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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박정희 통치의 결과가 무엇인가요? /김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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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shrnf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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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7-05 02:21:01 from 211.106 조회수 23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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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허공의 집 http:www.rannie.net/
저는 송복교수의 견해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박정희는 일제치하부터 동족을 배반하고 여러 차례 기회주의적 변신을 해왔던 전형적인 권력 추구형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정희 통치의 경제 모델이 우리 사회 민주화의 기초를 닦았다는 주장은 신물이 나도록 들었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 관한 한, 전문적 식견이 없습니다. 과연 박정희의 리더쉽이 우리 사회의 경제번영을 가져다준 것인지, 아니면 시대적 정황이 맞아떨어진 것뿐인지, 그것도 연구자에 따라 각기 입장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일 박정희의 독특한 리더쉽 때믄에 우리 나라가 비약적 경제발전을 이룬 것이라면, 당시에 여러 동남아국가에서 동시에 경제발전이 이루어진 사실을 증명할 수 없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정신적 타락의 모든 원인이 박정희 시대로부터 곪아터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치유할 길 없는 구덩이를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백보 양보해서 박정희의 리더쉽이 경제발전을 가져왔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가 씨앗을 심은 우리 사회의 모든 고통의 원인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지역감정의 끔찍한 폐해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목적을 위해서는 모든 수단이 정당화된다는 천박한 인식의 단초는 박정희 시대에 만들어졌습니다. 단 하나의 세계관만 남겨놓고 나머지를 모두 백안시하는 레드 컴플렉스 역시 박정희 시절에 깊어졌습니다. 그 이후로 우리 사회는 정글로 변해버렸습니다.
송복교수는 안티조선 운동을 향해서도 <빨갱이>라고 매도합니다. 최소한의 지식인의 성찰조차 결하고 있는 끔찍한 발언입니다. 그런 분의 글에 공감을 표하는 분이 제 글에 또한 공감했었다니, 저로서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분명하고 주체적인 역사관을 가지는 것,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박정희가 일제시대부터 민족을 배반했고, 좌익활동을 하다가 동료를 배반하고 자신의 목숨을 건진 뒤, 부당한 방법으로 권력을 찬탈하면서 조국의 근대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운 것은 전혀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그 자신이 일그러진 역사관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일관성있는 삶을 살 수 없었던 것입니다. 자신의 주체적인 역사관을 지니고 있지 못하면, 이런저런 견해들에 휘둘리게 됩니다. 바로 그것이 기득권 세력의 상징조작을 가능하게 하는 바탕이 됩니다.
한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한 사회를 통합하는 가치관의 존재 여부로 판가름이 납니다. 그 사회가 아무리 물질적으로 부유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없으면 그 사회는 언제 어디로 떠내려갈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모든 것들의 도전 앞에 서있습니다.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화해와 평등에 기초한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 것인가.
조선일보식 송복식 모델을 따르면, 우리는 보나마나 아르헨티나 짝이 납니다. 아르헨티나는 한때 대단한 수준의 경제발전을 구가했었습니다. 지금은 나라 전체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비참한 상황입니다.
송복류의 조선일보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저는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봅니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 사회는 최소한의 안전망도 갖추지 못한 20:80의 사회로 굳어져 버립니다. 송복들은 박정희 시대를 어떤 식으로든 합리화해야 할 입장에 처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 시절부터 펜을 구부림으로써 현재 누리고 있는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박정희와 하나의 공동운명체입니다. 박정희가 무너지는 순간, 자신들도 무너진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박정희를 결사적으로 지키려고 하는 것입니다.
아르헨티나의 비참으로 갈 것인가, 유럽형의 평등사회로 갈 것인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 국민의 역량에 달린 문제겠지요. 그러나 그토록 선동과 조작에 약한 국민이니, 저로서는 한치 앞을 내다보는 것이 두렵습니다.
과객
안녕 하세요. 아래 글을 보여 드리고 싶으네요. 저는 아랫 글이 박정희 시대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나온 것이라고는 생각 안하는데요...
