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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제목 |
서해교전 "요란한 강경, 의연한 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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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금단현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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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7-08 05:51:47 from 211.183 조회수 35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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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강경, 의연한 온건
역설적으로 한국은 북한 덕분에 큰 걱정 하나를 덜었다. 월드컵이 끝난 후 우려됐던 심리적 공황이나 후유증을 겪고 말고 할 겨를도 없이 곧장 서해교전과 그 후속 논란이 국가적 관심사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달간의 한바탕 잔치판 속에서 조금은 잊혀졌던 분단상황이란 냉엄한 일상에 다시 맞닥뜨려졌다.
사실 북한이 남쪽 동포들의 월드컵 금단현상을 막아주려는 배려에서 이번 사건을 저질렀을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북한의 진정한 의도에 대해서는 막강한 정보력을 가진 미국 정부도 우발과 의도적 도발 여부를 판별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 대북 강경론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다.
서해교전은 월드컵을 통해 모처럼 이뤄진 국민적 자신감, ‘국운 융성의 기운’에 대한 일대 타격이었다. 세계 4강의 자부심에 충만해있었던 만큼이나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실망과 분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안보에 대한 위협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강경한 목소리가 득세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지난해 9·11 테러 발생 이후 미국사회의 흐름을 관찰해 보아도 이 사실이 충분히 확인된다. 며칠전 미국은 애국적 축제와 추가테러의 공포가 묘하게 뒤섞인 분위기 속에서 7·4 독립기념일을 맞았다. 수도 없이 테러 경고를 발하고 철저하게 대비한 덕택인지 비교적 조용하게 독립기념일 축제 기간을 넘겼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세계의 자유수호를 위해 미국이 압도적 힘을 사용할 것을 선언했다. 힘의 우위라는 미국식 강경책을 재천명한 것이다.
미국내 일부 분석가들은 부시 행정부의 이같은 강경 일변도는 9·11테러와 관련해 ‘왜’보다는 ‘누가’란 문제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즉 미국에 감히 이같은 테러를 저지른 장본인을 색출·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거셀 뿐 이런 사태를 일으킨 근본적 원인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이나 자기비판이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런 지적은 지극히 소수의 것으로 미국민의 절대다수는 애국주의의 깃발 앞으로 일렬종대한 모습이다. 부시 행정부내에서 강경파가 득세하다보니 온건파의 대표주자격인 파월 국무장관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치 사라예보의 총성을 신호탄으로 유럽 열강들이 앞다투어 제국주의 전쟁에 뛰어들었듯이 세계무역센터의 붕괴에 격분한 미국은 열광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이 전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강경 일변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테러에서 결코 자유로워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한국의 큰 국가행사에 맞춰 ‘몽니’를 부린 전과가 있다. 86 아시안 게임 직전 김포공항에서 북한이 저지른 혐의가 짙은 폭탄테러가 발생했고, 대통령선거 열기가 고조되던 87년 11월 대한항공 폭파사건을 저질렀다.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심정적으로 가장 와닿았던 것은 ‘때려잡자 김일성’이란 냉전시대 구호였던 것이다. 이제 세월이 흐른 후 다시 서해에서 터진 총성을 신호로 제거해야 할 대상을 새로 지목해야 한다면 그는 북한의 최고책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인가 군부 강경파인가. 그것도 아니면 남한 지도부의 대북 온건론자들인가.
확실히 위기적 상황에서 강경론은 선명하고 화려해 보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구호는 그럴듯 해 보인다. 반면 강경론에 포위된 온건론은 일견 초라해 보인다. 한국의 극우적 강경론은 비록 상황에 대한 종합적 안목과 전망은 결여됐을 망정 이런 틈새를 놓치지 않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 강경론자는 온건론자를 ‘겁쟁이’로 몰아붙이고 ‘해이한 안보관’이란 삿대질도 빼놓지 않는다.
자고로 강경파와 온건파는 어디에나 항상 존재해 왔다. 온건 자체가 유약과 동의어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온건정책은 자신감이 있어야 제대로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밑도 끝도 없는 강경론의 히스테리에 휘둘려 왔다갔다 하는 것이 유약성을 드러내는 일이다. 온건론은 비록 요란하지는 않아도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또 건강한 사회라면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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