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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결산] 한국 축구는 4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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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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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02 11:31:37 from 211.219 조회수 9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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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결산] 한국 축구는 4강인데...
2002.7.2.화요일
딴지 월드컵 취재반
끝났다.
드디어 다 끝났다. 월드컵 말이다.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 외국에서나 보던 칩슛이 골키퍼를 넘어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가던 안정환의 골, 프랑스와의 평가전 박지성이 긴 패스를 받아 두번 치고 들어가 꽂아 넣던 통쾌한 동점골, 상암구장 지붕에서 밤하늘로 날아오르는 폭죽을 보며 아 드디어 개막이구나 하고 감개무량하던 마음, 폴란드와의 첫경기 시뻘겋게 물든 관중석을 보며 묘한 쾌감에 전율하던 기억, 점점 늘어만 가던 거리응원과 시청 앞의 그 엄청난 군중, 저거 한국팀 맞냐며 스스로도 어리둥절해 하던 매끈한 패스와 드리블의 신선한 충격, 경기가 있는 저녁이면 마치 유령의 도시라도 된 듯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던 거리, 그 텅빈 공간 홀로 탈탈탈 오토바이를 몰고 지나가던 피자배달원의 잔뜩 부은 얼굴, 경기 끝나고 "9시" 뉴스를 보고 나면 새벽 한시가 되어 버리던 그 밤들, 새벽 네시 하늘이 부옇게 밝아오는데 아직도 교통이 마비되어 있던 서울 시내의 광란, 인터넷 게시판을 누비며 몇날며칠을 보내도 전혀 지겹지 않던 그 수많은 목소리들, 그리고 지친 선수들을 볼 때의 그 안타까움까지....
불과 한달이었다. 아니 한달이나 지났다. 순식간에 말이다. 2002년의 6월은 그렇게 붉은 빛으로 기억될 것이다. 87년의 6월이 하얀 최루탄 연기로 기억되듯이.
그리고 월드컵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니 끝나기도 전에, 미군 장갑차 사건, 서해교전 등등 숨가쁜 뉴스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시작한다. 지루할 틈이 없어서 좋은 곳, 뉴스가 가장 재미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곳, 다이나믹 코리아.....
자, 그럼 이제 우리는 한달 동안의 한바탕 "꿈"을 접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일터로 돌아가야 할까?
아니 아직이다.
일상을 잊고 도피하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우리에게 2002년 6월은 생활에서 유리된 단순한 "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02년의 6월은 한바탕 백일몽으로 잊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경험이었다. 축구는 축구일 뿐이지만, 그러나 우리가 경험한 것은 축구 뿐만이 아니었다. 월드컵은 내셔널리즘의 축제이지만, 그러나 우리가 느낀 것은 단순한 국가주의나 민족주의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정치이기도 했고, 우리 안에 잠자고 있던 무언가를 일깨워주는 통과의례이기도 하였으며, 세계를 상대로 우리를 내 보이는 무대이기도 했고, 세계에서 우리의 위치를 확인해보는 시험대이기도 했다. 그것은 국제관계였고, 분석을 필요로 하는 거대한 사회현상이었다.
이제 하나씩 하나씩 그것을 정리할 때다. 월드컵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아니, 이제부터 시작이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월드컵이 남긴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본지는 앞으로 월드컵 결산 시리즈를 연재할 것이다. 월드컵, 붉은악마, 4강신화, 축구, 대한민국과 태극기의 범람, 밤거리의 축제, 그리고 우리의 웃음과 눈물이 과연 무슨 의미였는지, 독자 열분들과 함께 탐구해 보도록 하겠다.
앞으로의 본격적인 정리에 앞서 맛배기로 우선 간단한 얘기 하나 하려고 한다.
외신과 언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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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우리는 외신의 홍수 속에서 살았다.
비록 일본쪽 경기장보다 관중석에 백인 흑인들 수는 적었지만, 그러나 이번만큼 우리가 외신과 친하게 - 혹은 열받으며 - 지냈던 적은 전에 없었다.