역사를 바라볼때 선악의 논리보다는 상황과 변천과정의 보편성 차원에서 본다면 아래의 글이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특히 맨 마지막구절..
김대중과 김영삼과 같은 민주화세력의 역할...꼭 필요한 것이고 우리가 부조리한 것에대해 비판해야할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김정란님을 비롯한 진보, 양심있는 지식인들은 시대에 맞는 역할을 하고 계실뿐..누군가에 대해 확정된 언어로 표현하고 특히 그것을 절대시하는 것은 왠지 위험해 보인다는 생각 듭니다.
이곳에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은 쉽지않은 용기? 라고 생각되지만..평소 김정란님의 글을 보증수표처럼 생각했고 거품아래로 깊이..란 글을 보면서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하면서 무척 감동했고 당시 외국에 있던 저는 고국의 친구들에게 적극추천, 혹은 인상 깊은 부분을 직접 손으로 쓰거나 복사해서 부치는등..열성을 보였던 만큼..지금도 김정란님과의 소통을 바라면서 다소 민감한 사안의 글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런 걸 보고 공감하는 제가 어쩌면 역사적 안목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르죠..^^;;
자유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진 박정희 대통령 』
송 복 / 연세대 교수
「자유민주주의의 초석을 닦은 박 정희 대통령」이라는 제목은 내가 대학에 가서 30년 동안에 학문적으로 연구한 결과 내리게 된 결론입니다. 민주화운동 한 사람들이 들으면 이 무슨 엉뚱한 소리냐 혹은 이런 견강부회(牽强附會)가 있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할 때 김 영삼, 김 대중 두 사람은 민주화, 오늘날의 우리 민주화를 이룩하는 데는 주변적인 역할을 한 것이고 도덕적인 경고의 역할을 한데 지나지 않는 것이지 초석을 닦은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김영삼·김대중은 주변적 역할 했을뿐, 민주화 초석닦진 못해
민주주의를 논하려면 우리 학자들이 의례히 하듯이 어떤 사회구조에서 그런 정치제도가 나왔나 하는 것부터 먼저 설명이 되어야 하는데 그래서 제가 제일 먼저 해 드리려는 강연의 내용은 민주제와 군주제라는 것이 되겠고 두번째는 한국에 있어서의 민주주의 성립과정 이라는 두가지가 되겠습니다.
누구나 다 생각하는 것이 같고,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같고, 주장하는 것이 같은, 그런 동질적 사회에서는 군주 한 사람 내 세워놓고 거기에 몇 사람 신하 가져다 놓고 나라 다스리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말하자면 돈이 가장 적게 들어가는 제도다 하는 것입니다. 군주제도만큼 통치하는데 돈이 적게 들어가는 제도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군주제도가 돈이 적게 들어간다는 것을 무엇으로 증명하는가인데 그 당시 사회에서는 오늘날처럼 큰 공장을 짓는다든지 인프라를 구축한다든지 하는 이런 것을 하는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때 거둔 세금은 거의 전부 관리들의 녹봉이 되었습니다.
농업사회에서 가장 효율적인 제도는 君主制였다
그러면 몇 명의 관리들을 썼느냐 하는 것으로, 군주제의 경우 통치하는데 비용이, 우리 사회학자들은 그것을 「사회통제비용(social control cost)」이라고 하는데, 그 통제비용이 얼마나 적게 들어갔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조선조 사회에서 녹을 받는 관리가 몇 명이었나를 한번 생각해 보면 이 사람들이 왜 군주제를 썼느냐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조선조 사회, 정조 때인 1천7백 년대 말기와 1천8백년대 초를 기준으로 해보면 그때 우리나라 인구를 대략 1천만 정도로 추정을 합니다.
