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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조폭 언론’에 몸서리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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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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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08 10:40:56 from 211.210 조회수 11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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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조폭 언론’에 몸서리치는 이유
‘조폭’ 언론과 ‘상식’ 언론의 몇 가지 차이
권태윤 기자 bigmankty@yahoo.co.kr
우리 언론에 대해 이른바 수구세력이니 개혁세력이니, 수구적 보수언론이라느니 급진적 개혁언론이니 하는 구분은 사실 별 것 아닌 사소한 기준에서 결정이 된다. 오늘날 조폭언론으로 불리는 조선일보와 몇몇 수구언론들 역시 나라를 말아먹으려는 악의적 목적이 아니라,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공헌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그 목적을 수행하는 과정이나 지향점의 차이는 반드시 존재하고, 결국 그런 차이가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숱한 악영향을 발생시킨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차이들을 통해 안하무인격인 보도태도를 견지하는 신문을 나는 ‘조폭 언론’이라고 보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개혁적 진보언론을 ‘상식 언론’이라고 구분하고 싶다. 이들을 구분하는 가장 큰 기분은 지향점의 차이다. 쉽게 표현하면 ‘권력'과 '권위'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른바 조폭 언론들이 지향하는 것은, 스스로 원했든 그렇지 않든 '권력'을 지향한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이에 반해 상식 언론은 '권위'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권력과 권위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 차이를 쉽게 설명하고 있는 책을 소개하자면 제임스C. 헌터가 쓴 <서번트 리더십(The Servant Leadership) : 김광수 옮김, 시대의 창>이다. 이 책에서는 막스 베버의 <사회경제학적 조직이론>이라는 책을 인용해 ‘권력(power)’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자신의 지위 또는 세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도록 강제 또는 지배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권위(authority)’란 ‘개인의 영향력에 의해 사람들의 의지대로 행동하게 하는 기술’이자 ‘사람들을 기꺼이 자신의 의도대로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한다.
언론이 ‘권력’이 되고 그 권력을 지속하려고 안달하는 순간,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나아가 사회적 관계를 갈등과 대립, 분노와 좌절 상태로 변질시킨다. 우리 언론이 진정 자신의 역할 즉 감시자의 역할에 충실하려면 ‘권력’이 되길 포기하고, ‘권위’를 가진 언론으로 거듭나야 함은 물론이다. 언론이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직과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언론이 거짓을 퍼뜨리고, 사실을 왜곡해 과장하는 짓을 계속한다면 기본적인 신뢰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고, 결국 권위를 확보하는 일은 영원히 불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조폭 언론들은 그간 권력을 얻기 위해 힘을 쏟아왔고 지금도 스스로 권력이 되기 위해 독자를 이용하고, 정치세력을 이용해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 결과 ‘권위’는 실종되고 추악한 ‘권력지향’만이 그들의 얼굴이 되었다. 권력을 지향하는 언론이 지닌 공통점은 여러 가지다. 그 대표적인 것들이 집단적 가치지향, 감정적 본능추구, 맹목적 이슈 추종, 힘 우선의 선택논리, 보복적 대응, 양적 성장 지향, 불리한 점 은폐 따위다.
