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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노무현의 힘 5]를 올립니다. 1-4편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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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온라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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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4-06 05:26:53 from 210.221 조회수 112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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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지역통합을 넘어,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정치가로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시민 성향을 사회과학적으로 재단하던 계급중심의 사고는 상당 부분 무의미해졌다. 초기 자본주의 시대가 파생시켰던 생산수단의 소유여부에 따른 자본과 노동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전혀 새로운 시민(Civil)들이 사회의 주력으로 대거 등장한 것이다. 물론 이들의 대부분이 임금 노동자인 것은 여전하지만, 전통적인 노동계급의 범주를 뛰어넘는 자기위상을 확보한 것이다. 특히 90년대 냉전의 종식이 가져온 이념의 퇴보는 새로운 세계질서의 형성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요구받게 되었고, 그 공간에 경제 제일주의를 골간으로 한 新자유주의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한국 사회 역시 산업화 과정에 형성되었던 화이트/블루칼라 층의 구분이 20세기를 마치면서 경계구분을 잃어가고 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은 그간 블루칼라 중심의 노동자 권익투쟁의 지평을 전 부문으로 확대시키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그리고 이들은 이제 '서민'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화이트/블루카라의 경계가 무디어 졌지만, 실제 남한 사회에서 이들간의 심리적 통합이 완전하게 이루어졌다고 믿는 것은 무리이다. 아직도 의연히 두 계층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또한 각각의 그룹내부에도 상대적 박탈감이 엄존하는 현실은, 기존의 선명(?)했던 노동자/자본가의 구도보다 더욱 복잡하게 얽힌 면도 없지 않다.
남한 사회에서 정치인의 지지계층은 대부분 단순한 경향을 띄어왔다. 해당 정치인의 선천적인 지연을 공통분모로 하고(노무현은 이마저도 외면받았던 독특한 사례였다) 그가 보여주는 정책적 노선에 근거하여 지지계층의 변별이 확연한 차이를 이루었던 것이다. 실제 이회창을 보라. 노무현의 영향으로 영남의 지지기반이 와해된 지금, 이회창을 버텨주는 유일한 지지계층은 자본가를 중심으로 하는 기득권 세력에 불과하다. 바로 이 점을 확인한 한나라당의 여타 정치인들이 이회창과의 경선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상전벽해, 그 자체이다.
노무현은 애초 서민적 풍모를 과시하면서 이회장과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갔다. 다수의 상식적 서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10% 특권계층의 대리인 이미지를 형성하던 이회창을 압박하겠다는 다분히 공학적 전략을 선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남짓 경과한 오늘의 현실을 바라보자. 노무현은 애당초의 거점 공략대상이었던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지지를 뛰어넘고 있는 것이다. 심리적인 동질화에 이르지 못했던 노동자 속의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가 노무현 지지의 중핵으로 자리잡자, 이번에는 토네이도(빨아들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노무현의 합리적인 諸정책과 시장 경제에의 확고한 신뢰는 계층적 요구를 뛰어 넘는 토네이도 현상의 진원이 되고 있다. 모 경제誌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사회적 아젠다를 형성하는 기업 CEO들 속에서도 노무현은 압도적인 지지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제 노무현은 '지역 통합'의 깃발은 내려도 될 것 같다. 이는 당위이지 요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힘은 세대와 계층을 뛰어 넘는 사회통합의 적임자로서 다시 탈바꿈되고 있다. 한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계층의 지지를 온전하게 받아내는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을 뛰어 넘어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정치인을 가져본 적이 없는 남한 사회의 무경험은 이제 새로운 신드롬에 주목해야 한다. 그만큼 남한 사회의 과거는 적대적인 대결만이 생존의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김대중은 지역을 넘어 일정한 계층의 절대적 지지를 이끌어 낸 유일한 정치가였다. 이는 김대중의 집권을 가능하게 했던 든든한 자산이었으며, 또 다른 비토세력의 공격대상이 되기도 했던 '양날의 칼'이었다. 그러나 차기 노무현 정권이 갖는 안정성과 정통성은, 김대중 정권의 지지기반을 고스란히 물려받으면서도 그 비토세력까지 지지기반 확대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현실에서 발생한다.
노무현의 지지기반의 확대로 이제 수구세력은 진정 한 줌이 되고 있다.
1. 사실(Fact)로 말하라.
때로는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어느 날 오류로 밝혀졌을 때 우리는 심한 심리적 혼돈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새롭게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도 미심쩍은 자세를 취한다. 이는 무의식적인 자기방어이며, 또한 입장 수정을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변증적 단계이기도 하다.
