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 때문에 만신창이 된 김대중을 보며, 비통함을 느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포기할 수 없는 사명감(백성으로써)같은 것을 느끼며, 끝없는 여장을 계속해야 하는 운명을 느낀다. 누구나 살아 있는 동안에는 한 숨이라도 쉬어야 하는 팔자를 타고 났으니 말이다.
월드컵을 통해서 우리 민족은 대단한 자부심을 느꼈다. 비록 4위지만 세계는 우리 한국을 1위로 보았다. 나는 그 1위를 했다는 사실 보다 그라운드의 장면들을 보고 진정한 감동과 자부심을 느꼈다. 김남일의 투혼가운데의 한 장면인 여명과도 같은 눈빛, 상대편의 발에 걸려 넘어져 미끄러지면서 입을 굳게 다무는 박지성의 모습, 골라인 밖으로 이미 나간 공을 허리가 부러지도록 필드 안으로 집어 넣으려는 황선홍의 투혼 등 그들이 축구를 통해서 보여 준 것은 다름 아닌 절망가운데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들이었다.
나는 티끌과도 같은 국민이다. 미약하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면 창대한 사명의식이 살아난다. 그 사명의식을 갖고 우리 대표팀이 불가능한 축구를 세계반열에 올려 놓았듯이 나도 그러하고 싶다. 김대중의 빛은 꺼져가지만 그가 남긴 신화는 누구든 이어받는다. 그것은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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