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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글) 히딩크고향 방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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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네덜란드유학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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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7-11 12:26:38 from 211.207 조회수 21 추천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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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가 끝나고 인생의 모든 재미가 사그러진 것 같아서 그냥 심심해서 한 번 써 봅니다. 읽는 분들도 재미로 읽어주길….지난 한 삼년 자연과 더불어 공부 외에는 삶의 긴장이나 가슴 철렁 내려 앉는 사건들 없이 살아오다 보니 이번 대표팀 일곱 경기마다 얼마나 가슴이 쫄이던지? 한 경기 보고나면(주로 혼자 보았지만) 힘이 빠져 아무것도 할 수없었습니다. 덕분에 쓰던 논문이 좀 엉망이 되었지만….
내가 처음 이번 우리 대표팀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여름인디. 지난 여름 내가 사는 곳에서 한 20분 떨어진 훈더로(Hoedeloo)에 히씨 아저씨가 우리 아이들 데리고 전지 훈련 왔었습니다. 그리고 메뻘(Meppel) 이라는 곳(역시 여기에서 한 30분 떨어진)에서 그 곳의 동네 2부 리그팀과 경기를 한다는 신문 광고를 보고 그 날 오후 당장 달려갔죠. 사람 앉는 자리도 한 백개 될까 말까 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서서 보는 그런 동네 축구장인디.
하지만 장내 방송을 맡은 아저씨! 자기 동네 팀이 몇 년전 레알 마드리드(히씨 아저씨가 감독이었던 것 같다)를 상대로 경기를 벌인 후 가장 강한 팀이라고 소개하면서 그날 결성되었다는 동네 처자 5명으로 구성된 치어걸 응원팀의 개막 공연? 있고(물론 음악과 다섯 아가씨의 율동은 각자 놀았다, 하지만 동네 할아버지, 아저씨들 아가씨들의 의상=배꼽티에 그냥 만족하는 듯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어찌 자꾸 반말이 )
나는 처음에는 관중석에 앉아 보다가 금방 우리 아그들이 있는 잔디밭에 같이 앉아서 보았다. 도훈이 도근이 외에는 도무지 아는 선수가 없었다. 이거 도데체 뭘 하자는 거냐? 내가 아무리 한 일 이년 외국에 있었지만 그래도 축구하면 빠지지 않는 내가 모르는 선수들이 왜 이렇게 많은 것이여! 그러나 생각해보니 그 때 박지성, 이을용, 이영표, 김남일 등 이번에 스타가 된 얘들이 다 있었는데…..나는 낯선 이름들에 ‘히딩크 이 사람 젊은 얘를 경험만 키워주는게 월드컵 인줄 아나’ 이런 생각을 했다. 노는 시간에 후보로 앉아 있는 안정환, 이동국, 김민성, 이천수 뭐 이런 얘들이 공놀이 하는 것 옆에서 보면서 외국 감독 밑에서 순진하게 기죽어 있는 우리 아이들이 왠지 불쌍해 보였다. 이천수 같은 경우 감독 눈치를 실실 보다가 김도근이 부상당해 ‘천수!’하고 부르니까 히 감독 눈도 못보고 뛰어 나갔다. 히딩크는 연신 아이스크림을 빨아대면서 혹은 사탕을 먹어가면서 가끔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정확한 한국 발음으로 부르고 ‘뛰어!’ ‘앞으로’등의 한국말로 지시를 해댔다.
불쌍한 우리 아이들, 어릴 때부터 줄빠다에 같은 기합받아가며 오직 이기기 위해 뛰고 또 감독, 선배 눈치만 보았던 우리 아그들, 네덜란드 선수들 뭐 감독이 시킨다고 듣나? 감독하고 농담해 가면서 친구처럼 지내는데 히씨 아저씨도 그랬을 것인디 어찌 우리 아그들은 저렇게 기만 죽어서 눈치만 실실볼까? 너 그도 감독하고 이름부르면 친구처럼 지내도 된다 임마들아! 그 때 나는 또 한 번 우리 아그들이 불쌍하게 생각되었다. 기 좀 펴라 이 놈들아!
후반전 조금 지난 폭우가 쏟아져 경기는 중단되었다. 나는 폭우를 피해 차를 타고 집에 오면서 기가 죽어 있던 우리 아그들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아이스크림만 빨아대던 히딩크가 자꾸 겹쳐져 생각났고 우리 아그들과는 다르게 고향에 온 여유를 즐기던 몇 명의 네덜란드 코치들의 히죽거리던 미소가 자꾸 떠올랐다.
독일전이 진행되던 날 여기 방송은 제가 사는 곳에서 한 40분 떨어진 히딩크의 고향vaarseveld에 모인 한국 사람들 취재하는데 열을 올렸다. 그리고 히딩크 고향의 흙을 팔아먹는 가게도 생겼다. 무슨 성지나 된 것처럼…..
결론적으로 이제 히딩크 고향에 관광 좀 제발 오지 말아주세요! 좀 쪽 팔려요. 거기는 한 만 삼 천명 정도의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고 신문에 나오는데….
제 주변에 사는 평범한 네덜란드 사람들 생각에는 우리 나라는 축구만 아니라 다른 것도 네덜란드보다 못해서 모든 분야에 이런 코칭 스텦을 보내 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몇 주전에 평양과 개성사이에 남한에서 돈을 내서 무슨 기술대학인가를 세운다고 같이 사는 아주머니께 말하니까(여기는 남북이 무슨 웬수 관계로만 알고 또 북한은 맨날 퍼레이드만 벌이고 밥을 굶으며 김일성 신을 섬기는 사람들만 모인 미친 놈의 나라라 생각하기에 언제나 합리적인-사람이 살고 있었네식의- 설명이 필요해서 자주 이런 이야기를 함) 히딩크를 생각한 아주머니, 그럼 누가 가서 가르치냐고 그러길래 나는 당연히 남한에서 공대 교수들이 가서 가르치게 되고 언어문제도 없어서 좋다고 했더니…아주머니 마지막 말 ‘그래도 좋은 교육을 받아야 되는데 좋은 선생이 가서….’ 다시 한번 남한의 세계적인 위상을 확인하는 우리 아주머니의 한 마디….
우리 아주머니 한국에 두 번갔다. 딸 입양하고 그 딸과 한 번 방문을 했다.….78년과 83년에….우리 아주머니의 머리에 남한은 가난해서 아이들을 팔아먹을 수 밖에 없던 나라다. 화란만 오천명의 한국 입양아들이 있다. 그런데 한 쪽에서는 축구 감독을 경배하러? 고향 방문 온다!
헛소리만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쨌든 히딩크씨를 그냥 잘 했던 외국인 축구 감독쯤으로만 생각 해 줄 수 있는 국제적인 감각이 좀 필요한게 아닌가! 축구 구장에 동상, 공원 설립, 거기다가 한국 축구의 운명을 모두…..이거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지난 주 우트레흐트에 갔는데 시내 중심지 가까이에 있는 큰 철도청 건물 한편에 큰 동상이 있었는데 1940년에서 45년 사이 철도 파업을 기념한 큰 동상이었는데 과격하지 않으면서도 파업을 매우 인간적으로 형상화 해 놓았더라구요. 그걸 보니 한국대학에 있던 기념비들 생각 나고 울산이나 그런데도 이런 동상 좀 많이 새워야 겠다. 뭐 이런 생각들었습니다.
역사를 써 가는 기분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 히딩크에게 주어졌던 찬사를 좀 더 돌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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