남한 현대사의 분수령이었던 광주항쟁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고 나서, 우리가 겪어야 했던 자기 부정과 재정립 과정은 사실(Fact)이 가진 무서운 파괴력을 보여준다. 또한 수지 김 사건이나 평화의 댐 논란 등은 이를 반증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누군가의 편의에 맞게 가공된 정보가 아닌, 다큐 필름처럼 생생한 현장은 '있었던' 과거에 머물지 않고 동시대인의 가치 규범을 형성하는 데 튼튼한 자료의 역할을 하고야 만다. 위에서 든 사례는 우리에게 '국가권력과 개인'이라는 거대 범주를 고민하게 하며, 더 나아가 '부도덕한 사회와 도덕적 개인'이라는 사회학 명제를 재확인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노무현이 가지는 힘의 근원은 바로 개인적 삶의 이력이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적 정의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데 있다. 이것은 그가 개인을 뛰어 넘어 시대담론의 정중앙에 위치해 왔음을 의미하며, 사회의 발전 과도기마다 개인적 선택의 기준을 시대의 요구에 두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정치인을 가늠하는 척도로써, '공학적 정치인'과 '지사적 정치인'을 들고 있다. '공학적 정치인'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스스로의 행동기준을 패거리 편승심리 -소위 대세-에 두는 사람을 의미하며, '지사적 정치인'은 행동의 기준을 시대의 요구와 역사에서 구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개인이 가진 가치관과 역사의식의 차이에서 기인하며, 이야말로 우리가 개인을 판단하는 가장 유력하고도 유일적인 기준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개인의 지도자적 자질과 역량을 검증하는 막중한 시기에 있어서는 필연적인 자격기준의 리트머스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지도자적 요소로써 '비젼과 전망'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자질을 평가하는 유력한 근거들 중 하나일 뿐, 필수적 기준은 결코 되지 못한다. 실지 '비젼과 전망'이란 보통 각종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公約의 내용을 가지고 있으며, 대통령 선거에 있어 후보의 '비젼과 전망'이란 소속 정당의 이념과 정책을 집대성한 資料로서의 가치만을 지닌다.
다양한 정치일정의 분수령이 되는 대통령 선거에서의 선택 기준을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한국적 정치지형에서 정당간의 이념적 스팩트럼은 그다지 넓지 못하다. 이는 엄연한 현실이며, 우리가 가진 민주적 역량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정치일정에 있어서 그 후보자의 선택기준을 개인의 이력(Fact)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는 협소한 기준이 아닌, 유력한 기준이 될 것이다. 개인의 됨됨이와 역량을 평가하는 데 있어 그의 이력보다 더 좋은 준거는 결코 없다. (필자는 또한 그 개인을 둘러싼 지지환경과 세력의 지향성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언급하고자 한다.)
바로 노무현이 가진 폭발적 힘의 배경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현실 정치인으로써 개인적 삶의 이력을 시대정신의 지향점과 끊임없이 공존하고 긴장시키며 항해해 온 사람은 극소수이다. 굳이 들자면 김대중 대통령과 김근태 정도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외부의 지원과 도움에 의하여 형성된 가치관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끊임없는 사고와 긴장된 역사의식에 의해 독립된 자아가 형성시킨 '아름다운 정신'을 이들은 우리에게 보여준다.
우리는 노무현의 이력에서 변화와 역사의식에 대한 믿음을 발견한다.
조세 변호사에서 인권 변호사로 거듭 출발한 그의 이력을 통하여, 부의 축적이 우선이었던 기존의 가치관에 대한 가차없는 작은 거부를 볼 수 있다. 개인의 영달과 성공에서 벗어나 정의로운 사회가 갖추어야 할 보편적 가치에 눈을 뜬 노무현을 볼 수 있다.
청문회과정에서 보여준 포효와 그의 눈물을 통하여, 우리는 '달변의 변호사'만이 아닌 사회악에 대한 이성적 비판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과 헌신을 확인할 수 있다.
3당합당의 반동적 소용돌이 속에서 보여준 노무현의 결단은, 더 이상 그가 흔한 대중 정치인이 아닌 시대정신을 온 몸에 체현한 정치인의 반열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심원한 歷史와의 대화를 통하여 소아적인 개인의 껍질을 깨고, 유권자만을 바라보는 대중 정치인에서 한단계 도약한 것이다.
