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모 새 회장 후보 사퇴한 명계남 노사모 회장
‘盧사랑’ 초심으로 돌아가자 노사모의 승리는 역사의 필연
글 이필재 기자 (jelpj@econopia.com)
명계남 노사모 회장
“초심으로 돌아가 노무현을 사랑하고 돕자.” 명계남(50) 노사모(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이 지난달 21일 4대 노사모 회장선거 후보를 사퇴하며 남긴 말이다.
노사모의 전직 간부인 권갑상씨가 지난달 중순 월간 「말」에 “노사모가 정치단체냐”며 노사모의 운영방식과 그의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한 후 그에 대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자 명회장은 “이런 사태를 미연에 막지 못해 한나라당 등에 이용될 수 있는 빌미를 준 데 책임을 지겠다”며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고 기자들과의 접촉을 끊었다.
그는 지난 6·13 지방선거 기간 중 노후보가 참석하는 민주당 후보 추대대회와 정당연설회의 사회를 맡는 등 노후보가 속한 민주당을 적극 도왔다. 지난 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는 모든 대회장을 쫓아다니며 노후보를 응원했다.
지난 5월엔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모는 새로운 정치동우회”라며 “현실 정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그는 조선일보를 ‘조폭 언론’으로 규정하고 이 신문에 대한 절독(絶讀)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박원홍 홍보위원장이 노사모를 ‘사이비 종교’‘정치 룸펜’ 등으로 깎아내리자 노사모 회원들이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이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박위원장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일이 있다.
권씨의 비판은 노사모의 이런 정치단체화를 겨냥한 것이다. 그는 “노사모는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이지 노무현 후보가 속한 정당을 지지하는 모임이 아닌데, 지방선거에서 그 원칙이 조금 흐트러졌다”고 비판하고, “유명 인사를 내세워 양적 팽창을 자랑하고 요란한 구호를 외치는 노사모가 아니라 더디 가더라도 함께 가는 노사모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국민경선 과정에서 회원 결의 없이 중앙집행부의 결정에 의해 경선 참여가 이뤄졌고, 부산상고와 노씨 문중을 이용한 패거리 정치를 재현했다”는 주장도 폈다. 노사모의 회계 보고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했다. 권씨의 이런 비판에 대해 노사모의 자유게시판에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노사모에 적지 않은 상처를 줬다는 질책이 잇따랐다.
명회장은 권씨의 비판에 대해 “국민 경선 참여과정에서 일부 무리한 계획이 추진되기도 했다”고 책임을 일부 인정했지만 “이런 방식으로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그는 자신에게 도전한 주부 회원 김모씨를 지지한다고 선언하고 후보를 사퇴했지만 그의 사퇴에 반대하는 회원들의 압력 등에 시달려 그녀 역시 6월27일 후보를 사퇴했다. 6월 말 치르기로 했던 노사모 회장 선거는 결국 연기되고 말았다.
노무현 후보를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인터넷을 통해 띄운, ‘노풍’의 진원지 노사모는 이미 정치세력이다. 노사모의 딜레마는 민주당의 당내 후보 경선에서 노후보의 힘이 됐던 노사모가 본선 격인 12월 대선에서는 그에게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노사모는 노후보로서도 조율의 대상이 아니다. 표를 의식해 김대중 대통령과의 단절을 시도하고 있듯이, 노후보로서는 어쩌면 표를 얻기 위해 자신의 팬클럽인 노사모와의 절연을 ‘감행’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이다. 그렇게 되면, 현실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노사모의 사랑은 짝사랑으로 끝날 수도 있다. 노짝사？ 정치인 팬클럽이 정치색을 띄지 않는다는 것은 이율배반이고, 어쩌면 공허한 이상론일 수도 있다.
명회장은 노후보가 참석하는 정치행사에서 참석자들을 휘어잡는 사회 솜씨로 노후보의 ‘옹립’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개성 있는 연기로 인기를 모은 연극·영화 배우 출신인 그는 ‘초록물고기’‘박하사탕’ 등을 제작한 이스트필름의 대표이기도 하다.
“노사모는 충분히 강하고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을 쫓는 길을 가기에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그의 거침없는 언행은 독선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노사모가 다시 그런 그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왔다. 국내 최초의 자발적인 정치인 팬클럽 노사모의 실험은 다시 그의 정치적인 성향과 역량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출판호수 644 호 | 입력날짜 200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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