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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사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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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shrnf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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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7-05 07:28:55 from 61.76.9 조회수 37 추천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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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안티조선 우리모두 < 사십나무 그늘 (40대방) > 글쓴이 ,프란
향수,마스카라,샌들...
내 나이 사십이 돼서 처음으로 사 본 물건들이다.
사시사철 청바지에 단화 차림으로 어느 자리고 나타나는
날 보고 주위에선 용감하다고도,지겹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차림새의 미세한 차이를 깨닫지 못한 거다.
청바지도 물 빠진 청바지,찢어진 청바지,힙합 청바지 등
다 같은 바지는 아니었다는 걸.^^
........
나이 `사십'은 그렇게 다가왔다.
갑자기 주변의 모든 것이 거추장스러웠다.
내 선에서 가능한 한 모든 걸 털어내고 싶었다.
`인간관계'는 내가 어떤 작은 일을 성취해 냄으로써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진심으로 같이 기뻐해주는 무리와 시기,질투를 하거나
이해득실을 따져 다가오는 무리들로...
맨 먼저 머리를 잘랐다.
긴 머리에 가위를 들이대면서 미용실 아가씨가 물었다.
"서운하시죠?"
"아니요.시원하고 좋아요."
유일하게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실반지조차도 거슬렸다.
....빼버렸다.
물론 전시 후의 후유증도 컸지만...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았고 외출 할 때 화장도 하지 않았다.
그림을 그리지도 않았고 책을 읽지도 않았다.
흡사 전지를 다 쓴 시계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였고
사고의 속도도 느려졌다.
......
사십의 경계선에서 그렇게 열병처럼 몇 개월을 보내고서야...
받아들였다.
지금은 나이 `사십'이란 단어가 친근하고 자연스럽다.
마치 오래 전 부터 그랬던 것처럼..
*향수...
이십대에 "네게선 우유빛 향이 난다"는 어떤 머스마 얘기에
아직도 그러려니 착각하고 살다가,어느 날 친구가 이젠
자신에게서 나는 체취를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할 나이라는
말에 지레 놀라 지금은 외출할 때 가끔씩 살짝 뿌린다.^^
*마스카라...
거울에 비친 모습에서 생기가 없이 푸석푸석해진 얼굴을
대하구선...`화룡점정' 찍듯이 눈에 인위적으로라도
기를 ...!
하지만 이 물건은 아직도 친해지지 못했다.
*샌들...
청바지에서 벗어난 것이다.
하지만 오랜시간 단화에 길들여진 발은 새 신발에 적응하느라
물집이 생기고 빨갛게 붓고 난리도 아니다.
그래서 외출할 때 마다 청바지로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버겁기만 하다.
...종일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집안은 마치 식물원 속처럼 습기를 머금고 있다.
그 안에 `사십'의 내가 하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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