또한 거듭된 좌절을 통해 우리는 노무현이 스스로를 시련 속에서 단련되어 가는 모습을 보아왔다. 풀무질된 '노무현'은 도전과 좌절의 반복을 통하여 스스로를 한국 정치사의 빛나는 '천연 기념물'로 달구어 낸 것이다.
노무현은 또한번 자신을 한국 정치의 과거와 현재를 뒤돌아 보게하는 도전의 길에 내던지고 있다.
노무현을 여타의 '공학적 정치인'과 비교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궤변이며 어불성설이다.
2. 그 사람의 옆을 돌아보라.
97년 김대중의 비판적 지지논쟁이 한창일 때 필자는 한 매체에 자신의 견해를 기고했었다. 당시는 많은 젊은 세대들이 '젊은 한국'이니 '제 3후보'니 하는 김대중 필패론을 말하고 있을 때였다. 필자는 그 글에서 지지 후보를 판단할 때 놓쳐서는 안 될 요소 중의 하나로 후보의 지지 기반을 언급한 바 있다.
실지 우리는 지금까지 인물 중심의 사고에 빠져 큰 흐름을 놓쳤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로 이념적 세력에 경도된 나머지 '후보 개인'의 자산적 가치를 왜곡했던 오류도 겪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얻었던 일반 민주주의의 교훈은 후보와 그를 둘러싼 기반을 종합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명제였던 것이다.
분명 개인 김대중의 상대적 탁월성은 논란의 이의가 없었지만, 김대중 필패론의 배경에는 기형적 지역구조의 항상화를 겪었던 진보 진영의 '솥뚜껑 보고 놀라'버린 가슴이 있었던 것이다. DJP단일화가 없었어도 필자는 김대중을 지지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DJP단일화 보다도 더 큰 가치가 김대중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김대중을 둘러싸고 있는 '지지세력의 역사적 정통성'은 주저없이 현실 투표행위에서 김대중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친구를 사귈 때나 결혼을 결심할 때 그 사람의 주변을 본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지난 한국 정치에 있어 민주주의를 향한 당위적 정통성은 거의 대부분 김대중과 분리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비판적'이라는 조건을 감수하면서도 진보적 개혁 세력은 매번 김대중과 더불어 서민의 목소리를 한국 정치에 반영시키려 노력했다. 그리고 독자적인 진보세력 역시 김대중은 결코 타도되어야 한 대상이 아닌, 경쟁과 긍정적 비판 관계로 자리매김 되어 왔다.
바로 노무현이 가진 힘의 또 다른 근원은, 지난 시기 김대중이 분에 넘치게 누렸던 역사적 정통성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는 데 기인한다. 더구나 노무현은 기존의 민주적 지지 기반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의 발전이요, 자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존의 전통적인 민주적 지지 기반은, 민주 개혁을 열망하는 진보적 사회세력과 노동자 농민을 동력으로 하는 서민층 그리고 더 나아가 패권적 지역주의의 실제적 피해자였던 호남 민중들로 구성되며, 외연을 더욱 확대시키면 개인적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상식이 존중되는 사회를 바랬던 시민들로 대별할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김대중은 이러한 지지 기반에 김종필의 보수정서를 활용하여 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정치에서 노무현은 새로운 Code(상징)로 자리 잡았다. 많은 국민들은 노무현만이 반동적 수구 세력의 재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노무현에게 국민적 여망을 위임하는 지위와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실지 김근태의 경선 구호 중 하나였던 '김근태를 알면 김근태를 지지한다'는 내용은 노무현에게도 똑같이 유효하며, 여론을 통해 소리 없이 번져 나가는 상품 '노무현'의 호감도는 날로 더해 갈 것이다. 그만큼 노무현은 그동안 국민들에게 강경한 이미지로만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아니 최근에는 거대 언론의 악질적 담합으로 거의 알려질 시간적 여유도 없었지 않은가.
노무현은 분명 한국 사회의 상식적 발전에 선굵은 궤적을 남기고 있다. 실지 우리는 그동안 정서적 동질성을 확보할 만한 정치인을 거의 가져본 일이 없었다. 여타 정치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동질성은 몇몇의 사안에서만 느낄 수 있었을 뿐이었다. 개인의 이해타산에 근거한 동질성과 호응도는 이기성의 발로에 다름아니다.
