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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통합을 통한 경제도약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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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통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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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07 12:12:44 from 211.104 조회수 34 추천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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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후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 특강]
- 2002년 7월 5일
ㅁ 월드컵 4강 신화의 교훈을 되새깁시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한국경제를 이끌고, 우리 사회의 여론형성을 주도하는 분들 앞에서 소신을 밝힐 수 있게 된 것을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를 초청해 주신 박용성 회장님과 전국 63개 상공회의소 회장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온 국민은 월드컵 4강 진출로 그 어느 때보다 국가와 민족의 희망찬 미래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꿈을 가지고 도전하고, 어려움을 극복해 내고, 끝내 희망을 이루어냈다는 뿌듯함에 감격해 하고 있습니다. 난관을 극복하고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한국인의 저력과, 히딩크의 탁월한 지도력이 함께 이루어 낸 쾌거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에 소중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소신과 일관성을 견지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습니다. 연고나 학벌이 아니라, 실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절감했습니다.
원칙과 소신, 미래를 향한 일관성과 투명성이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자 자질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지도자를 만났을 때, 구성원들의 숨어있는 저력이 극대화되고, 외부에서 호응하는 작은 힘들이 자발적으로 뭉쳐, 거대한 함성으로 폭발한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출신가문과 학벌을 중시하는 특권주의적 사고, 지역정서에 호소하는 분열주의적 행태, 모든 권력을 독점하려는 권위주의적 체질, 상황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입지를 바꾸는 정략적 자세, 그것으로는 국민통합과 경제도약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ㅁ 우리는 국운융성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빌어 경제관의 일단을 밝히고자 합니다.
한국경제는 아주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외환위기를 어렵게 극복하고, 월드컵 4강 진출로 고조된 국민적 자신감을 국운융성의 호기로 이어가느냐, 아니면 지역간·계층간·노사간의 갈등을 풀지 못하고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지 못한 채, 2류국으로 남느냐 하는 갈림길인 것입니다.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는 다음 정권 5년이 그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우선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대내외적인 환경의 변화를 보겠습니다. 회장님들께서 잘 아시는 문제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외부적으로는 세계화와 지역블록화가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디지털경제의 확산으로 지식과 정보화가 파악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급진전되는 중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인구의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대단히 높아지고 분배와 복지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 경제의 지향점은 자명합니다. 지식과 정보가 견인하는 역동적인 경제, 삶의 질이 확보된 복지사회 구현이 우리 경제의 목표일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기술산업 등의 새로운 성장동력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전통산업의 기반을 강화해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지속해야 합니다.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도록 기업과 노동시장, 정부 등의 의사결정 시스템도 개선돼야 합니다. 또 인적자원과 사회간접자본, 기술개발 역량 등의 성장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뒤쳐진 계층이나 지역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배가해야 할 것입니다.
구체적인 정책대안에 대해서는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소상하게 말씀 올리겠습니다.
ㅁ 원칙과 신뢰가 통하는 투명한 시장경제가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 제가 앞서 말씀드린 국가경제의 목표는 누구나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목표에 접근하는 자세와 철학에 따라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경제와 사회가 안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사회·문화적 자본'의 문제입니다.
현 시점에서 볼 때, 성장을 위한 자본축적이라든가, 노동의 질, 기술혁신, 첨단화, 간접자본같은 물적·인적 자본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잠재성장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충되고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사회·문화적 자본'입니다. 기본과 원칙, 신뢰, 통합, 대화와 타협, 투명성 같은 기초적 토양이 다져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타협이 통하지 않는 분열과 갈등은 우리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변칙으로, 사회에 불신풍조가 형성돼 국민단합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투명하지 않은 정부와 기업의 행태가 시장과 제도의 선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해소하지 않은 채, 사회간접자본과 기술개발, 인재양성을 아무리 해봐야 경제가 성공하겠습니까. 우리 경제가 8강으로 도약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국민이 진정한 선진시민으로 발돋움할 수 있겠습니까.