외국 어디 언론에서 우리를 칭찬했다는 소식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뿌듯해지고, 개최국 한국에 대해서 외국인들은 어떤 인상을 받았을까 궁금하면서 조바심 내기도 하고, 포르투칼 이태리 스페인에서 편파판정이라며 항의한단 소식에 기분 찝찝해지기도 하고.... 누군가 말했듯이 우리는 공항에서 막 비행기에서 내린 양넘들 보고도 '한국의 첫인상이 어떠냐'고 마이크 들이미는 민족이니깐.
뉴욕타임즈가 뭐라고 했다더라, 비비씨가 한국팀을 높이 평가했다더라, 프랑스 레퀴프가 이렇게 썼다더라, 이태리 스페인 언론들이 뭐라고 거품문다더라, 가디언지는 그걸 게임에 진 핑계일 뿐이라고 했다더라, 어느 신문이 한국이 우승한지도 모른다고 썼다더라, 한국팀에 비판적이던 더타임즈가 조금 입장을 바꾼 기사를 썼다더라, 중국 CCTV5는 줄기차게 한국을 씹는다더라, 같은 중국의 인민일보는 그래도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썼다더라, 미국 espn 웹사이트는 월드컵에 대해서 이렇게 결산했다더라, 등등등.....
기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던 그 수많은 기사들. 외신이 범람하고 우리가 국제사회의 일원임을 자각하게 되고 국제적 마인드도 생기게 되고 유럽넘들하고 맞장도 뜨고... 모두 다 바람직한 현상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으니.. 혹시 이런 거 생각해 보셨을랑가 모르겠다.
한국팀이 심판이 도와줘서 올라갔다, 피파의 음모가 있다, 4강에 올라갈 자격이 있다 없다 등등 한참 시끄러울 때, 아니면 한국의 선전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해석이 분분할때, 혹시 '한국신문이 이렇게 썼다'는 외신을 접해본 적 있으신감? 외국신문에서 한국의 좃선일보는 이렇게 말했다, 중앙일보는 뭐라고 논평했다, 한국 스포츠신문 뭐시기는 이런 기사를 실었다, 뭐 그런 거 말이다. 본우원 월드컵 기간 내내 외국 신문들을 이잡듯이 뒤지고 다녔지만 별로 못 봤다.
기사 쓰려고 맘먹고 찾았더니 비비씨에서 하나 나오더라. 딱 한 문장. 아래의 구절이다.
"Hiddink troops have surprised the world and created new history", said the Chosun Ilbo newspaper.
"히딩크 군단은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새 역사를 창조했다"고 좃선일보는 썼다.
무슨 중요한 말도 아니고 영향력 있는 뉴스도 아니고 도전적인 논평도 아니고.. 우리가 하루에 평균 17.4번쯤 듣는 저 말을 그냥 구색으로 갖다 끼워놓은, 시나리오로 치면 '행인2' 정도 되는, 지나가는 말에 불과했다.
생각해 보시라. 편파판정문제, 한국의 경이적인 세계 4강, 그 끈기와 정신력과 경기력에 매료된 사람들도 많았고 또 반대로 폄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국팀은, 그리고 한국의 길거리 응원은 월드컵 기간 내내 세계의 화제였고 이슈였다. 게다가 이곳은 월드컵 개최지였다.
스페인 신문이 뭐라고 했고 이태리 방송국이 뭐라고 떠들었고 유럽쪽 언론들이 편파판정이다 아니다 싸우고 있는 동안... 그쪽에 전해진 한국의 대응?
'그런 건 핑계에 불과하다. 우리는 실력으로 이겼다'
는 히딩크 감독의 인터뷰, 그걸로 끝이었다. 그냥 양넘들이 자기들끼리 이렇게 저렇네 갑론을박한 것이었고, 우리 신문들은 저쪽에서 누가 우리한테 유리한 말 했다 싶으면 얼른 가져다가 기사로 써먹기에 바빴다.
무슨 일만 터지면 목이 터져 피를 토할 때까지 정부를 규탄하고 국민을 훈계하려 드는 울나라의 재래신문들... 그들이 편파판정 시비에 도대체 무슨 역할을 했던가?