실제로 '노사모'로 대표되는 자발적인 지지 모임의 성공은, 노무현의 지지 기반이 위에서 대별한 전통적인 지지 기반의 외연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유력한 반증이다. 노무현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빈부를 구분하지 않고 학력과 세대를 뛰어 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민주당의 전국 정당화에는 물론이거니와 진보적 정치 세력에게도 유용한 부수 효과를 안겨다 줄 것이다. 더 나아가 노무현의 성공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약자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서로 존중하는 공동체 의식을 구현하는 데에도 엄청난 기여를 할 것이다.
노무현에게 다가서는 통합과 개혁의 국민적 염원은, 분명 진보적 개혁 세력의 분열과 해체에 안쓰러워 했던 민족 민주진영의 새로운 희망으로 전화되어야 한다.
노무현은 이제 더 이상 '개인' 노무현이 아니기 때문이다.
3. 수구 세력의 무기를 무력화 시켜라.
노무현의 힘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다원적인 분화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항상 사안별 해당 당사자들의 이익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필연적이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칫 이를 조정하는 정부의 역할이 한층 막중해졌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정통성이 결여되거나 비토 세력이 많은 소수파 정부가 들어설 경우, 그 정부의 조정과 집행의 기능이 상당 부분 훼손될 가능성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소수파 정권인 현 정부가 겪어야 했던 수많은 시행착오들의 원인은 정책의 정당성 여부에 있었던 것이 아닌, 소수파 정부에 대한 수구 세력의 무조건적 왕따에 기인했다.
과거 정부는 국가권력의 중핵이라 할 수 있는 '이해관련 정책의 조정과 집행'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올바르게 수행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조정이라는 구실로 자본가나 그 대리 기관의 손을 교묘하게 들어주는 反서민적인 행태를 무수히 보여 주었다. 그 과정에서 정당한 약자들의 요구를 야만적인 폭력으로 짓밟는 폭거도 서슴치 않았다.
공권력의 부당한 폭력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보다 중시해야 할 것은 이러한 만행을 온존시키고 뒷받침해 왔던 각종 제도와 법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또한 비정상적인 제도와 법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괴물같은 패권적 지역 정서를 수구 세력이 부추키는 것을 가능하게 했던 한국사회의 비정상성이 존재했다.
우리는 그 동안 군사 정권과 그 아류 정권 치하에서 수많은 희생과 복종을 강요받아 왔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했던 물리력의 바탕에는 편향적인 악법과 폐단이 자리잡고 있어 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 보안법, 노동법 등이며, 제도로서는 직권 중재라는 관치 관행 등을 들 수 있다.
실제 국가 보안법의 온존과 '노동법 파동'으로 대표되는 개혁 법안의 미흡 등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뿌리 깊은 보수성을 증명하는 단편들이다. 나아가 의약분업이나 통합 의료보험 파동 등은 우리의 한계로 지적되는 설득과 토론문화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사회적 관심사가 제기될 때, 이를 슬기롭게 조정하고 민의를 모아내는 과정은 다른 무엇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이럴 때 기득권 층의 교묘한 반발과 여론몰이式 딴지에 정도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초기의 '국민과의 대화'는 정부의 설득과 중재 기능을 합리적으로 보여주었던 성과 중의 하나였다. 또한 기존의 일방적인 정경유착을 벗어나 성숙된 토론과 합의 문화를 이끌어 낸 '노사정 위원회'의 운영 등은 정통성을 가진 정부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뒤돌아 보자. 김대중 정부가 휘청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결코 내부에 있지 않았다. 한나라당과 수구 언론의 밀월관계 속에서 김대중 정부는 속절없이 왜곡되고 무너진 것이다. 대북 퍼주기 논쟁과 국부 유출 논쟁 등을 살펴보라. 왜곡과 과장이 교묘한 反DJ 反호남 정서와 결합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지난 4년간 신물나게 보아오지 않았는가.
노무현이 가진 힘은 보수적 기득권 세력의 무기를 원천 봉쇄할 수 있다는데 있다. 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미는 무기는 오로지 패권적 영남 정서에 기댄 反DJ 反호남 전략 뿐이다. (그들의 색깔 공세가 약발을 받는 것도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색깔론과 지역감정은 상호 의존적 관계임을 다음 편에서 밝히겠다.)
그리고 수구 세력의 전횡적 무기는 노무현에 의하여 무장해제를 당하게 되어 있다. 건전한 다수가 지지하는 노무현의 존재는, 그의 출신 지역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저들의 자중지란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 최근의 여론은 노무현만이 국민 통합을 위한 적임자임을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다. 박정희 이래 40년이 넘도록 한극 사회의 정상적인 발전을 가로막아 왔던 색깔론과 지역감정은 그 추악한 종말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노무현의 등장이 지역감정을 완화시킬지 몰라도, 반북 이데올로기 공세는 여전히 남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필자는 4편에서 이의 허구성을 입증할 것이다. 색깔시비는 정상적인 이념논쟁이 결코 아니었다. 수구세력의 색깔시비는 가장 추악하고 감성적인 지역감정의 연장선이며, 호남 고립화의 사상적 왜곡임에 분명했다.