우리 3천리 강산 1천만 정도의 인구를 통치하는데 몇 명의 관리를 썼느냐. 그 당시 호왈(呼曰) 3천여 관원이다 했는데 그때 관리는 전부 겸직을 해야 했습니다. 한 관리가 몇 개의 직(職)을 맡아야 했습니다. 겸직을 하지 않으면 그 국가는 너무 관리를 사치스럽게 쓴다 했습니다. 오늘날 관리는 스페샬리스트가 되어서 한 관리는 한직에 전문적이 돼야 하지 만 그때는 한사람이 2개 내지 3개 혹은 4개의 자리를 차지해야 했었습니다. 이래서 3천여 관원인데 실제로 녹을 받는 관리는 몇 명이냐 하면 9백 명이었습니다.
9백 명의 관리를 가지고 이 3천리 강산의 1천만 국민을 통치했습니다. 통치비용이 얼마나 적게 들어갔겠습니까. 9백명의 관리라고 하는 인원수는 오늘날 제가 있는 연세대학교의 사무직원 수보다 적습니다. 한 조직의 사무직원 수보다 적은 사람을 가지고 나라를 통치했으니까 그 얼마나 효율적이고 통치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통치를 한 것입니까. 이래서 군주제는 농업사회에 관한한 가장 효율적인 제도고 농업사회는 으례히 군주제를 썼다 하는 것입니다.
농업은 專業, 산업사회는 分業, 다양한 民主制가 적합
모든 농업사회는 다 군주제를 했는데 그와 대비되는 다른 새로운 생산방식이 바로 공업적 생산방식 입니다. 그것은 1천7백년대를 넘어서면서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산업사회의 형성입니다. 산업사회 즉 제품을 만들어서 그것을 상품화해서 먹고 살아가는 이 산업사회에서 가장 효율적인 정치제도는 무엇이었느냐. 다시 말해 통치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정치제도가 무엇이었느냐 하면 그것이 소위 말하는 민주제인 것입니다. 그러면 왜 산업사회에서는 민주제를 하느냐─산업사회는 농업사회와는 정반대로 분업사회인 것입니다. 농업은 전업인데 산업사회는 모든 제품을 만들 때 수없이 부분을 나누어서 생산하는 분업사회인 것입니다.
그럼 분업을 하면 어떻게 되느냐. 분업을 하면 무수한 직업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직업수가 말할수 없이 많이 늘어난다 하는것입니다. 농업사회에서는 직업 종류가 아주 간단합니다. 50년대 60년대에 대학 다니신 분들은 아마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만 우리나라는 70년대 중반이후부터 학생 신상명세 조사가 달라졌습니다. 50년대 60년대 70년대 초에 학생 신상명세서를 쓸 때 아버지 직업이 뭐냐 하는 직업란이 있었는데 거기에 학교가 명시한 직업은 5개였습니다.
농업, 광공업, 상업, 임수산업(林水産業) 그리고 기타였습니다. 기타는 공무원, 운수업, 학교선생 등입니다. 직업이 5개밖에 안되는 것이 농업사회였습니다. 그런데 산업사회에서는 분업을 하다보니까 분업의 단위 하나하나가 모두 직업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직업이 되면 그 직업은 반드시 직장이 있게 되어 있고 직장이 만들어지면 그 직장을 중심으로 한 집단이 형성됩니다. 그래서 산업사회가 되면 무수한 집단이 등장을 합니다. 이 무수한 집단으로 사회가 나누어지는 것을 우리 사회학자들은 사회분화(社會分化)다 하는 용어를 씁니다. 사회분화 혹은 집단분화(social differentiation)이라는 말을 씁니다. 사회가 분화된다는 것은 사회가 무수한 집단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입니다.
사회 번영은 도덕성 아닌 이기주의 때문
그런데 이처럼 나누어진 집단들은 모두 다 자기 이기주의를 충족하려고 합니다. 소위 말하는 집단 이기주의 입니다. 자기 집단의 이익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싸움을 합니다. 그야말로 집단 이기주의의 충족을 위한 투쟁(struggle)입니다.우리는 집단이기주의를 내세우면 나쁘다고 하는데 집단이기주의가 나쁘다고 하면 산업사회는 그만두라는 말과 같습니다. 모든 집단은 자기 이기주의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 사회가 번영하는 것은 도덕성 때문이 아니라 집단 이기주의 때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산업사회에 들어서면 집단 이기주의로 서로 싸움을 하게 됩니다. 이 집단 이기주의로 서로 싸움을 하게 되는 이 집단들을 우리는 갈등집단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산업사회에 들어서면 사회구조 자체가 싸움하는 구조, 갈등하는 구조다 하는 것입니다. 그와 다른 농업사회는 모두 다 같으니까 갈등구조보다는 화해구조 입니다. 이 갈등구조, 싸움하는 구조에서 가장 효율적인 정치제도는 무엇이냐.
