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이름 |
 |
new 자유게시판 |
| 글 제목 |
최선의 대표보다 차악의 일꾼을...
|
| 글쓴이 |
김영민 ()
|
| 글쓴 시각 |
2002-07-05 10:15:57 from 211.220 조회수 22 추천수 0
|
선거를 치르면서 국민의 ‘대표’를 뽑는다는 낡은 말은 한 마디로 실속없는 표어로 들린다. 결국 공선(公選) 이외에는 달리 민의를 총합적으로 반영할 길이 없으니, 국민들의 표심이 모인 자리에 마냥 대표성이 생긴다고 해야할까? 형식적으로는 그렇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의 현실을 한 자락만 들춰보면, 실질적으로 “민의를 통한 공선”이라는 이상은 어이없는 꼴을 하고 있다.
구청장이나 시장, 심지어 시/도의원이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것이 무엇일까? 아니, 대체, 이 철저한 분업화, 전문화의 세상에서 반드시 ‘대표’하기는 해야 하는 것일까? 가령, 내가 사는 이곳의 동사무소 서기나 소장은 나를 대표하지도, 대표할 필요도 없이 맡은 바 직분을 나름대로 매끄럽고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현 정권의 대통령이나 이곳 완산구 국회의원도 반드시 나를 대표할 필요 없이 자신의 재량과 양식에 따라 직능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으리라.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 재량과 양식은 득표수가 선사하는 대표성과는 별스런 상관이 없어보인다.
반복되는 공선과 대의(代議)의 과정에서, 후보의 직능을 포함한 자질이 일부 확인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특히, 누가 누구인지 알록달록, 알쏭달쏭한 채로, “전북발전을 위해서 헌신하겠다는” 이동 마이크의 고성(高聲)으로서만 만나는 단체장과 의원 후보들은 뚜렷한 변별점을 지닌 채 유권자들에게 다가오지 못한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후보 개개인의 직능과 자질에는 관심도, 또 관심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계기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오히려 조그만 연줄, 선거홍보 중의 우연한 실마리, 반복학습, 인상과 소문 등등의 요인들이 실질적으로 득세할 뿐이다. 그리고, ‘공선’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이 불합리한 선택은 ‘민의의 대표’라는 명분 속에 흐릿하게 정당화되고 만다.
경우에 꼭 부합하지는 않겠지만, 가령,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라고 해서, 국민들이 지금의 선거방식을 답습해서 공선한다면 어떤 결과가 생기겠는가? 연줄과 관록과 인기를 바탕으로 구성되는 ‘대표성’이 무슨 실질적인 소득을 가져다 줄 수 있겠는가? 무리하게 비견하긴 했지만, 거듭 지적되어야 할 사실은, 우연한 인상과 소문, 그리고 각종의 인연과 연줄에 의해서 생산되는 대표성에 대해서 발본적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슨 말끔한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후보자들이 우리를 ‘대표’한다거나, 득표수에 의해서 자동적으로 ‘대표성’이 생긴다거나 하는 근대의 신화에서 잠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표’가 아니라 적재적소의 역량과 성실에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적재적소의 역량과 성실”을 객관적으로 헤아리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리고, 투표당일에야 이것들을 헤아리고 있을 여유조차 없다. 급한 걸음에 섣부르게 내놓는 내 제안은 우선 ‘차악’(次惡)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차선도 아닌 차악이라? 굳이 “전북지역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탁월한 인물”이라고 주장하는 구태의연한 이들을 뽑으려고 하지 말고, 큰 말썽이나 부리지 않을 상식적인 인물들을 가려 뽑으라는 것: 그 사람들이 누구냐고? 나는,여자들이라고 보는데?
|
|
| 자료분류 |
분야
형태
출전 |
|
..프린트버전 보기
..E - 메일로 보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