노무현의 힘은, 그 동안 한국 사회의 정상적인 자기 발전을 왜곡시켰던 수구 세력의 지지 기반을 아래로부터 무너뜨리는 상식의 승리라는 점에 근거한다. 수구 세력들에게서 '지역 감정의 선동'이라는 그들의 유일한 무기를 빼앗아 올 때 그들의 지지 기반은 단 한줌으로 줄어든다. 이런 바탕에서만이 합리와 상식이 숨쉬는 공간이 열리는 것이며, 민족의 번영과 분단의 극복이라는 시대 정신이 제 궤도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수구 세력은 현저하게 당황하고 있다. 그들의 존립 기반이 노무현에 의해 송두리 채 무너져 가고 있으며, 국민들이 노무현의 소중한 의의를 차츰 깨달아 가고 있다. 40년간 누려왔던 수구 세력의 독점적 권력유지는 그 종언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의 힘은 수구 세력의 죽음과 동의어이다.
4. 색깔론의 음흉함을 재론한다.
개인의 사상과 이념은,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위로 사회의 합의된 질서를 현저하게 위협하지 않는 한, 무한정 조건없이 존중되어야 한다. 이를 부정하면 인간의 본성 중의 하나가 호모 사피엔스(생각하고 고뇌하는 인간)임을 스스로 거부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한국 사회는 그런 '무뇌아적' 부류들이 보수를 위장하며 사회 지도층을 자부하고 있다. 먼저 필자는 이들 - 김용갑을 위시한 수구 세력들-의 원조격에 해당하는 한 또라이의 이야기를 상기시키며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미국 국무부 안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
1950년 2월 위스콘신주 출신의 공화당 상원의원 조지프 레이먼드 매카시의 폭탄발언으로 미국은 1954년 그가 상원에서 쫓겨날 때까지 4년 동안 이른바 ‘매카시즘’ 광풍에 휩싸였다.
1946년 별 주목을 끌지 못한 채 간신히 상원의원에 당선한 법관 출신의 매카시는 이후 연일 신문 1면을 장식하는 유명인사가 됐다. 그는 한국전쟁 발발을 계기로 공산주의에 맞서는 ‘자유투사’로 입지를 굳혔고 1952년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미국 땅에는 두가지 부류 밖에 없었다. 미국식 자유주의를 신봉하지 않는 사람은 공산주의자라는 누명을 뒤집어 쓸 각오를 해야 했다. 온건파는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었다.
기계문명의 비인간화를 날카롭게 풍자했던 영국 출신의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은 이 때 미국 땅을 밟을 수 없었다. 미국내 정치가나 지식인 가운데 누구도 감히 매카시즘에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당시 보스턴 포스트지는 “이 나라(미국)에서 매카시를 공격하는 것은 일종의 자살행위”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그러나 매카시즘 광풍은 1954년 의회 청문회를 계기로 폭삭 사그러들었다. 매카시 의원은 상원의 전통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의사당에서 쫓겨났다. 그는 그 때까지 국무부 안에서 암약하고 있다고 주장한 공산주의자 205명 가운데 단 한명의 이름도 대지 못했다.
색깔론의 정체는 바로 이것이다. 체제의 위협을 느낀 기득권 층의 생존욕구로 시작되어, 영웅심리에 편승한 극단적 수구세력에 의해 증폭되고 마침내 실체없이 역사의 뒷편으로 퇴장한다는 것이 색깔론의 전부이다. 이성적인 토론과 반론은 양극화된 공간에서 설 자리를 잃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며 한 사회의 이성적 발전을 가로막아 왔음을 우리는 예시문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색깔론은 한 사회의 문화적 財富를 황폐화시키며, 극단적인 계층분열을 조장한다. 실체없는 유령에게 휘둘린 사회는 모든 정신적인 존귀함을 부정당하며,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마저 '매카시의 광장'에서 철저하게 능욕당한 채 자멸해 가고야 만다.
미국의 지성은 매카시에 의해 휘둘린 4년을 '미국 문화의 퇴보기'라고 규정한다. 그렇다면 저들의 말을 인용하자.