각 집단의 대표가 나와 원탁에 앉아서 너희 집단 요구는 무엇이고 우리집단의 요구는 무엇인가. 그것을 가지고 타협─네고시에니션─하자 기브앤드 테이크─바게인 하자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길입니다. 그래서 각 집단의 혹은 각 지역의 대표가 나와 원탁에 모이고 이것이 리프레젠타티브 시스템 즉 대의제다 하는 것입니다. 만약 대의제를 쓰지 않는다면 끝없이 싸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싸우면 이기기 위해서는 각 집단 혹은 지역은 군대를 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각 집단 혹은 지역이 군사력을 갖게 되면 그 사회는 그야말로 조각조각 나서 분열되고 해체 되어 버립니다. 그러니까 대표가 나와서 원탁에 모여 서로 주고받는 것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대의제고 소위 말하는 민주주의다 하는 것입니다. 이래서 산업사회에 들어서는 모든 나라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가장 효율적인 통치 방식 다시 말해서 돈이 가장 적게 들어가는 방식이 민주주의다 하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민주주의 하면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지만 만약 민주주의 안하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농업사회에서 군주제가 되듯이 산업사회에선 반드시 민주제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산업사회는 갈등, 농업사회는 화해구조
우리나라는 1960년 까지는 완전 농업사회였습니다. 농사지어 먹고 살던 사회였습니다. 왜 농업사회냐, 인구의 70%가 농촌에 살았고 63%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습니다. 이 비율은 신라시대도 꼭 같았습니다. 그런데 1961년에 5·16이 일어났습니다. 그때부터 우리가 어디로 들어가느냐 하면 산업사회로 들어가기 시작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산업사회 시작을 4·19라고 생각합니다. 4·19가 왜 일어났느냐고 물으면 10중 8-9는 자유당의 부정겫廣?장기집권, 무능력 그리고 3·15 부정선거 때문에 일어났다고 대답을 합니다. 그것은 현상적으로는 맞는 이야기 입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4·19는 왜 일어났느냐. 유명한 문명충돌론을 쓴 사뮤엘 헌팅턴(S Huntington)의 분석입니다만 4·19는 실업(失業) 때문에 일어났다 하는 것입니다.
4·19당시 대학생 실업자가 얼마였느냐. 헌팅턴의 분석에 의하면 그 당시 우리나라 산업의 수용능력으로서 1년에 대학생 한사람이 필요한데 몇 명의 대학생을 내고 있었느냐 하면 18명의 대학생을 내고 있었다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17명은 실업자였습니다. 4·19당시 대졸자 1명만 제하고 17명은 실업자로서 거리를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4·19당시 대졸 실업자는 시한폭탄
대졸 실업자는 겉으로 보기는 실업자지만 실제로는 시한폭탄과 꼭 같습니다. 대졸 실업자 하나 굴러가면 폭탄 하나 굴러가고 둘 가면 둘 굴러 가는 것과 꼭 같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통 나라가 대졸 실업자 폭탄 하나를 수용하고 있었다면 4·19 때 우리나라는 17개의 폭탄을 수용하고 있었다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시를 보면 우리와 꼭 같이 부정선거 했고 장기집권 했고 그리고 부패 무능력한 지도자를 갖고 있었던 후진국들이 많이 있었는데도 그런 나라들에서는 모두 4·19같은 것이 안 일어났는데 우리만 유일하게 터져 나왔습니다. 이유는 오직 우리만 17배의 폭탄을 갖고 있었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러면 4·19란 무엇이냐. 사실은 따지고 보면 이 이상 더 우리는 농업사회에서 살 수 없고 농업사회의 식객(食客)노릇을 할 수 없다 하는 절규다 하는 것입니다. 대졸 자가 농업사회로 돌아가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농사를 짓겠습니까. 농업사회에서 만들어주는 식탁의 식객노릇 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산업사회로 들어가자 하는 절규가 4·19다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이듬해 일어난 5·16은 무엇이었느냐. 5·16은 기아선상에 헤메는 국민을 기아에서 해방하고… 이렇게 외치지 않습니까. 5·16도 4·19와 마찬가지로 이 이상 더 농업사회에서 살수가 없다 산업사회로 들어가자 하는 것입니다. 쿠데타라고 했건 또는 혁명이라고 했건 의거라 했건 아무 관계없이 일어난 모든것은 이제 산업사회로 들어가자 하는 절규요 신호였다 하는 것입니다.
