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개인적인 느낌을 밝히자면 '장기표 밥맛'입니다. 그가 재야인사였을 때도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들으면 '꼴통' 소리가 절로 났으며, 그나마 내세울 만하던 간판도 민국당 참여하면서 다 녹이 슬었습니다.
하지만, 장기표씨가 필요하다면 쓰고 불필요하면 버려야 합니다. 단지 그가 '노무현은 국정운영능력이 부족해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라고 떠들고 돌아다녔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배척한다면 노무현 후보의 그릇의 크기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인제 고문을 포용할 것인가의 여부가 문제되었을 때 참고삼기 위해 '노무현이 만난 링컨' p185-188 내용을 게시판에 올렸었는데 장기표씨의 경우에도 역시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저 책은 노무현 후보가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다른 사람이 대필했다는데, 정작 후보 본인은 자기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 봤는지 모르겠네요. 해답이 여기 다 들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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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권력, 강한 정부
링컨 내각의 초대 국방장관은 사이먼 캐머런이라는 펜실베이니아 출신 정치인이었다. 캐머런은 주에서 보스 노릇을 하는 중진으로 대표적인 부패 정치인이었다. 그런 사람이 국방장관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경선 과정에서 매표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선거운동원들이 흥정한 내용은 재무장관 자리였다.
링컨은 매표행위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캐머런의 인물평을 요청했을 때 대뜸 나온 말은 "벌갛게 달아오른 난로만 빼고는 뭐든지 품에 넣고 훔쳐갈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링컨은 결국 캐머런을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펜실베이니아 정치인들에게 등을 돌린 상태에서 사분오열한 국가를 이끈다는 것은 너무도 큰 모험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재무장관 대신 실권이 없는 국방장관에 임명한 것이다.
남북전쟁이 터지자 국방장관은 군사적 측면에서 실권을 잃었다. 대통령과 연방군 총사령관 사이에서 모든 군무가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수보급의 측면에서는 국방부가 여전히 중요했다. 결국 부패문제가 발생했다. 1862년 1월 군사적 패배와 군수물자에 대한 부정부패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의회에 상하 양원의 '전쟁지휘 합동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위원회의 조사 결과 국방부 장교와 도급업자 간에 많은 부패와 비리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풀로 붙인 배낭은 비를 한번 맞으면 못 쓰게 되었고, 군복은 금방 구멍이 났으며, 낡은 모포와 썩은 돼지고기, 쓸모없는 구두가 대량으로 구매되었음이 밝혀졌다.
캐머런 장관에 대한 해임 요구가 거세게 일어났다. 그렇지만 링컨은 쉽게 경질할 수가 없었다. 캐머런 본인보다도 펜실베이니아 정치인들과 등을 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군수물자의 보급에 심각한 비리가 지속된다면 전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 링컨은 캐머런과의 우의를 유지하면서 그를 경질하는 데 성공했다.
링컨은 먼저 노련한 정치인인 수어드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경질문제를 상의했다. 그리고 나서 캐머런을 불러 러시아 대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욕심 많은 캐머런은 내심 국방장관직과 겸임할 요량으로 이를 수락했다. 그 후 국방장관 사직서를 쓰게 하는 일은 수어드의 손에서 이루어졌다. 수어드는 캐머런에게 대사직은 장관직과 겸임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환기하는 동시에 실권 없는 국방장관직의 현실을 한탄했다. 그러면서 후임 국방장관을 캐머런이 결정할 수만 있다면 실질적으로 국방장관과 러시아 대사를 겸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득했다. 이 자리에서 수어드와 캐머런은 후임 국방장관에 캐머런의 영향력 하에 있는 에드윈 스탠턴(Edwin M. Stanton)을 밀기로 합의했고 캐머런은 러시아 대사직 임명 이전 날짜로 국방장관 사직서를 쓰게 되었다.