" 그대들이 매카시의 4년을 분노한다면, 악의적이고 음흉한 색깔론 시비에 60년간 신음해 온 내 조국의 현실은 얼마나 비참하며 얼마나 통곡스러운가!"
해방 이후부터 60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색깔론의 본질은 합리적인 이념토론의 과정이 결코 아니었다. 적어도 한국사회에서 색깔 시비의 대상은 죽음의 공포와 언제나 마주해야 했다. 색깔론의 대상이 되는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은 천형의 문둥이가 되어야 했으며,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마땅할 국민의 지위를 박탈당해 왔다. 죽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나아가 죽임을 부추키는 망령의 한 복판에서 떨고만 있어야 했다. 누군가 그에게 동정과 연민의 눈길을 보내면 그 사람 역시 빨갱이로 낙인 찍혔다.
미군정과 이승만의 이해에 의해 주입된 극단적인 반공 이데올로기는, 박정희의 폭압 시대를 거치면서 정치적인 반대 세력을 옭죄는 정치 논리로 교묘히 탈바꿈 되었다. 박정희에 반대하는 세력들 중 진보적 사회 세력과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던 김대중에게 야수의 발톱이 집중된 것이다. 더 나아가 김대중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에게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조봉암으로 대표되는 진보인사에 대한 탄압과 선거 때마다 돌출했던 소위 간첩단 사건들은 수구 세력의 색깔론 시비의 정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한국 정치에서 색깔론은 김대중으로 상징되는 反정부 세력의 명줄을 움켜잡는 수단으로 변질되어 명맥을 유지했다. 모든 집권자의 반대 세력은 국가 보안법의 먹이감이 되어 국민들로부터 격리되었고, 그 나팔수인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 언론에 의해 확인 사살을 당해야 했다.
수구 세력에게 색깔론은 만병통치약이 되어왔다. 그들의 기득권에 도전하는 모든 움직임들은 가차없이 '빨갱이의 준동'으로 몰렸다. 이렇듯 한국 사회에서 색깔론은 개혁세력과 親김대중 세력을 한묶음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언론을 통한 상징 조작을 통하여 한국 현대사의 반동적 '패러다임'으로 기능하였던 것이다.
색깔론은 정상적인 이념논쟁이 결코 아니었다. 언제나 색깔론은 압도적인 수구 세력의 우위 속에 퍼부어졌다. 속시원히 물어보자. 한국사회에서 '색깔론'의 이미지는 어느 세력에게 집중되고 있는가?
한완상과 최장집에게 겨누어졌던 색깔론 시비를 상기해 보자.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결코 벌어질 수 없었던 일들이 백주 대낮에 자행되었던, 한 인간의 인격과 사상에 대한 무자비한 테러행위에 다름 아니었다.
한국 사회의 색깔론 시비는, 국민들의 민주적인 진출을 위해 투쟁하였던 諸개혁 세력과 김대중을 동일화시키고 더 나아가 부도덕한 정권에 끊임없이 항거하였던 호남인들을 고립화시키기 위한 수구 세력의 계산된 음모일 뿐이다. 이는 수구 세력의 지지기반을 허무는 순간 그 효과가 반감할 것이며, 진지한 토론과 합리적 비판을 통한 진정한 이념논쟁의 단초가 마련될 것이다.
고착화된 지역구도를 하나로 모아내고, 公共善에 기반한 자율적인 논의와 장치가 마련되는 순간, 한낱 수구 세력의 기득권 유지와 부도덕한 정권의 권력유지 수단으로 악용되었던 소위 '색깔론' 시비는 막을 내릴 것이다. '색깔론'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자생적인 발전이 미뤄져왔던 지성과 문화의 숨통이 비로소 제 기운을 되찾을 것이며, 무엇보다 각 개인의 천부적 인권과 공동체 의식이 다시 앙양될 것이다.
노무현의 힘은, 지난 60년간 우리 사회 각 부분의 경쟁력을 가로막았던 '색깔론'의 본질인 탐욕적 지역대결 구도를 분쇄하는 데 유일한 도구라는 데 있는 것이다. 또한 노무현의 성공은 기존의 배타적인 반북대결 감정에서 벗어나, 우리 민족의 이익에 부합하는 새로운 한반도 지형을 작성하는 데 소중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노무현의 힘은 무고한 '빨갱이'를 양산했던 수구 세력의 음흉한 가면을 벗겨내고, 한국 사회를 자유로운 토론과 양심의 자유가 넘치는 문화적 지성 사회를 여는 데 일조(一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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