민주화는 박정희 산업화의 당연한 귀결이었다
1974년에 우리나라 직업수가 몇 개냐 하는 것을 처음으로 조사 했습니다. 그 당시 노동청이 낸 한국 직업사전을 보면 우리나라 직업수는 1천 5백개입니다. 앞에서 지적 했듯이 50년대 60년대엔 5개 밖에 분류되지 않았는데 74년에 가면 1천 5백 개나 됩니다. 그로부터 12년 후인 86년의 직업 수는 직업사전에 따르면 1만 2천개로 늘어납니다. 그러니까 5·16이 일어나고 4반세기 동안에 직업수가 5개에서 1만2천개로 불어나게 되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 말은 그만큼 우리나라 사회가 분화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우리 사회에 갈등을 만들어내는 집단들, 갈등집단들의 수가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2천년 말 현재 우리나라 사업체수가 얼마냐 하면 3백만 개 입니다. 지금 3백만 개로 사회가 나가고 있는데 80년대 중반을 넘어설 때는 1백80만개였다. 1백80만개의 갈등 집단을 우리사회는 안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87년에 오면 이제는 이 갈등 집단을 다른 산업사회에서 해결하듯이, 우리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때 들고 일어났지만 사실 사회구조의 측면에서 본다면 들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하는 것입니다. 이미 박 정희 대통령이 살아있을 때 부마(釜馬)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부마사태가 일어났다는 사실 그 자체가 갈등집단의 수가 엄청나게 많이 늘어나 있다 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니까 87년도를 넘어서면 박정희 시대의 성장모델에서 다른 성장모델로 바꾸지 않으면 우리사회는 이제 더 견뎌날 수가 없다 하는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즉 말하자면 민주화과정을 밟지 않으면 안 된다 하는 것입니다.
더이상 농업사회의 食客노릇 못한다
그러면 87년까지의 갈등집단수를 그렇게 무수하게 늘려놓은 것은 무엇이냐 하면 그것은 산업화의 공적이었다 하는 것입니다. 산업화가 제대로 안되었으면 87년과 같은 6월 대항쟁이 일어날 수도 없고 오늘날과 같은 민주주의도 만들어 질수 없다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민주화의 기초며 기본은 산업화이고 따라서 산업화를 이룩한 사람이 민주화의 초석을 놓은 사람이다 하는 결론이 됩니다. 그런데 민주화투쟁한 사람들은 반대로 인권유린하고 민주화 말살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를 다시 봅시다. 산업화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보면 우리는 후발(後發)산업국가 입니다. 후발산업국가가 산업화하려면 어떤 방식을 써야 되는가. 영국에서 하던 것처럼 미국에서 하던 것처럼 민주주의 방식으로 산업화 하는가. 그것을 학문용어로는 분권화방식(decentralization)이라고 합니다. 권력을 사회 각 하부로 지역 또는 하위 단체로 나누어 주어서 산업화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권력을 한곳에 모아서 하는 방식, 이를 집권화(集權化=centralization)방식이라고 합니다. 영국이나 미국은 초기 산업화국가 인데다 분권화 방식으로해서 산업화 기간이 굉장히 길었습니다. 영국의 경우는 1백 80년 걸렸고 미국의 경우는 1백 10년이나 걸렸습니다. 프랑스의 경우도 약 1백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산업화 해가지고 언제 산업화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요새처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른 사회에선 영원히 종속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집권화방식을 생각해 낸 것입니다. 