캐머런이 지목한 스탠턴은 노골적으로 링컨을 비난하고 다니는 오하이오 주 출신의 민주당원이었다. 그럼에도 링컨은 흔쾌하게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링컨과 스탠턴은 오래 전부터 서로 알고 있었고 나아가 몹시 못마땅해 하던 사이였다. 링컨은 사감을 떨친 채 스탠턴에게 장관직을 맡겼고, 두 사람의 관계는 링컨이 암살당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땅딸막하고 다부진 체격의 스탠턴은 저돌적이고 다혈질이었다. 또 자기 딸의 유골을 오랫동안 침실에 두고 살았으며 부인이 죽었을 때는 그녀의 잠옷을 안고 밤마다 슬피 울기도 한 별난 사람이었다. 링컨은 그를 변호사 시절에 만났는데, 스탠턴은 링컨의 변론을 거부했었다. 뒷날 링컨은 스탠턴이 자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 내용을 들었다. "나는 그런 지독하고, 멍청하고, 긴팔원숭이 같은 사람과 사귀지 않을 것이다. 만약 내가 이 재판에서 신사다운 사람을 만날 수 없다면, 나는 이 소송을 포기하겠다." 이 말을 들은 링컨은 "나는 여태껏 이처럼 잔인한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링컨은 대통령이 된 뒤에도 스탠턴의 모욕을 감수해야 했다. 스탠턴은 링컨을 '심각한 멍청이'라고 하면서, 정부를 다스릴 능력이 전혀 없으므로 군사 쿠데타로 추방해야 한다고 떠들고 다녔다. 스텐턴에 따르면 링컨은 미국 정치에 아무런 영향력도 미칠 수 없는 '바보 고릴라'였다.
이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링컨은 스탠턴을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당시 링컨은 그의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자존심을 모두 버리기로 결심하고 스탠턴을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나아가 스탠턴을 믿고 그에게 전적으로 일을 맡겼다. 그리고 이런 링컨의 결정은 오늘날까지도 미국 사람들이 칭송하는 대표적인 인사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스탠턴은 편집증 환자처럼 일에 매달렸고, 씩씩대면서 밤낮으로 일했다.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사무실에서 숙식하면서 일에 몰두했다. 스탠턴은 군대를 병들게 하는 관리들을 경멸하고 그들에게 분노를 퍼부었다. 법을 무시하고 탈법을 일삼던 장군들을 감옥으로 보내 재판도 없이 몇 개월씩 감금하기도 했다. 스탠턴은 모든 철도를 장악했고 모든 전화선을 징발했으며 전 군의 명령체계를 장악했다.
링컨은 그런 스탠턴을 믿었고 그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런 일화도 있다. 어느 날 연방의원 한 명이 국방부에 가서 스탠턴의 책상 위에 대통령의 명령서를 내놓았다. 스탠턴이 명령에 따르지 않자 그 의원이 대통령의 친서임을 강조했다. 그러자 스탠턴은 이렇게 대꾸했다. "만일 대통령께서 당신에게 그런 명령을 지시하셨다면 그는 비난받아 마당한 바보일 뿐입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링컨은 스탠턴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가 바보라고 말했다면 내가 바보임에 틀림없다. 이제 스탠턴에게 자문을 구해야겠네." 링컨은 자신의 명령을 철회했다. 링컨은 스탠턴을 믿었고, 스탠탠은 링컨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스탠턴은 엉망이 된 군수 조달 체계를 바로잡고, 착오 없이 일을 처리했다. 그리고 링컨은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있는 곳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곳이다. 자신들이 소외당했다고 생각하는 수천 명의 병사들이 자기들의 처지가 개선되지 않는 것을 두고 장관을 비난한다. 그런데다 바닷가의 바위와도 같이 끝없는 침입자와 맞서 싸워야 한다. 땅을 깎아내는 험한 파도에서 병사들을 보호해야 한다. 나는 그가 어떻게 살아 남았으며 왜 산산히 부서지지 않았느니 알 수가 없다. 그가 없었더라면 나는 파멸했을 것이다."
한번은 전쟁기간 동안 후원금이 삭감된 데 대해 몹시 화가 난 한 상원의원이 백악관을 방문해 링컨에게 온갖 불평을 퍼부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링컨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질문했다. "당신은 감리교인이시지요? 그렇지요, 상원의원님?" "네, 그렇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감리교인들은 하느님에게 똑같이 맹세(swear)하지요? 장로교인이긴 하지만 국방장관 스탠턴도 같은 맹세를 하지요. 그러니 당신은 그의 전쟁 선서(swear)를 따라야 합니다."
일화에서 보듯이 링컨은 겸손한 권력으로 유능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믿고 일을 맡기고 최선을 다하게 함으로써 강한 정부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불리한 조건을 이겨내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링컨이 보여준 지도력은 오늘날 우리 정치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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