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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자유게시판 |
| 글 제목 |
[답변] 좋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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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옥수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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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4-06 02:06:44 from 211.228 조회수 7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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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토끼 님이 쓰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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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원을 다니는 여학생입니다.
정치에는 관심 많았지만, 아직까지 다른 사람에게 특정 정치인을 홍보(?)하고 다닌 적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처음으로 택시기사 아저씨께 노짱을 홍보했어요. *^^*
그동안 학우들과 이런저런 시사적인 토론도 자주하고 정치적인 쟁점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삶의 현장을 직접 누비는 일반 시민들과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지요. 공부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정치관과 평범한 시민분들의 눈으로 판단하는 관점은 많은 차이가 나더군요.
오늘 택시 안에서 조심스럽게 기사아저씨께 질문을 던졌죠.
"요즘 민주당 경선 열기가 대단한데, 아저씨는 지지하는 후보가 있나요?"
"없어요. 뭐~ 그 놈이 그 놈이지. 아가씨는 누구 지지하는데? 말해봐요. 뭐~ 별로 관심도 없는데...
아가씨가 지지하는 사람 찍어줄께요."
"그러면 제가 누구 지지해달라고 호소하는 것 처럼 되잖아요. 전 그냥 아저씨 의견이 궁금해서 질문했던 거였어요. ^^;;"
이때, 마음 한구석으론 열심히 노짱을 홍보하고 싶었지만 마치 외판원의 어설픈 강매처럼 듣는 사람에게 역효과를 일으킬 것 같아 신중하게 입을 다물었죠. 아저씨가 계속 말씀하시더군요.
"박정희 대통령 같은 사람이 나오면야...경제를 살렸으니깐...찍어주고 싶겠지만... 나같은 사람한테는 다 똑같지 뭐~ 그나마 정동영이가 젤 깨끗해보이더구만. 그 사람 뉴스 진행했었죠?
잘 생겼잖아. 말도 잘하고. 아가씨는 누구 지지하는데?"
"저는 노무현 후보 지지해요."
"그럴것 같더라구.. ㅎㅎㅎ 근데 그사람 이번에 갑자기 나왔지???"
이 택시 기사분은 노무현씨를 정치 신인이라고 생각하셨나봐요. 갑자기 정치판에 끼어든 사람으로 알고계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노짱의 걸어온 길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드렸죠. 이인제씨와 같이 정치에 입문했고, 3당합당 후에 두 사람의 길이 어떻게 갈렸으며, 왜 노짱의 부산에서의 연이는 낙선이 금빼지 보다 값진 것인가를... ... 아저씨는 어느 정도 수긍을 하시는 듯 보였는데, 끝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씀을 하시더군요.
"근데, 노무현 후보 마누라 어떻게 생겼소? 역대 영부인들은 인물이 왜 그 모양인지... ... 외국에 내보내기가 민망하잖아. 나는 이인제 후보 싫어요. 마누라가 영~ (설레~설레~) 맘에 않들어요. 노무현씨 마누라 얼굴이 궁금하네요."
의외의 말씀에 이 분이 과연 대선때 누구에게 투표하실까 너무나 궁금했어요.
이 분은 뉴스나 신문의 이슈에도 관심 없고, 정치판이 어떻게 굴러가지는지 신경을 않쓰시는 듯 보였답니다. 당장 제 주위를 둘러봐도 이런 분들이 대다수이지요. 치열한 삶의 한가운데서 당장의 생계가 걱정인 많은 분들에게 그 놈이 그 놈일 뿐인 정치 현실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만약 투표를 한다면 원초적인 기준으로 판다해버리거나 아니면 주위의 분위기에 휩쓸려 어떤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시겠죠. 많은 부동층이 이런 분들이 아닐까요? 대다수의 국민들을 정치에 무관심하도록 만든건 바로 서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파행적인 우리의 정치 행태때문이였을 겁니다.
저는 부산에서 블루 칼라 공무원의 서민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은 항상 쥐꼬리만한 월급이라며 불평하시면서도 특히 아버지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의 지지자셨죠. 공무원 신분으로 마땅히 지지해야되고, 그것이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하시는 듯 했죠. 김대중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냥 전라도 사람들이 짜증나기 때문에, 그리고 김대중씨는 다리가 불구이기 때문에... 이런 이유였죠. 어린 제 생각에도 그때 그런 아버지는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으로 못마땅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보수적인 분들이라고 무시해버리고 거기에 대해서 논쟁을 벌인 적도 없었지요.
그런데 얼마전 광주 경선 때의 일입니다. 아버지와 잠깐 통화를 하면서 광주에서 한화갑 후보를 제치고 노무현씨가 1등을 한것이 놀랍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아버지 말씀이 "노무현이가 대통령 되야되지 않겠냐.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야지. 그래야 앞으로 살아가는 너한테도 좋은거고..."
정말 의외였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늘 그러셨듯이 수구 세력인 이회창 지지자라고 생각했거든요. 무엇이 저희 아버지의 생각을 바꾸어 놓은건지 저두 잘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저 직접적인 삶과 무관한 정치를 회피해버리거나, 냉소로 지나쳐버리거나 아니면 힘의 논리로 파악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저희 아버지는 정치란 어차피 정의의 원칙과는 별개의 것이니 지금껏 그래온 것 처럼 힘을 가진 자들에게 한표를 던져주고 마는 것이 이 사회를 유지시켜나가는 순리라고 생각을 해온 것 같아요. 사실 저 역시도 노무현님을 항상 지지해왔지만 저의 작은 희망이 지금처럼 실현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정도를 걷는 자는 정치판에서 버텨나지 못한다고 믿었거든요.
그러나 지금의 노무현 돌풍 현상은 정말 저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저의 지지가 이렇게 다수의 힘으로 표출된 적은 첨이니까요. 돈도 없고, 조직도 없이 정도만을 걸어온 사람이 국민적 지지만으로 기득권 정치인을 압도하는 작금의 사태는 대한민국 유사 이래 혁명과도 같은 일이니까요. 저는 대한민국의 건전한 시민이란 사실이 이렇게 자랑스러웠던 적이 없습니다. 전혀 불가능 할 것 같은 일들이 실현되어가는 모습에서 저희 아버지께서도 '정치판에서는 결코 정의가 승리할 수 없다'는 체념적 믿음이 바뀌신게 아닐까하고 추측해봅니다.
새로운 정치 문화와 정치 개혁을 소망하는 여러분~!
눈 앞에 고지가 보입니다만, 좀 더 분발해야 될 것 같습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메이저 신문의 횡포와 수구 기득권 세력들의 음모가 판을 치는 그야말로 진실의 사각지대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젊은 네티즌 사이에서만 공유되는 진실의 목소리를 오프라인으로 확대시켜 나가야 될 것 같아요. 거창한 구호도 운동도 아닌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작했으면 합니다. 바로 주변의 작은 이웃들과 작은 소망을 담아 진실된 이야기를 해보자구요. 우리의 조그만 소망들이 멀게만 느껴지는 정치를 우리의 일상으로 끌어당길 수 있으니까요. 제가 만난 택시 기사분도, 저희 아버지 같은 분도 다같이 노풍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이 기쁨을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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