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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이 뜬다] 월드컵기류 타고 급상승, 지지율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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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03 12:24:16 from 211.217 조회수 64 추천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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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이 뜬다] 월드컵기류 타고 급상승, 지지율 31%
노무현 추월… “정치세력 등에 업지 않은 개인 지지율”
창당후 대선출마 가능성…‘조직 미비-
다섯번째 키커로 나선 홍명보의 발을 떠난 피버노바가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6월 22일 오후 6시30분 전국은 삽시간에 환희와 감격으로 눈물 바다가 되었다.
거리 응원의 메카(Mecca)가 된 광화문 교차로에서 붉은악마와 함께 거리 응원 축제를 벌이고 있던 시민들은 그순간 조선일보 전광판 위 코리아나호텔 옥상에서 거대한 현수막이 스르르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가자! 요코하마로’였다.
이 격문(檄文) 밑에는 히딩크 감독의 역동적인 모습이 박혀 있었다. 한국이 골을 넣거나 이겼을 때 권투의 어퍼컷을 날리는 특유의 승리 세리머니였다. 텔레비전은 한국이 4강에 오르기까지의 감격적인 장면들을 보여준 뒤 ‘사랑해요, 히딩크’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한국은 세계 축구사(史)를 다시 썼다. 이 모든 것이 히딩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의 월드컵 기적은 세계를 놀라게 하는 동시에 대선(大選)을 앞둔 국내 정치 지형(地形)에 일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신화를 창조한 주역은 히딩크 감독과 대표선수들이지만 이들 뒤에는 정몽준(鄭夢準ㆍ51) 대한축구협회장이 있었다.
한국 축구의 신화 창조가 이어지자 지역과 계층과 연령을 가리지 않고 국민들 사이에서 정몽준 회장을 대선주자로 다시 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인들에게 평생 못잊을 밤으로 기록될 열광의 토요일 밤. 오후 11시께 광화문 부근에서는 일단의 시민들이 인도를 걸어가면서 태극기를 흔들며 히딩크와 정몽준을 연호하며 행진을 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시민들은 히딩크 감독과 정몽준 회장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대선주자 3자 가상 대결(이회창 노무현 정몽준)에서 정몽준 회장의 지지율은 그동안 13% 내외를 기록했다. 그러나 월드컵 시작과 함께 가상 대결 지지율은 급상승해 17.2%대를 기록했고, 16강전 직후에는 30%대로 올라서 2위인 노무현 후보를 앞서기 시작했다. ‘파이낸셜 뉴스’가 전국 성인 1536명을 대상으로 한 대선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이회창(李會昌) 노무현(盧武鉉) 정몽준 3자 대결에서 세 사람은 각각 39.3%, 28.9%, 31.8%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표본 오차는 ±1.5% 포인트).
이는 월드컵 성공과 한국 축구 신화 창조로 정몽준 회장의 지지도가 급상승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정몽준 회장의 지지율은 아직 선두인 이회창 후보를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지지율이 특정 정치세력의 지원을 등에 업지 않은 순수한 개인 지지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세력만 갖춘다면 그의 지지율은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 된다.
◆ “월드컵 유치” 공약 걸고 축구협회장 당선
시간을 역(逆)으로 올라가보자. 1993년 1월, 정 의원은 대한축구협회장에 도전한다. 선친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명예회장이 14대 대선에서 낙선한 지 불과 1개월 뒤였다. 그는 축구협회장이 되면 월드컵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일본이 현재 한발 앞서가고 있지만 1996년 FIFA총회까지 3년여가 남아 있으니 1981년 서울올림픽 유치 경험을 살려 꼭 실현시키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당선되었다. 그의 나이 마흔한 살이었다. 정 의원은 축구협회장에 만족하지 않고 1994년 다시 FIFA 부회장에 도전한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그는 FIFA 부회장에 당선되었다. 그는 FIFA 부회장 당선을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FIFA 부회장이 된 그는 월드컵 유치를 위해 전세계를 돌았고 마침내 1996년 월드컵 공동 개최를 이뤄냈다. 그가 월드컵 유치를 위해 뛰고 있을 때 일부 국내 인사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이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국이 되지 않았더라면 한국 축구는 세계적 거장(巨匠) 히딩크를 만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역대 월드컵 개최국 중 16강에 올라가지 못한 나라가 한 나라도 없다는 사실이 축구협회장인 정몽준 의원의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차기 개최국인 한국이 거둔 1무2패라는 초라한 성적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조별리그 탈락은 위기의식을 가중시켰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에 오르지 못한다면 개최국으로서의 체면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 축구는 영원히 세계 축구의 변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정몽준 회장은 첫승을 거두고 16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유럽 축구에 대한 공포심을 지우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고 이를 위해 유럽 축구에 정통한 감독에게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기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축구협회는 외국 감독을 물색했고 이렇게 해서 한국은 낯선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와 역사적인 조우(遭遇)를 하게 되었다.