그것이 비스마르크입니다. 독일은 1871년에 통일국가가 되었는데 그때 80%가 농촌에 살고 20%가 도시에 사는 완전 농업국가였습니다. 독일이 통일이 되었는데 통일된 독일을 어떤 식으로 산업화 시킬 것인가를 비스마르크는 영국으로 벤치마킹 했습니다. 앞으로 독일은 영국을 따라가야 하는데 그 당시 영국은 세계 부(富)의 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민주화 요구속에 산업화 앞당긴 비스마르크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뒤진 후진국이었습니다. 그 최 후진국 독일을 어떤 식으로 해서 영국을 따라가게 할 것인가. 비스마르크가 생각해낸 방식이 바로 집권화 방식이었습니다. 권력을 중앙으로 다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권력을 중앙으로 모은다 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정책 결정은 중앙정부가 모두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앙정부의 누가 하느냐. 중앙정부의 수장인 비스마르크 내가 한다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독일을 산업화시켜서 25년 4반세기 동안에 말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독일은 큰 변란을 경험합니다. 독일 사람들이 비스마르크에 저항해서 끊임없이 들고 일어난 것입니다. 비스마르크여, 제발 민주주의 좀 해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독재를 해가지고 우리 다 죽겠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비스마르크는 아주 잔혹하게 진압을 했습니다. 그때 비스마르크가 한 말이 독일국민 여러분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이 쇠몽둥이와 피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철혈(鐵血)재상이라하지 않습니까. 이렇게해서 독일의 산업화 속도는 가속화되어서 25년이 지나고 또 20년이 지나는 즉, 산업화 시작 40여년 후인 1914년에는 적어도 통계적으로는 영국과 독일이 비등비등 했습니다.
그런데 그 비스마르크 시대와 꼭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 박 정희 대통령시대에 그대로 재현이 되었습니다. 비스마르크 시대와 꼭 마찬가지로 우리도 산업화 3격차가 벌어졌습니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압축성장을 해가다가 보니까 소위 말하는 산업화 3격차가 벌어지는데 산업화 3격차는 첫째 산업격차 입니다. 농업과 공업의 엄청난 격차가 벌어져서 농사짓는 사람들의 사회적 좌절감, 열등감이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다음 둘째는 계급 격차 입니다. 노동자와 정신노동자 이른바 블루 컬러와 화이트 컬러 간의 소득격차, 사회적인 지위격차, 인간적인 대우 격차 그 격차가 엄청나게 컸습니다. 그러니까 노동자 쪽에서 전태일과 같은 그런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 다음 셋째 지역 격차입니다. 도시는 빨리 발전시키고 농촌지역은 늦게 발전시킨다. 특히 우리는 부산항을 통해서 물자가 드나들게 하는 발전 방식을 썼기 때문에 동쪽은 빨리 발전하고 서쪽은 푸대접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지역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이것을 산업화 3격차라 합니다. 독일도 꼭 같이 벌어졌고 우리도 압축 성장을 하니까 그렇게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다가 독일과 달리 우리는 산업화에 가장 중요한 부존자원과 발전된 기술과 축적된 자본이 없었습니다. 3무(無)의 상태이었습니다. 독일은 그래도 3무는 아니었습니다.
