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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한나라당 김용갑의원님께 삼가 여쭈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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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용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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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7-03 05:21:07 from 128.134 조회수 30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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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갑 의원님께 삼가 여쭈옵니다'
대한민국을 '빨갱이들의 세상'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하여 불철주야 노심초사하시는 '구국의 선봉' 김용갑 의원님께 불학무식한 무지렁이가 감히 여쭈옵니다.
의원님께서 최근 서해교전과 관련하여 대북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온 현 김대중 정부를 '친북좌파 정권'이라고 성토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바른 통일과 튼튼한 안보를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65명의 명의로 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국군통수권 수행 자격 있나>라는 제하의 성명서에서 의원님은 "서해교전 책임은 김 대통령에게 있으며, 이런 사람에게 군의 통수권을 더 이상 맡길 수는 없다"고 격하게 공격했다지요.
나는 그 말을 듣고서 "역시 김용갑 의원이로다" 하고 감탄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김 의원님이 누구십니까? 박정희.전두환 시절의 음습한 노스탤지어를 자아내게 하는 '그때를 아십니까'류의 반공.멸공.승공투사로 널리 알려져 있는 분 아니십니까? 비록 민주와 자주, 통일을 열망하는 나와는 정치적 지향점이 현저히 다르지만, 그럼에도 나는 김 의원님을 '가열차게'(!) 존경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딱 한 가지. 말에 일관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 의원님은 이번 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에도 현 정부를 향해 '친북세력'이라고 맹공을 퍼부어 정가에 큰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의원님은 국회 대정부질문 시간에 사전 배포한 원고를 통해 "김대중 정권 출범의 의미는 단순한 체제 내의 정권교체가 아니라, 반북세력에서 친북세력으로 넘어간 것이었다"며 "김정일 독재집단을 찬양하는 일부 세력들이 우리 사회의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대한민국 정통성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셨더랬지요.
의원님은 또한 2000년 11월에도 국회대정부 시간을 이용해 민주당을 가리켜 '조선노동당 2중대'라고 발언하여 한바탕 난리법석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그때 민주당의 반응이 호떡집에 불난 듯 참으로 볼 만 했습니다. 의원 총회를 열어 해당 발언의 삭제 및 사과, 그리고 김 의원의 제명 등 강경한 요구를 마구마구 쏟아내지 않았습니까? 의원님의 발언으로 한나라당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 하여 속기록을 삭제하는 선에서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던 걸로 나는 기억합니다. 그러나 의원님은 "이 발언으로 의원직을 상실해도 좋다"고 속기록 삭제를 거부하시며 영웅적인 투쟁을 벌여 보수.우익세력의 박수를 받으셨지요.
언어가 일정치 못한 간사한 세태에서 의원님처럼 자신의 신념에서 우러난 사상과 말을 일관되게 견지하는 분을 발견하기란 심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 점에서 김 의원님은 나의 존경을 받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춘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렇듯 언어가 분명한 분에게서 그에 걸맞는 행동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심히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릇 언어의 일관성도 소중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언'과 '행'의 일치도 소중한 법. 그런데도 의원님께서는 자신의 말에 상응하는 혹은 책임지는 행동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니 이를 어찌 슬퍼하지 아니 할 수 있겠습니까?
김 의원님은 앞에서 살펴본 바, 이미 몇 차례나 현 정부와 민주당을 향하여 '친북.좌파정권'이니 '조선노동당 2중대'니 하는 무서운 말을 내뱉으셨습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50년만에 처음으로 빚어진 정권교체를 반북세력에서 친북세력으로 정권이 넘어간 것으로 명료하게 진단하셨으며, 친북세력인 김대중 정권이 주적인 김정일 집단만 이롭게 하며 대한민국의 국기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셨습니다. 나아가 이런 사람에게 군의 통수권을 더 이상 맡길 수 없다고 극언하기까지 하셨습니다.
그럴진대 이제 와서 무엇을 망설이십니까? 의원님의 시각에 의하자면, 김대중 대통령은 간첩보다도 더 흉악무도한 자입니다. 친북용공분자로서 북한을 배불리게 하는 이적행위를 한 자요, 대북 햇볕정책이라는 못된 비방을 써서 남한을 내적으로 와해시키고, 북한군의 사기만 올려주어 결국 서해교전사태에서 나타난 것처럼 국군장병만 죽게 만든 장본인에 다름 아닙니다. 바른 통일과 튼튼한 안보를 생각하는 국회의원의 일원으로서 의원님이 그를 국가보안법에 고발하는 것은 극히 당연하고도 당연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의원님께서는 그를 국보법에 고발하지 않고 수년 동안 곁에서 입으로만 떠들고 계시니 이 어찌된 일입니까? 국보법 불고지죄 조항이 시뻘겋게 눈을 뜨고 노려보고 있거늘 그 무서움을 어찌 감당하려고 그리도 태평하게 처신하시는 것입니까? 빨갱이는 불문곡직하고 때려 잡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것이 그쪽의 상식 아닙니까? 김대중 대통령이 진정 빨갱이(=친북.좌파)임이 분명할진대, 의원님은 빨갱이 손에 넘어간 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거국적인 반정부투쟁을 전개하셔야만 할 것입니다.
나아가 빨갱이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1,000만 국민들을 가차없이 숙청해서 한점 흔들림 없는 확고한 안보태세를 확립해야 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적어도 그 정도는 하셔야 대한민국에서 이념적으로 가장 철저하게 무장된 정치인답다는 평판에 부합하는 행동이 될 것입니다. 의원님이 만약 지금처럼 친북용공분자들을 보고도 구체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고 말로만 계속 떠드신다면, 우매한 민초들의 사상적 방황은 더욱 깊어질 것이고 마침내는 의원님의 주장이 '거짓에 기초한 정치공세'에 불과했던가? 하고 고개를 젖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될 것입니다. 그런 비극이 벌어져서야 되겠습니까?
내친 김에 한 마디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현 정부를 친북.좌파로 규정하는 의원님의 주장이 양심에 기초한 확고한 소신에서 우러나는 것일진대, 면책특권이 살아있는 국회 대정부질문 시간을 이용한다든가 하는 그런 좁쌀스러운 모습은 더 이상 보여주지 마시옵기를 간청합니다. 면책특권에 기대어 입술을 놀리는 것은 자신의 말에 책임도 못지는 소인배들이나 하는 짓거리입니다. '소신'과 '용기' 빼면 시체인 천하의 김 의원님께서 무엇이 두려워 그런 자들과 똑같이 행동한단 말입니까?
존경하옵는 김 의원님.
나는 의원님을 말만 앞세우는 얍삽한 정치꾼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렇기는 커녕,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고, 말의 앞뒤가 분명하며, 선이 굵은 우국의 정치인으로 간주하고 있지요. 그렇기에 언행의 일치를 바라는 이런 글을 써서 존경의 념을 표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부디 김 의원님 자신의 진정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아니 김 의원님을 통해서 참된 사내의 기백을 보고자 하는 무지렁이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김 의원님으로 힘과 위안을 삼고 있는 대한민국의 극우.보수꼴통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입으로 내뱉은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진정한 용기를 보여주시옵기를 삼가 부탁해마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바른 통일과 튼튼한 안보'를 생각하신다는 의원님들의 자제분들은 한 분도 빠짐없이 병역을 다 필하셨겠지요?
하니리포터 문성(한별) 기자 /aem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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