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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알바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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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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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7-06 05:52:02 from 211.203 조회수 17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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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어렸을 때 전쟁 꿈에 시달리던 일이 생각난다.
초등학교 내내 뿔난 도깨비로 반공 포스터를 그리고 반공 웅변대회에서 '저 이북의 공산당을 때려잡고' 운운하면서 전쟁에 대해 긴장하고 있던 터였지만, 특히 4~5학년 때에는 아이들 사이에서 흉흉한 전쟁 소문이 돌아다녔다.
아마도 72년 10월 유신을 전후해서 뿌려진 관제성 유언비어가 아니었나 짐작해 본다.
이 전쟁 소문에는 '라면땅' 과자봉지에 찍힌 뽀빠이 팔뚝에 그려진 무늬가 북에서 보낸 암호라느니 하는 구체적인 근거까지 제시되었다.
그 즈음 밤마다 나는 폭격으로 불타는 산을 넘어 피난을 가다가 식구들을 잃어버리는 흉흉한 전쟁 꿈으로 잠을 설쳤다.
그 당시 막내 동생이 아직 어렸는데, 나는 이 동생이 손을 잡고 따라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만이라도 전쟁을 연기해달라고 두 손 모아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했다.
지난 주 월드컵 경기를 보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TV 앞에 둘러 앉았는데 바다에서의 전투 장면이 나왔다.
‘어느 나라 이야기인가?’하는 순간 우리 서해에서 바로 그날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가슴이 쿵 내려앉으며 나도 모르게 아이들 얼굴을 살폈다.
아이들도 깜짝 놀라면서 “엄마 무슨 일이예요”하고 물었다.
“자세히 모르겠지만 서해 바다에 그어진 남북간 경계선에 대해 북한이 다른 의견을 갖고 있고, 꽃게 철이 되면 서로 많이 꽃게를 잡으려다가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단다. 자동차처럼 홀짝제로 꽃게를 잡든지…. 좋은 방법을 생각해서 남북한이 서로 합의점을 빨리 찾아야겠지”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월드컵 경기에 열중하였다.
올해 초 미국에 있었을 때의 일이다. 미국 가정에 초청을 받아 좋은 미국 친구를 알게 된 후 호텔로 돌아와 TV를 켜니 9개 채널 중 무려 7개 채널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른바 ‘악의 축’ 연설을 하고 있었다.
대통령의 연두교서가 생중계 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어 악의 축으로 지적된 세 나라에 대한 소개와 ‘단호한 응징’에 대한 전문가들의 코멘트가 있었다.
경악과 함께 ‘누구 마음대로 우리나라에서 전쟁을 하려는가’하는 심정이 들었다.
이튿날 ‘이슬람에 대한 이해’라는 강연에 참석하게 되었다.
미국 내에서도 꽤 진보적이라는 교수가 이슬람에 대해 배우고 이해하자는 내용의 강연을 하였고, 연이어 아랍 출신의 여자 교수가 이슬람 전통복장을 하고 나와서 이슬람의 문화와 그에 대한 미국인들의 오해에 대해 설득력 있게 강연을 하였다.
좋은 자리였고 좋은 강연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호응이 높아지자 속으로 ‘악의 축 가운데 이슬람이 빠지면 자연스럽게 화살은 북한으로 오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하였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것을 강하게 이야기해야 했다.
“미국인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대한민국 사람들이 어떻게 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수천년간 한 민족으로 살아왔고 통일을 간절히 원하지만, 통일을 위해서 반드시 전쟁을 치러야만 한다면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 통일조차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전쟁에 반대한다. 그런데 미국이 그 어떤 고귀한 명분이 있어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것인가. 나는 내 아이들이 폭탄에 맞아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미국인들의 반응이 놀라웠다. 마치 그렇게 열을 낼 필요까지 있는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남의 이야기하듯 전쟁을 말하는 사람이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략적으로 증오와 긴장을 부추기며 무책임하게 선동적인 언사를 늘어놓는 언론과 정치인들.
나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확실하게 이야기한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사람이나, 미국시민권을 갖고 있어 언제라도 미국으로 피신할 수 있는 사람은 남의 집 자식이 총알받이가 될 전쟁에 대해서 그 어떤 이야기라도 꺼내지 말라.”
/박주현 사회평론가 출 처 : 한국일보 작성일 : 2002/07/0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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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분류 |
분야 정치
형태 컬럼
출전 출 처 : 한국일보 2002/07/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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