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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제목 |
채근담(아름다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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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백성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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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7-07 12:00:54 from 211.63. 조회수 15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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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운명에 굴하지 말고 오히려 순리로 받아들여라
우람한 위용을 자랑하며 당당하게 서 있는 은행나무가 있었다. 천년을 한결같이 제자리에 서서 계절에 맞춰 잎을 피우고, 그늘을 드리우다가, 가을이 되면 노란 은행 알들을 주렁주렁 매달았다. 사람들은 은행나무 아래를 지날 때마다 언제나 그 고마움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은행나무의 당당한 위용과 사람들의 찬사를 질투한 기상을 관장하는 신들이 모여다. 천둥과 번개의 신, 눈과 비의 신, 바람과 우박의 신들은 한곳에 모여 은행나무를 쓰러뜨리자고 의견을 모았다.
제일 먼저 천둥과 번개의 신이 천둥으로 은행나무의 고막을 찢고, 번개를 가슴에 내리꽂아 불에 그을린 검은 상처를 냈다. 다음에는 눈과 비의 신이 얼음보다 차가운 폭설을 내려 은행나무의 가지를 부러뜨리고, 홍수를 일으켜 밑둥치의 흙을 모조리 휩쓸어 가버렸다. 마지막으로 바람과 우박의 신이 세찬 강풍을 일으켜 은행나무의 뿌리를 뽑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우박을 퍼부어 온몸을 사정없이 추위에 떨게 했다.
마침내 지옥 같은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태양이 화사한 빛으로 세상을 비추었을 때, 기상의 신들은 놀라 비명을 질렀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니 어제보다 더 늠름한 모습으로 은행나무가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던 것이다.
은행나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빙그레 웃으며 기상의 신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 험한 고난과 시련 없이 살아가는 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모두들 고난과 시련을 견디며 살아갑니다. 지금 내가 어제보다 더 밝게 웃을 수 있는 까닭은 고난과 시련을 견디며 살아갑니다. 지금 내가 어제보다 더 밝게 웃을 수 있는 까닭은 고난과 시련을 견디고 이겨냈기 때문입니다."
은행나무의 말을 들은 기상의 신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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