2000년 12월 히딩크가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때 한국인들은 그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고 큰 기대를 걸지도 않았다. 그로부터 6개월 한국은 2001년 5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대 프랑스, 대 체코전에서 각각 0 대 5로 패배했다. 공동개최국 일본은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다. 히딩크 감독은 ‘오대영’ 감독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고 축구협회장인 그도 ‘오대영’이라는 놀림을 받아야 했다.
한국 언론은 또다시 특유의 조급증을 드러내면서 히딩크 흠집 내기에 열을 올렸다. 급기야 히딩크가 전지훈련장에 여자 친구를 데리고 나타나자 한국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히딩크를 공격하고 나섰다. 히딩크가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을 때 정몽준 회장은 히딩크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며 방패 역할을 자임했다. 그는 “히딩크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 감독의 사생활을 문제 삼는 것은 문화적 이해의 차이일 뿐 그 자체를 거론하는 것은 점잖치 못하다”고 변호했다. 2001년 5월 정몽준 회장이 초조한 나머지 히딩크에 대한 신뢰를 철회하고 히딩크가 도중 하차했다면 한국 축구 신화는 애초에 불가능했다.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는 전국민의 몫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한국 축구의 신화 창조는 감독, 대표 선수, 축구협회, 그리고 붉은악마가 힘을 합친 피와 땀의 결실이다.
정몽준 의원은 1997년 대선 이후부터 차기 대선주자의 한 사람으로 꾸준히 거론되어 왔다. 그러나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그가 ‘마이너(minor) 후보’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과소평가했다.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정치세력이 없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현대(現代)의 아들, 즉 재벌의 아들이라는 점이었다. 정몽준 의원을 여전히 재벌의 아들로 보는 일부의 시각이 그로서는 가장 부담스럽다.
◆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장 근접
외국인 감독 히딩크의 성공으로 월드컵 이후 한국 사회는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는 게 일치된 전망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란 지연(地緣)ㆍ학연(學緣)의 사슬을 끊고 오로지 실력과 공정한 경쟁을 중시하는 것을 말한다. 선수 선발과 감독 선발 과정이 지연과 학연에 의해 크게 좌우되어 온 게 한국 축구의 현실이었다. 히딩크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해 이것을 걷어내자 한국 축구를 억눌렀던 숨통이 트였고 비로소 비상(飛上)할 수 있었다. 또한 김대중(金大中) 정권이 내정(內政)에서 실패를 거듭한 것은 국정이 지연·학연·혈연이라는 로컬 스탠더드(local standard)에 함몰되어 운영되어 왔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은 신물나게 체험했다.
한국민들은 똑같은 선수들을 가지고 세계 축구의 흐름을 아는 지도자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해 조련하면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 축구의 발전은 한국 사회도 지도자만 잘 뽑으면 얼마든지 세계 일류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현대중공업 회장 시절인 13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이래 정몽준 의원은 주로 국방위원회·외무위원회에서 활동했다. FIFA 부회장에 당선된 이후 그는 주로 국제 스포츠 무대 활동에 주력해 왔다. 상대적으로 부실할 수밖에 없었던 국회 활동은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급기야 2000년 2월 시민연대는 국회 참석률 저조를 이유로 정몽준 의원을 ‘낙선 운동 대상자’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정몽준 의원은 지난 3월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월드컵 공동조직위원장, FIFA 부회장, 축구협회장, 국회의원, 아산재단 이사장을 동시에 하다 보면 어떤 장점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스케줄이 빡빡할 때는 조금 긴장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하는 일들이 기본적으로 이해가 상충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상호 보완적입니다. FIFA 부회장은 제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직책입니다. 부회장은 아시아에서 한 명밖에 없는 30억 아시아인을 대표하는 자리입니다. 부회장 자격으로 여행하다 보면 회사 일로 다니는 것보다 만나는 사람도 다양하고 보고 듣는 게 많습니다. 그래서 농담으로 FIFA 일을 1년 하면 박사학위 하나를 따는 것과 같다고 해요. FIFA 부회장 활동이 퍼블릭 서비스에 포함되는 일이니 국회의원, 회사, 대학 재단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세계화시대에 세상의 흐름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우리나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FIFA 부회장이란 자리가 바깥 세상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기회를 주고 있다고 봅니다.”