- 국민통합을 통한 국가발전
제가 강조하는 '통합'과 '기본', '원칙', '신뢰' 등의 사회·문화적 자본이 갖는 경제적 의미를 하나씩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통합'의 경제적 의미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그동안 '국민통합을 이루면 그것만으로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추가로 1∼2% 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말해 왔습니다.
분열과 대립으로 인한 그동안의 손실을 보십시오. 산업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에만 노사분규로 인한 생산차질액이 2조1천억원이었고 수출차질액이 7억7천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의 생산차질액은 무려 10조3천억원에 달합니다. 대화와 타협이 통하지 않아서 생긴 손실입니다.
대립과 갈등은 분배구조가 악화될 경우 더욱 심해집니다. 계층간의 마찰이 사회불안과 정치혼란으로 확산되고, 경제위기로 귀착된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노사간·계층간·지역간의 갈등이 해소되면, 사회가 안정되고 국민통합의 시너지효과가 창출될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신뢰할 수 있고, 균형성을 확보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나라당은 유일한 사회적 합의기구인 노사정위원회 마저 폐지하겠다고 합니다. 오히려 저는 노사정위원회의 기능과 위상을 격상하고, 필요하다면 제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풀겠습니다.
-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
다음은 '원칙'의 문제입니다.
이것의 요체는 투명성과 공정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명하고 공정하지 않은 행태 때문에 불신이 생기고, 여러 가지 규제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겉만 보면 규제 그 자체가 문제로 보이지만, 속을 들춰보면 기본과 원칙의 문제로 귀착됩니다.
저에 대해 '시장주의자 맞느냐'고 질문하는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시장경제 신봉자이고, 적극적인 규제폐지론자 입니다.
저는 최근 세계 금융시장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 기업의 회계부정 사건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기업에 대한 시장의 견제기능과 기관투자가의 감시능력이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 그것도 국제적 초거대기업인 엔론과 월드컴 같은 곳에서 대형 회계부정 행위가 빚어진 것입니다. '투명성'을 금과옥조라며 전세계에 전파한 미국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더군다나 엔론이나 월드컴은 기업인수합병과 계열사 확대, 금융 게임을 통해 회사의 가치를 키운 전형적인 기업들입니다.
시장이 공정하고, 자유롭고, 투명하게 작동돼도 이같은 부정 사건이 일어나는 판에, 금융감독기관의 감독기능이 불비하고, 기관투자가들의 평가와 분석 시스템이 취약하며, 기업의 지배구조 왜곡현상이 시정되지 않은 우리의 현실에서 어떻게 최소한의 규제마저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또 대기업 관련 지표들의 추이를 보면, IMF를 거치고도 크게 개선되지 않은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30대 기업집단의 계열기업수는 IMF 이후 줄어들다가 다시 증가추세로 돌아섰고, 타회사 출자액은 IMF 직후인 1998년 17.7조원에서 2000년에는 45.9조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상위 5대 집단의 자산점유율은 1999년 현재 26.3%로 IMF 이전보다 확대된 상황이고, 10대 그룹의 증권거래소 시가총액 비중은 99년 43%에서 금년 5월 52%로 늘어나는 등, 경제력 집중 현상의 해소에도 큰 진전이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일부 규제 장치들을 당분간 더 유지하자는 것입니다.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되면 출자총액제한제도는 폐지해야 합니다. 다만 아직은 이르다는 것입니다. 여건이 이런데도 굳이 대기업에 대한 모든 규제를 없애자고 무책임하게 외친다면, 그것은 '선거를 의식한 환심사기'이고, '국가 지도자로서의 직무유기'라는 데 여러분도 동의하실 것입니다.
- 함께 하는 경제
이 대목에서 성장과 분배의 관계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쟁점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성장을 중시하는 것은 분배를 경시하는 것이고, 분배를 우선하는 것은 성장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접근은 낡은 사고방식입니다. 과거 못 먹고 못 살던 개발연대 시절에는 '선성장 후분배'를 내놓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입니다. 이미 의·식·주가 아니라 삶의 질을 논하는 수준에 와 있습니다. 성장과 분배는 조화와 보완의 대상이지, 배척의 관계가 아닙니다.