미국은 사태를 호도할 것이 아니라,원칙과 절차를 중시해 올림픽정신에 먹칠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우리 역시 네티즌들의 분노를 십분 이해하지만 심한 욕설이나 ‘반미(反美)’는 자제해야 할 것이다.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친 김동성 선수가 태극기를 내던진 것은 흥분상태라 해도 신중치 못한 행동이었다. 단장이나 코치는 선수들의 기량 못지않게 반듯한 매너를 가르쳐야 할 것이다. (2.22. 좃선 사설 - 뒤틀린 애국誤審)
김동성이 태극기 던진 걸 가지고 '반듯한 매너를 가르쳐라'고 훈시했던 좃선일보는 만만한 국민들만 훈시할 줄 알았지 밖에다 대고는 한마디도 못했다. 편파판정이니 음모론이니 하는 사안에 대해서 칼럼이나 사설 등으로 입장을 표명한 적이 한번도 없다. 자기 목소리를 낸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거다.
소리 안 내고 시늉하는 건 세계 최고지.
물론 아주 가끔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해봤자 저쪽에서 인정해 주는 건 전혀 아니었다. 영향력 1위라는 신문과 언론인은 그런 쪽의 '영향력'은 전혀 없었다.
그러다가 서해교전이 터지자 김대중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며 얼른 칼럼을 싣는다. (조선데스크 - 분노의 목소리들)
월드컵이 진행되고 있고, 또 한국팀이 선전하고 있다고 해서 축구 기사만 써야 한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축구보러 일본 간 것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잘 들리는 귓구녕이라면 판정논란에 답답해하는 국민들의 한숨소리도 들려야 마땅할 터이다.
하긴, 좃선은 '축구는 축구일 뿐이다'는 명제에 가장 충실하려 노력했던 신문이다. 스포츠 경기일 뿐이고, 그것 때문에 일상이 흔들려서는 안 되고, 놀았으면 이제 일하라 하는 입장이니.. 이런 글에서 가장 단적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월드컵 취재반 팀장의 칼럼 중 한 토막..
...거리응원전에서, 또 경기장에서 혹시 옆에 있는 사람이 '양키 고 홈'을 외칠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우리 모두 더 큰 소리로 이렇게 소리쳐 그들 목소리를 묻어 버리자. "대~한민국"이라고.
좃선을 재외한 중앙이나 동아는 그래도 좀 썼다.
- 동아 스페인이 문제삼는 장면 자세히 봤더니…
사설 - 우리가 誤審으로 이겼다는 말인가
- 중앙 김경원 칼럼 - 중국의 자기모순
한국-이탈리아戰 편파 판정 논란 - 오심인가 아닌가
사설 - 8강 탈락한 이탈리아의 과민반응
변상근의 Global Eye - 판정 논란 왜 불거지나
취재일기 - 이탈리아 '편파판정' 시비 유감
그래도 뭐.. 저쪽 애들이 받아써 주지 않기는 마찬가지이긴 했다. 한국전이 편파판정이 뭐네 싸우는데, 막상 한국측의 주장은 전혀 없는 골때리는 상황.. 그것이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당황스런 측면이었다.
외국 언론에 목소리를 내고 그쪽에서 받아 써 주는 우리쪽 사람은 딱 세명이었다. 하나는 정몽준 (그것도 독일전 끝나고 이틀있다가 심판 배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또 하나는 히딩크,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차범근이었다.
마치 제왕처럼 모든 걸 다 참견 간섭하면서, 차범근 짤라라 히딩크 반성하라 목에 힘주던 찌라시 언론들이 사실은 집안에서만 똥폼잡는 개구리들이었다니...
우리 사회를 선도한다며 감놔라 배놔라 하는 언론을 우리가 믿고 의지할 수 없다는 것, 우리 사회의 엘리트가 우리의 정서와 이익을 대변해 주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설사 한다 하더라도 우물안 개구리들의 합창일 뿐이지 밖에선 들리지도 않는다는 것...
한국 축구는 4강이지만 언론은 16강에도 못 든다는 거, 태극전사들이 우리에게 일깨워준 것은 애국심이니 축구의 묘미니 하는 것도 있지만 저런 것도 있다는 거다.
그래서 본우원 감사한다. 한국축구팀의 선전에.
대~한민국!
딴지 월드컵 취재반
최내현(asever@ddanzi.com)
http:www.ddanzi.com/ddanziilbo/75/75pr_56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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