정몽준 의원은 한국인 중 김대중 대통령 다음으로 국제사회에서 지명도가 높은 인물이다. 한승주(韓昇洲) 전 외무장관은 1998년 정몽준 의원 후원회에 참석해 “외무장관을 지낸 내가 대통령 다음으로 국제사회에서 지명도가 높은 줄 알았는데 사실은 정몽준 의원이 나보다 더 유명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후보를 제외한 잠재적 대선 주자는 정몽준 의원과 박근혜(朴槿惠) 의원, 고건(高建) 전 서울시장 등이다. 이들 다섯 사람 중 정몽준 의원은 ‘글로벌 더탠더드’라는 기준에서 보면 가장 경쟁력이 있다.
지난 3월 초 조선일보·한국갤럽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정몽준 의원은 이미지 평가 7개 부문 중 국가 경영 능력, 포용력, 지도력, 결단력 4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국정 전망 7개 부문 중 경제 안정, 정치 안정, 지역감정 완화, 부정부패 감소, 남북관계 개선 5개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정몽준 의원은 평소 이 조사결과에 대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곤 했다. 월드컵 성공과 한국 축구 신화 창조로 그에 대한 이런 평가들은 상향(上向)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 “결승전 이후 출마 여부 결정”
그는 요코하마 결승전(6월 30일)이 끝나면 여론을 살핀 뒤 대선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해 왔다. 월드컵 성공과 축구 신화 창조로 모든 상황이 그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방선거 결과도 그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불리할 게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6·13 지방선거 전까지 서로 다른 계산법에 의해 이회창·노무현 양자 대결 구도를 선호해 왔다. 민주당의 지방선거 참패 이후 한나라당은 혹시 노무현 후보가 낙마(落馬)할까봐 초조해 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로 끝까지 가기만 하면 선거에서 이긴다는 것이다.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크게 앞서던 4월 말까지만해도 노무현 후보측은 오히려 이회창 후보가 낙마하지 않기만을 바랐었는데, 6월 들어 지지율이 역전되면서 처지가 바뀌었다.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 급락과 함께 정치권에는 신당설(新黨說)이 무성한데 갖가지 시나리오의 정 중앙에는 정몽준 의원이 놓여 있다. 그 정몽준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한다면 신당 창당을 통한 대선 출마 가능성이 높다. 벌써 민주당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는 공개적으로 정 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는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정몽준 의원의 대선 행보와 관련된 움직임은 특별하게 감지되는 것은 없다. 정책보좌 인턴 모집에 자원자가 폭증하고 팬클럽 ‘MJ 러브’ 회원들이 늘고 있으며 정몽준 후원회(회장 이홍구) 원서를 가져가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는 정도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정 의원이 7월 중에 자신 명의로 펴낼 두 권의 책을 준비 중이라는 점. 한 권은 월드컵과 관련된 책이고 다른 한 권은 정치적 견해를 밝힌 책이다.
정 의원은 2001년 7월 월드컵공동조직위원장 자격으로 기고한 신문 칼럼에서 “프랑스는 1998년 월드컵을 통해 인종간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통합을 이루어낸 모범적인 국가로 손꼽힌다”면서 “우리나라도 월드컵 개최가 지역간 계층간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푸닥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쓴 적이 있다. 2002년 6월 한국과 한국인은 기적처럼 그의 바람 이상을 이뤄냈다. 월드컵 기간 한달 동안 지역과 이념으로 분열되었던 한국인은 하나가 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정몽준 의원은 지역 계층 이념을 뛰어넘는 신당 창당을 통한 출마가 유력시된다. 그가 이인제(李仁濟) 의원과 박근혜 의원과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를 위시한 정치권의 제(諸)세력을 한데 아우르기만 한다면 그는 이회창 후보를 위협하는 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 ‘파이낸셜 뉴스’의 대선 지지도 조사에서 이회창 대 반이(反李)연대 후보 가상 대결에서 이 후보는 38% 대 62%로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지방선거에서는 압승했지만 이 후보에 대한 거부감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정몽준 의원이 출마하는 구도가 이회창 후보 당선에 가장 유리하다고 보는 견해와 정몽준 의원을 ‘경계 대상 1호’로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정몽준 의원의 부상으로 12월 대선은 전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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