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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제목 |
포성뒤 그들만의 대선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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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한승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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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7-06 08:45:38 from 211.223 조회수 27 추천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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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북-미 제네바 핵합의 때 미국 국무부 조정관을 지낸 조엘 위트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연구원을 일본 〈마이니치신문〉 기자가 지난 3일 만났다.
“사람들은 북한이 장대한 전략과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번 (서해교전) 사건은 그 일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북한 정부가 조직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도 일부 세력이 계획한 것이다.…전문가들 중에도 북한이 고도의 중앙집권국가이기 때문에 정부가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실제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은 지난달 25일 북한에 ‘7월10일 대화’를 제의하고 27일 적절한 응답을 바란다고 밝혔다. 주말이 낀 며칠 뒤에 ‘응답이 없다, 너무 늦다’는 이유로 대화재개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웃기는 얘기다.”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린 한달 동안 한국 정치는 실종됐다. 엄밀히 말하면 언론의 정치보도, 더 정확하게는 과잉 정쟁보도가 실종됐다. 사시사철 언론 보도를 압도적으로 지배했던 정치 또는 정계관련 소식이 사라졌거나 구석으로 밀려났어도 아무 탈이 없었다. 오히려 나라 일은 더 잘 굴러갔다. 적어도 대다수 국민에게는 그렇게 비쳤다.
하지만 이것은 턱없는 환상이었다. 환상을 깬 것은 불행하게도 북한 경비정의 포성이었다. 지난달 29일 서해에서 울려퍼진 함정 몇척 간의 20여분에 걸친 교전은 우리가 얼마나 위태로운 살얼음 판 위에 서 있는지를 다시 한번 체감하게 했다. 이 땅에서 천국과 지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몇발의 총성으로도 수천만 명의 삶이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릴 수 있다.
이 날부터 정치, 아니 정치 관련 언론보도는 기다렸다는듯이 양과 질 모두 완벽하게 복귀했다. 이 때부터 전쟁은 남북한 사이가 아니라 남쪽 정치세력 사이의 것이 됐고 처음부터 상대 죽이기에 집중됐다. 살얼음 판 구조를 안정화하는 것은 이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이들은 ‘주적’이라는 북한의 의도나 내부사정에 대해 제대로 짐작조차 못하고 있다. 민족통일을 국시처럼 내세우면서도 반세기 이상 대치와 협상을 계속해온 상대에 대해 백치에 가까운 정신상태를 또다시 드러내고 있다. 살피고 따질 변변한 접촉통로조차 없다. 분단국가의 정치인으로서 명백한 직무유기다. 파산상태의 북한 탓만 하는 것은 비전과 전략부재를 자인하는 꼴이다.
대중의 피땀으로 일궈낸 국가잉여의 노른자위를 점유하고 있는 이들 정치 엘리트의 고비용 권력투쟁은 모두 연말 대선을 겨냥하고 있다. 이들과 지연·학연 등으로 얽혀 함께 춤추는 언론과 지식 엘리트들의 ‘그들만의 게임’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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