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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환선수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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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는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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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7-09 07:00:32 from 211.204 조회수 30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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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환인터뷰 ‘벤치앉아 남몰래 눈물 삼켰다’
국내 최고의 경기주도선수(플레이메이커)로 꼽히는 윤정환(29·세레소 오사카). 그와의 전화 인터뷰는 그가 소속 팀이 있는 일본으로 건너간 지 이틀이 지난 8일 밤 늦게 이뤄졌다. 월드컵 4강 신화를 벤치에서 지켜만 봐야 했던 안타까운 심정을 물었으나 그는 고참 선수답게 “팀이 중요하다”며 거듭 팀의 전체적인 화합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그도 인터뷰가 계속되자 “지난 월드컵 기간이 인생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시기였다”며 “너무 가슴이 아파 못먹던 술도 원없이 마셔댔다”며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윤정환은 지난달 29일 열린 2002 한-일 월드컵 터키와의 3~4위전을 앞두고 설레는 가슴을 달랠 수 없었다. 그 다음날 출전하는 선수가 늘상 그러하듯, 거스 히딩크 감독은 그를 중심 훈련조에 포함시켰고, 훈련 도중 그의 이름을 자주 불렀기 때문이다. “아~, 이렇게 한번은 뛰어보는구나. ” 그러나 그의 이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히딩크 감독은 그를 투입시키지 않았다.
한때 국내 최고의 패스감각을 자랑하는 윤정환. 그는 이렇게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을 벤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팬들도 그가 한 경기 정도는 투입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끝내 그를 택하지 않았다. 그는 “히딩크 감독한테 크게 실망했다”는 말을 감추지 않았다. 축구 인생에서 “이처럼 혹독한 시기는 없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월드컵 이후에는 “포상금 차등 지급 논란으로 가뜩이나 만신창이가 된 가슴에 멍이 늘었다”는 그는, 처음에는 다소 조심스러운 분위기였으나 인터뷰가 계속되자 당시 서운했던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2002 월드컵에 한 경기도 출전 못했는데.
=모든 것은 감독이 정하는 것 아닌가. 끝까지 최고의 상태로 몸을 준비해 두었는데, 써먹을 수 없었다. 할 말이 없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2달간 훈련하면서 정말 열심히 했다. 친한 동료 선수는 나에게 “정환이가 이렇게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더 노력했다.
-히딩크 감독과는 잘 안 통했나.
=내성적인 내 성격 탓도 있지만, 서로 얘기를 많이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3·4위전 전날은 훈련을 하면서 내 이름을 많이 불렀다. 대개 다음날 뛸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팀을 꾸려 훈련했는데,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기자들도 그동안 안뛴 선수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러나 그대로 안됐다.
-포상금을 차등지급한다고 할 때는 어땠나.
=1분도 못뛴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주는 대로 받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분명히 월드컵 전에는 차등지급 애기는 없었다. 그런데 선수들에게 주어야 할 돈이 많이 나오니까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 내가 경기에 뛰었다면 내 의사를 명확히 밝혔겠지만, 그럴 입장이 아니었다.
-차등지급과 관련해 불만이 없었다는 것인가.
=차등해도 고맙다고 생각하고 받기로 했다. 내가 뛴 것도 아니고 선수들이 다 열심히 뛰어서 이겼다. 명보형이 나서서 감독에게 차등지급돼도 거둬서 똑같이 나누겠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 상황을 보고 정말 쓴 웃음밖에 지울수 없었다. 돈받는 것을 떠나 게임 못뛴 게 가슴에 한이 됐는데, 돈 때문에 이러저러 얘기가 나오는 게 참기 힘들었다. 기분이 씁쓸했다.
-가족이 더 마음 아프지 않았는가.
=집사람이 몸져 누었다. 경기 전날에는 항상 전화를 해 “내일은 뛰냐”고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잘 받아주었는데, 나중에는 하도 물어보길래 짜증을 냈다. 더이상 묻지마라고 얘기했는데, 집 사람은 마음이 더 아팠던 것 같다.
-윤정환이 못뛴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
=팀이 중요하다. 경기 하든 안하든 팀은 하나가 돼야 한다. 그래도 스트레스는 정말 많이 받았다. 속으로 삭였다.
-속으로 삭이는 스타일인가.
=누구한테 얘기를 하겠는가. 얘기해도 서로가 부담스럽다. 항상 속으로 혼자 삭인다. 그래서인지 경기가 끝나면 뒷골이 뻐근하고, 머리가 아팠다.
-벤치 신세는 처음 아닌가.
=이번 월드컵처럼 벤치에 앉아본 적은 없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가장 긴 시간이었다.
-히딩크 감독의 장점은.
=좋은 성적을 내지 않았는가. 그것 말고는 모르겠다.
-단점은.
=단점이라고 애기할 게 없다. 아는 것도 없고, 감독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감독 하는 대로 하는 것 아닌가. 대표팀 자꾸 얘기하지 말라. 고개를 흔들고 싶다.
-히딩크는 체력을 강조했는데.
=한국 선수 누구나 경기에 나가면 잘 뛴다. 90분이 아니라 120분을 누가 못뛰겠는가. 월드컵 끝나고 아는 선배가 이렇게 얘기했다. 히딩크 감독은 자기가 뽑은 선수는 뛰게 하지만, 여론에 의해 뽑은 선수는 안 뛰게 한다고. 그 얘기 들으니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안정환은 자주 기용되지 않았는가.
=공격진은 선수가 많지 않다. 그러나 미드필더는 많았다. 히딩크 감독의 선수 기용이 너무 냉정하게 느껴졌다. 눈밖에 난 선수들은 뛰게하지 않은 것 같다는 선배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앞으로 한국축구는 어떤 식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나.
=월드컵에서 성적은 냈지만 다음 월드컵에서는 예선에서도 어려운 고비를 맞을 수도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낸 만큼 기대는 높다.
-일본프로축구 J-리그가 시작됐는데.
=지난주 토요일부터 했다. 6일 도착했고 10일부터 경기에 뛰려고 하는데, 감독이 이번주 토요일부터 뛰라고 한다. 몸이 근질근질하다.
-세레소 오사카가 1부리그로 올라갈 것인가.
=지금 선수들이 워낙 좋다. 나도 팀에 보탬이 될 것이다. 1부리그로 올라갈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평소 세레소 오사카가 2부리그라며 가혹하게 평가했는데.
=그런 식으로 선수의 기를 많이 죽였다. 그런데 2부는 나뿐이 아니었다. 후배 지성이도 사실 2부에서 생활하지 않았는가. 불균등한 비교는 싫다. 그런 점에서 조금 기분이 나빴다. 그렇다고 그것을 말할 수는 없었다.
-월드컵 뒤의 회한은.
=다 잊었다. 월드컵 전과 월드컵 때 후배들에게 끝날 때까지 열심히 하자고 말했고, 나도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러나 너무 쌓였다. 술은 1년에 한번, 아니면 두번 먹는데, 이번에 진하게 마셨다. 마시지도 못하지만 안마시면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한번 원없이 마셨다.
-윤정환을 사랑하는 팬들에 한마디 한다면.
=기대는 크게 갖고 월드컵을 준비했는데 뛰지도 못하고 일본으로 왔다. 사랑해 주시는 팬들에 고마움을 전한다. 여기서 열심히 해서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다.
김창금 기자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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