수구언론들은 대개 개인의 가치보다는 집단적 가치를 지향한다. 그래서 패 가르기를 좋아하고, 적과 아군을 가려내자는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있다. 당연히 문제의 본질을 캐내려고 하기보다는 질서와 안보를 명분으로 개인의 양심과 사건의 진실을 희생시키길 좋아한다. 목소리가 큰 집단의 편에 서서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안달하고 모든 문제를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대응하기보다는 집단을 선동하고 조종하면서 쾌감을 느낀다. 이슈를 발굴하는 노력에 힘쓰기보다는 거짓된 이슈를 부풀리고 확대 재생산해 새로운 사회갈등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아울러 모든 문제의 판단 기준은 오직 ‘힘’이다. 잘못된 판단일지라도 소수보다는 다수의 의견을 지지하며, 목적을 위해서는 과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다. 남북 간 문제도 오로지 힘으로 해결하라고 떼를 쓰고, 마음껏 비난하고 비판하던 문제도 그 집단에 대한 지지가 늘어가고 세가 확산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하나 안 바꾸고 돌변한다. 이번 월드컵 때도 조선일보는 붉은 악마에 대해 온갖 비판과 우려를 보내다가, 그들이 국민적으로 월드컵을 성공시킨 일등공신으로 인정받자 온갖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이들은 ‘보복’에 미쳐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말을 하거나, 정당한 세무조사를 한 사람은 끝까지 물고 늘어져 반드시 짓밟아 놓고야 만다. “우리에게 찍히면 재미없다”는 인식을 분명하게 심어줌으로써 다시는 대들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질적 개선과 개혁보다는 오로지 양적인 팽창을 지향한다. 당연히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파는가”가 관건이고, 순위를 매기는 기준도 오로지 부수에 달려있다.
그러니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판매 부수 확장에 정신이 팔려있고, 쓰레기장으로 직행하는 무가지도 마구 찍어낸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실은 철저하게 부인한다. 게다가 끈끈한 동업자 의리로 뭉쳐 서로에게 불리한 내용들을 감싸주며 때로 힘을 합쳐서 역공을 펼치기도 한다.
이러한 몇 가지 특징들을 살펴보노라면, 조직폭력배 집단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 거의 동일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권력을 지향하고, 패거리 의식을 강조하며, 감정적으로 행동하며, 힘센 자에게 붙고, 집단에 위협이 되는 자에겐 반드시 보복하며, 쪽수를 늘리기에 골몰하고, 불리한 사실은 철저하게 은폐시키려는 행위 따위는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수구언론의 행태가 실제로 조직폭력배 집단의 행태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조선일보를 ‘조폭적 언론’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래서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며, 오히려 ‘조폭적’이라는 표현보다는 ‘조폭’이라고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도 혹자들은 다양성의 차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길 좋아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언론에 있어서 조폭 언론은 결코 다양성의 한 부분으로 인정되어서는 안되며, 그것이 다양성으로 계속 인정되는 한 힘없는 사람들이 조폭에 꼼짝 못하듯, 우리는 조폭 언론의 엉터리 주술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수구언론이 ‘조폭 언론’이라는 오명을 씻어 내고 진실로 건강한 사회의 공기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 스스로 지향점을 수정해야 한다. 그것은 어려운 방법도 아니고, 지금까지의 행태를 버리고 그 반대로 행동하면 된다. 개인의 가치와 양심을 존중하고, 여론을 진실되게 전달하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분석하며, 사회적 양심을 보호하고, 보복이 아닌 이해를 추구하며, 양적인 팽창보다 질적인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자신들의 잘못은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용서를 구하는 것 따위가 그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의 서해교전 사태, 미군탱크에 의한 여중생 사망, 대선 후보에 대한 악의적 보도만 놓고 보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조폭’ 행세를 벗어 던지지 못하고 있다. 조폭 언론에 기생하는 어떤 학자는 얼마전 조폭언론에 서해교전사태와 관련해 기고한 글에서 “그럼 당신이 길가다 남에게 먼저 뺨을 맞더라도 싸움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참아야 하는가”라고 했다. 남북을 ‘전혀 모르는 남남의 관계’와 비교하는 것도 가관이지만, 무조건 ‘맞장을 떠야 한다’고 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조폭 언론’ 속에 ‘조폭적’ 기자들이나 조폭적 논객들만이 있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다만 그들의 머릿속이 비이성적 보복주의로 대표되는 ‘조폭적 언론관’에 깊이 젖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세한 차이가 사람의 인생을 바꾸듯, 우리의 ‘조폭 언론’들 역시 이제는 사회의 요구에 진심으로 귀를 열고 지향점을 과감하게 수정함으로써 진정한 ‘언론’으로 거듭 태어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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