박정희는 독일 비스마르크의 성장모델 추구
우리는 이 3무의 상태에서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산업화를 달성하려고 하다가 보니까 정부 주도형이 될 수밖에 없고 정부주도형이 됨과 동시에 초고속성장으로 나가고 초 집중성장으로 나가고 불균형 성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우리는 독일보다 3 격차가 더 많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산업화를 시키고 1960년대 보리 고개를 경험한 우리나라라 해도 국민적인 불만이라는 것은 축적되고 폭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20년 후에 벌어지는 부마사태였고 그 다음에 또 벌어지는 광주사태였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이라고 하는 것도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보면 산업화가 경험하는 폭발의 한 과정이었다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국가가 힘을 강력히 모아서 진압하는 형식으로 해나가지 않으면 산업화는 좌절이 온다 하는 것입니다. 비스마르크가 해나간 그런 방식으로 해나가지 않으면 산업화는 좌절이 오고 끝이 난다 하는 것입니다.
독일이 그렇게 해서 오늘날도 그 부작용이 굉장히 큰 것입니다. 1949년 50년 아데나워 정부가 들어설 때 3대 터부가 있었는데 그 첫째가 지역 터부 이었습니다. 우리 지역 따지지 말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독일은 지역차별이 있습니다만 남부 북부 따질 이유가 뭐 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비스마르크가 센트랄리제이션 방식을 쓸 때 그는 브란덴부르크 출신인데 동 엘베 강 지역 사람들을 모아썼습니다. 우리의 경우 TK 사람들을 모아쓰듯이 동 엘베 강 사람들을 모아 썼습니다. 쓰다보니까 과거에도 있던 지역감정이 더욱 커졌습니다.
통일 통일하면 통일안된다며 터부지킨 독일국민
그래서 우리 지역 따지지 말자 한 것이었고 그 다음이 종교 터부였습니다. 독일은 종교전쟁에 의해서 국토가 초토화 된 일이 있지 않습니까. 종교가 카톨릭이면 어떻고 프로테스탄트면 어떠냐 우리 그런 것 따지지 말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터부는 통일이었습니다.
통일 통일 하지 말자. 통일 통일 하면 통일이 되지 않고 한반도처럼 전쟁이 일어난다. 그러니까 통일 통일 할 이유가 뭐 있느냐. 동독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서독이 주고 서독이 필요한 것 있으면 동독서 받고 그래서 서로 평화협력에 의해서 오순도순 살아가면 어느 날 통일이 되겠지. 왜 통일 통일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꿈에도 통일 살아도 통일 죽어도 통일 하지 않습니까. 「통일 통일 하면 통일 안 된 다 」이것이 독일 사람들의 통일 터부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쨌든 비스마르크가 만들어낸 압축성장의 한 부작용이었습니다. 독일의 산업화 과정에서 보듯 우리도 「박 정희 성장모델」에 의해 만들어진 이 압축성장의 부작용은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그 많은 부작용은 그 뒤 사람들이 해결할 문제이고, 그러나 어쨌든 산업화 하지 않으면 민주화는 되어지지 않는다. 산업화 하지 않으면 우리의 일상생활 세계는 향상되지 않는다하는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그렇다면 아무리 부작용이 많다 하더라도, 즉 아무리 인권유린이 있고 독재를 했다 하더라도 일정기간은 그 산업화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는 것입니다. 한시대의 희생이 그다음 시대의 희망을 가져다주는 한 그 희생은 감수를 해야 된다 하는 것이 1987년까지의 우리 사회였습니다.
그러면 김 영삼, 김 대중 두 사람은 무엇을 했는가. 민주화 투쟁을 했다. 그 민주화투쟁은 여기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민주주의는 민주화투쟁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말씀드린 대로 사회구조 자체가 산업화에 의해서 여러 집단으로 나누어 져서 이제는 서로 타협하지 않으면 , 대표자를 내서 협의하지 않으면 이사회는 통합이 안 된다는 「민주주의적 구조의 형성」이 민주화 투쟁보다 기본인 것입니다.
한 시대의 희생이 그다음시대의 희망 가져다 주었다
그렇다면 민주화투쟁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인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식을 고취하는데 상당히 기여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산업화 세력에 대해 도덕적 경고를 하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도덕적 경고, 민주주의 의식 고취라는 의미에서 김 영삼 김 대중 두 사람의 공이 있었다는 것이지 산업화의 기초를 닦아서 민주주의적 사회구조를 만드는데 이 사람들의 공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송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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