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수도권 또는 전라도를 택하여 국회위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임했더라면
남들이 그렇게 하고 싶어하는 그 좋은 자리를
몇 번 더 하여 관록을 쌓았을 터인데도
굳이 떨어질 것으로 확실한 부산에서
내리 3번이나 더 떨어지는 초라한 바보의 길만 걸어 가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주름살만 더욱 깊어 가고
현역 위원이 아닌 정치인의 모습은 더욱 초라한 바보일 뿐이었다.
98년 우연히 찾아온 종로의 보궐선거에서 잠시 금뱃지를 다는 맛을 보았지만
그 다음에 또 부산에서 출마하겠다는 바보을 길을 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때만은 노무현 혼자만이 바보가 아니라
그 지역구의 유권자들도 같이 바보이기를 바랬었다.
『바보 노무현』을 국회위원으로 뽑아주는 바보같은 부산 유권자들!
그러나 그 때에도 부산시민들은 같이 바보이기를 거부했고
또 다시 노무현을 비참한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그런데도 그는 유권자들의 판단을 겸허하게 받아들였고,
고뇌의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우리는 그 동안 너무도 영특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여 너무나 많은 실망을 경험하였다.
대통령이 한 번 되면 그 좋은 자리를 스스로는 내 놓을 수가 없다고 버티던 대통령.
5년내지 7년 내외의 임기동안 수백원원 또는 수천억원을 벌어서 돌아가는 이재 밝은 대통령.
장성한 자식이 어떠한 일을 벌이던 그저 재롱으로만 보고 싶었던 자상했던 부모로서의 대통령.
주변사람들이 고통을 받아도 그저 나한테만 충성하는 부하만 있으면 된다고 믿기만 하다가 실기한 대통령.
그 들은 모두가 너무도 영특한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아주 영특한 대통령 후보자를 만나고 있다.
정권 한번 잡아 보겠다는 목표는 숨긴 채
구국의 일념이란 캣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국민을 우롱하며 3당 합당이 추진될 때
그저 따라만 가면 된다고 가서는 많은 요직을 거쳐도 보았고,
대통령 후보로 나서 경쟁을 하다가 최종승리자에게 승복하기로 철석같은 약속을 하고는 패배하자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중에 원칙인 패배자로서의 승복하는 자세를 거부하고 돌아서는 길을 택했던 그였다.
그리고 자신만만하기만 했던 그가 바보같기만 했던 노무현이라는 경쟁자에게 뒤지는 듯하자
또 다시 경쟁을 포기할 것을 심사숙고 하다가 어쩔 수 없이 다시 후보경선에 참가하고 나서는
이제는 정책대결이라기 보다는 바보같은 경쟁자에 대한 과거의 약점아닌 약점을 가지고
그 것이 최고의 선택인양 영특한 머리를 회전시키고 있다.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한번만 물어보고 나면 그 영특한 머리로 곧바로 알아들을 수 있을 터인데도
이 번만은 똑 같은 질문을 중복해서 여러 번 해 대고 있다.
바보 노무현!
그는 앞으로도 영특하지 못한 계속 바보같은 인간의 길을 택할 것이라 믿으며
또한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대통령후보의 경쟁대결에서도 경쟁자의 일부 약점이 발견되어도
그 것을 가지고 맞대응하지 말기를 바란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지금과 같이 살아왔던 것처럼 바보 대통령이기를 바라고 있다.
영특한 대통령 후보와 바보같은 대통령 후보와의 대결!
이제는 국민들이 드디어 바보같은 후보를 선택하고 있다.
그리고 그 들 스스로가 바보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영특했던 대통령과 그 주변의 영특했던 사람들에게 지쳐 있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 대한민국에서 거짓말 하지 않고 정직하며
소신과 지조를 지키고 야합하지 않는
바보 대통령이 탄생되는 그 날을 기대해 보고 싶다.
노무현 바보!
대한민국 국민 바보!
그리고, 나도 그 바보의 대열에 기꺼이 끼이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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