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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계두전(鴻鷄頭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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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기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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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7-04 12:01:58 from 211.192 조회수 60 추천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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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해란강
2002/7/3(수)
홍계두전(鴻鷄頭傳)
계두가 점점 자라 여섯살이 되자, 얼빵하기가 보통이 넘어 하나를 들으면 백 가지를 까먹을 정도였다. 그래도 공은 계두를 더욱 귀여워하면서도 계두의 판단이 저급하여, 계두가 '주적'이나 '북괴'라는 말을 꺼낼 때마다 감정을 앞세워 해결될 일 없는 것은 역사가 증언한다며 즉시 꾸짖었다. 하지만 우리의 수퍼닭대가리 계두는 여덟 살 처먹을 무렵 감히 호적호괴하지 못하고 정상적인 사람들로부터 천대받는 것을 뼈에 사무치도록 한탄하면서 마음 둘 바를 몰랐다.
어느 여름 6월말이 되자, 달빛이 밝게 비치고 맑은 바람이 쓸쓸하게 불어 와 사람의 마음을 울적하게 하였다. 계두는 편집실에서 글을 적다가 문득 노트북을 밀치고 탄식하기를,
"기자가 세상에 나서 대빵언론인상을 받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병법이라도 익혀 M16을 허리춤에 비스듬히 차고 땅크를 몰고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북벌하여 대~한민국에 큰 공을 세우고 이름을 오래도록 빛내는 것이 장부의 통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나는 어찌하여 때를 못만나 주적이 있는데도 주적을 '주적'이라 부르지 못하고 북괴를 '북괴'라고 부르지 못하니 심장이 터질지라. 이 어찌 야마 빡 돌 일이 아니겠는가!"
하고, 사옥 밑에 내려와 구라술을 익히고 있었다.
그 때 마침 공이 또한 달빛을 구경하다가, 계두가 서성거리는 것을 보고 즉시 불러 물었다.
"너는 무슨 흥이 있어서 밤이 깊도록 잠을 자지 않고 체조를 하느냐?"
계두가 공경하는 자세로 대답하였다.
"소인이 마침 달빛을 즐기는 중입니다. 그런데 만물이 생겨날 때부터 오직 사람이 귀한 존재인 줄 아옵니다. 그러나 소인에게는 귀함이 없사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겠습니까?"
공은 그 말의 뜻을 짐작은 했지만, 일부러 책망하며 말하였다.
"너 그게 무슨 말이냐?"
계두가 절하고 말씀드리기를,
"소인이 평생 서러워하는 바는, 소인이 사람들의 기대를 받아 당당한 기자로 먹고살고, 또 받아서 키워주신 사주오빠의 은혜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철천지 원수 주적을 '주적'이라 못하옵고 북괴를 '북괴'라 못 하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겠습니까?"하고, 눈물을 흘리며 수첩을 적셨다.
공이 이 말을 다 듣고 비록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었으나, 그 마음을 위로하면 방자해질까 염려되어 크게 꾸짖어 말하려다가, 차라리 평생 불쌍하게 사는 편이 나을 듯해서 호적호괴를 허락했다.
"오냐. 호적호괴를 허하노라. 니 꼴리는 대로 해라."
그러나 이렇게 호적호괴를 허락했으나, 뜻밖에도 계두는 계속
"철천지 원수 주적을 '주적'이라 못하옵고 북괴를 '북괴'라 못 하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겠습니까?"라고 하였다.
공이 "이 닭대가리 같은 넘아! 호적호괴를 허하지 않았느냐? 니 꼴리는 대로 하라니까!"라고 화내며 말하였다.
"철천지 원수 주적을 '주적'이라 못하옵고 북괴를 '북괴'라 못 하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겠습니까?"
"야야야! 방금 내가 호적호괴를 허하지 않았느냐? 아무리 닭이지만 넘 하지 않니? 국군이 죽었는데 마음 편할 사람 있겠어? 나도 정말 슬퍼. 언제까지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원. 근데 지금까지 니들 같은 닭들의 방식으로는 답이 안 나왔잖아. 그건 니들도 알지? 자자, 호적호괴를 허하노라~"
"철천지 원수 주적을 '주적'이라 못하옵고 북괴를 '북괴'라 못 하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겠습니까?"
"얌마! 박정희때는 햇볕정책해서 김신조가 청와대로 쳐들어왔니? 두환이는 햇볕정책 때문에 폭탄맞았어? 그만 울어. 알았다니까. 그래 호적호괴를 허락할게!"
"철천지 원수 주적을 '주적'이라 못하옵고 북괴를 '북괴'라 못 하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겠습니까?"
"이거 보통 닭대가리가 아니네 정말! 우리가 북한을 주적이라 부르면 북한이 절대로 공격 안할 것 같니? 뭔 지랄을 해도 발광할 가능성이 있잖아? 안 그래? 아,,,정말...응응응..그래 그래...니 맘대로 해! 신문지 장사 맘껏 하란먈야! 글고 다시한번 호적호괴를 허하노라!!!! 알겠어?"
"철천지 원수 주적을 '주적'이라 못하옵고 북괴를 '북괴'라 못 하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겠습니까?"
"아, 정말 돌겠네! 호적호괴를 허용해줄테니 제발!!"
"철천지 원수 주적을 '주적'이라 못하옵고 북괴를 '북괴'라 못 하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겠습니까?"
. . . . . . . . . . . . . .
공은 허패디집어지는 고통을 참으면서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계두는 오토리버스처럼 계속 같은 말을 내뱉고 있었다. 계두의 지능은 한여름의 더위만큼 끈적끈적했다.
"철천지 원수 주적을 '주적'이라 못하옵고 북괴를 '북괴'라 못 하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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