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일보 기사를 첨부합니다!!>>
한나라 최고위 공천·인사 '뒤집기' 횡행
'昌心이 萬事' 그림자 전락
당권·대권 분리 실패, 일부 의원 불만 표출
2002/07/12 005면 10:56:54
한나라당 최고위원회가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거수기로 전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권·대권 분리차원에서 지난 4월 당헌·당규를 개정,최고위원회의 권한과 위상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최고위원들의 '고유권한'을 사사건건 침범하는 바람에 집단지도체제의 취지가 크게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행 한나라당 당헌에는 최고위원회에 공천권과 인사권,재정권 등 당무의 전권을 위임해 놓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최고위원회의가 구성된 이후 대여 공세의 수위를 결정하는 것 외에 제기능을 발휘한 적이 거의 없다.
특히 부산진갑과 경남 마산합포 재선거 후보자 공천문제와 관련,최고위원들이 보인 행태는 최고위원회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부산진갑의 경우 현재 김병호 전 KBS 보도본부장이 후보 공천자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최고위원들은 지난 10일 간담회를 열어 김 전 국장이 아닌 다른 인물을 정하기로 의견접근을 이뤘으나 불과 하룻만에 '없던 일'로 해버렸다. 물론 부산 의원들이 11일 전체 모임을 갖고 김병호 전 KBS 보도본부장을 추천해 최고위원들이 부산 의원들의 뜻을 존중키로 했다고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 후보의 '입김'이 적잖이 작용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특히 이 후보의 최측근인 김무성 후보비서실장은 11일 부산 의원들이 김 전 본부장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물론 일부 최고위원들에게 창심(昌心)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산합포의 경우도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후보가 사실상 결정됐으나 11일 오후부터 김호일 위원장의 특정인물 지지선언과 일부 이 후보 측근들의 가세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상임위원장 배분과정에서는 더욱 무기력한 태도를 취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은 '3선급 이상을 상임위원장에 배분한다'는 원칙만 정했을 뿐 구체적인 인선은 이 후보의 지시를 받은 이규택 총무가 전권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일부 최고위원들과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는 겉으로는 '낮은 자세'를 강조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당무에 깊숙히 개입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대선과정에서 적잖은 마찰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권기택기자 ktk@busanilbo.com
[기자일기]'제왕적' 후보공천 / 김병군
/정치부/
2002/07/12 009면 10:59:23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전근대적인 정치형태를 지적하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이 연초에 정가를 풍미했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막강한 영향력을 빗대 '제왕적 총재'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다 최근 6·13 지방선거 압승 이후 한나라당은 '겸손해지겠다'며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여왔으며 이회창 후보 역시 제왕적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오래 가지 못했다.
8·8 재선거가 치러지는 부산진갑 후보공천 과정을 보면 '제왕적 후보'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당초 부산진갑의 후보공천은 13명의 예비후보가 공천을 신청했으나 공천심사위와 최고위원회에서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고 있다.
최고위원회의 세력이 서로 갈려 당내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비쳐지자 부산지역 의원들이 12일 긴급모임을 갖고 김병호 전 KBS보도본부장 쪽으로 의견조율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모임의 결론이 자연스러운 토론의 결과가 아닌 이회창 후보의 최측근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창심(昌心)이 전달되면서 이루어짐에 따라 '외압'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후보공천에 개입할 생각이었으면 굳이 여론조사는 왜 하고,현지 실사팀은 왜 보냈냐'며 공천심사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부산지역 의원들이 김 본부장을 선택하면서 '참신성,지역연고,대선기여도'를 내세우고 있는데 지역연고와 대선기여도 부분에 있어서는 쉽게 수긍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상향식 민주주의를 주장해 왔던 한나라당이 경선을 통하지 않고 중앙당에서 후보를 공천하기로 한 것 자체가 지역여론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많다.
그런 상황에서 이회창 후보가 당내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와 당무회의를 무시하면서까지 후보공천에 압력을 행사함에 따라 '제왕적 전횡'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gun39@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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