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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그럼 남자는 국방을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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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갓댐양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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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7-17 06:50:15 from 61.36.1 조회수 58 추천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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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칼럼］그럼 남자는 국방을 아나?
대통령이 아파서 입원하게 될 경우 총리가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한다. 그런데 서해교전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국방을 모르는 여성 총리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 미국에서도 ‘대통령이 아프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김무성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은 지난 12일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비서실장직을 사임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유고 가능성’을 거론한 것을 주로 문제삼았다. 하지만 나는 ‘국방을 모르는 여성 총리’ 운운한 것도 그 못지 않게 큰 잘못이라고 본다. 대통령의 건강 이상에 대한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면 당연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대통령 자신과 측근들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알아야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체가 불분명한 ‘미국 쪽의 정보’를 빙자해서 대통령 유고 가능성을 제기해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든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반면 ‘국방을 모르는 여성 총리’라는 말은 어떤 경우에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김무성 의원에게 묻는다. 그럼 남자인 당신은 국방을 얼마나 아는가. 김의원의 병역사항을 보면 1974년 4월 육군에 소집되어 1975년 6월 소집 해제된 것으로 나와 있다. 자세한 사유는 모르겠으나 계급이 이병인 것으로 보면 실제 복무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1년을 넘지 않을 것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사정비서관과 내무부 차관을 지내긴 했지만 군 관련 기관에 근무한 적도 없다. 현재 소속 상임위원회는 환경노동위원회다.
이회창 후보는 어떤가. 이후보의 군 경력은 1957년부터 4년간 공군 법무관으로 일한 게 전부다. 평생 법조계에서 일했고 김영삼 정부 시절 감사원장과 총리로 재직하면서 행정 경험을 쌓았을 뿐 국방과 직접 관련된 일을 한 적이 없다. 김의원은 이후보의 신임이 두터운 사람이다. 만약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서 자신을 총리로 임명한다면 김의원은 대통령도 국방을 잘 모르는데 총리마저 그러면 안 된다며 총리직을 거절할 것인가. 그럴 리 없다.
김무성 의원은 자기가 장상 총리 지명자보다 국방을 더 잘 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내세울 만한 근거는 남자라는 것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남자라고 해서 다 국방을 잘 아는 건 아니다. 나는 육군을 만기 제대한 예비역 병장이지만 M16 소총 들고 강원도 산골짜기를 헤집고 다닌 경험밖에 없는 탓으로 각개전투는 알지만 국방은 잘 모른다.
여성 지도자가 전쟁을 승리로 이끈 외국 사례를 굳이 거론하지 않겠다. 한 나라를 이끌 수 있는 철학과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대통령도 될 수 있고 총리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장상씨가 이 어려운 시기에 총리직을 훌륭하게 수행할 만큼 훌륭한 철학과 리더십을 가졌다고 보는 건 아니다. 김활란상을 제정하려 한 대학 총장 시절의 처신은 그의 역사관을 의심하게 한다. 내각을 실질적으로 지휘하기보다는 겉치레 행사에 끌려 다니는 ‘의전 총리’에 머물 가능성이 농후하다.
장상씨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의 철학과 리더십을 문제삼아야 한다. 여자라는 이유를 들어 시비를 거는 건 졸렬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누가 대통령이나 총리 자리를 맡든 국방을 혼자 하지는 않는다. 관련부처 장관을 포함한 국군 수뇌부와 함께 한다. 그 자리에 여자가 있다고 해서 무슨 특별한 문제가 있을 것인가.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회창 후보의 ‘사람 보는 눈’이다. 김무성 의원은 공용 주파수 통신사업자 선정 비리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는 등 부패전력이 있다. 4월 임시국회에서는 모성보호법 시행 연기를 주도함으로써 자민련 조희욱 의원과 함께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의 의정활동 걸림돌 의원으로 선정된 일도 있다. 이회창 후보에게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11명의 여성 지도자 열전을 읽어 볼 것을 권한다. 그걸 제대로 읽으면 김무성 의원 같이 대책 없는 마초(남성 우월주의자)를 중용하는 일 만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시사평론가/warum@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2년 07월 16일 19: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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