제가 분배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성장을 도외시한 분배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환경을 만들자는 뜻입니다. 분배는 안정된 성장을 위한 전제조건입니다. 분배가 지나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
물론 어떤 정책을 쓰느냐가 중요합니다. 동원하는 정책에 따라 분배와 성장이 서로를 잠식하기도 하고, 서로를 보완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성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분배정책을 찬성합니다.
예컨대, 교육이나 문화환경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은 간접적인 소득재분배 기능과 함께 성장 자극효과를 유발합니다. 중산층과 서민생활 안정에 큰 도움을 주면서, 동시에 지식기반 경제시대의 성장동력을 키우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실업자들에 대한 자활교육 지원이나 무주택자에 대한 배려, 지방 정주환경 개선 등도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안들입니다.
복지사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성의 자녀보육에 대한 지원사업의 경우 경제성장에 도움을 줍니다. 노령화로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경제활력 유지에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 기회가 균등한 사회
모든 경제주체가 균등하게 기회를 보장받고, 권한에 걸맞는 책임을 져야 경제가 바로 섭니다.
이 자리에도 많이 와 계시지만,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은 역할과 위상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0년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사업체 수로는 무려 99.7%나 됩니다. 이들이 고용한 인력비율은 84%나 됩니다. 그만큼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지대합니다. 수익성이나 부채비율, 부가가치율 등 성장성과 재무구조 지표도 대기업 보다 중소기업이 더 좋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자금은 못쓰고, 인력은 구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지방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6월 10일부터 15일 주간의 어음부도율을 보면 서울은 0.04%인데, 지방은 0.3%나 됐습니다. 거의 10배 가까운 수준입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지방기업의 현실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지표입니다. 인력난은 설명할 것도 없을 정도입니다.
저는 중소기업이 기를 펴도록 하겠습니다.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영세 상공인을 위한 신용보증 재원을 대폭 확충해 나가겠습니다. 중소기업이 가장 애로를 겪고 있는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생색내기용으로 구색만 갖춘 각종 중소기업지원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실효성 있게 보완하겠습니다. 전통산업이 외면당하지 않도록 생산환경과 기술수준을 혁신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지방경제에 대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지방이 살지 않고는 나라경제가 바로 설 수 없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합니다. 과거와 같이 입지여건도 갖추지 못한 곳에 선심용으로 공단을 만들고, 개발사업을 벌여서 될 일이 아닙니다. 이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필요합니다.
지역별로 유망한 특화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지역의 산업정책 기획과 집행에 관한 권한이 지방으로 이관돼야 합니다. 저는 지역경제 발전에 필요한 의사결정권은 지방으로 넘기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연구와 계획수립, 기술개발, 마케팅, 회계, 법률 등 지역의 산업활동에 필요한 서비스 제공 기능을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의지를 갖고 지원하겠습니다.
지방이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지방산업이 자생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분권화의 요체입니다.
ㅁ '통합과 도약'의 새 역사를 함께 열어 갑시다
여러분!
우리는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새 시대에는 과거와는 다른 가치체계가 구축돼야 합니다. 새로운 비전이 설정되고 실천돼야 합니다.
'부패', '갈등', '권위', '냉전'은 청산돼야 할 문화입니다.
'투명', '통합', '자율', '화해'가 새롭게 추구해야 할 가치입니다.
비뚤어진 과거의 잔재와는 확실하게 단절하겠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열겠습니다.
여러분!
저는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꿈에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온갖 어려움을 견뎌냈습니다. 가문이나 학벌, 연고가 아니라 오로지 노력과 열정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분명하게 불리한 상황에서도 결코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기본과 원칙이 통하고, 능력과 노력에 의해 미래를 보장받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기회가 열려 있고, 권한과 혜택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경제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이루고자 하는 사회의 모습입니다.
여러분이 갈망하는 경제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미래와 노무현의 미래는 같습니다.
장시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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