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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노무현의 절망과 희망(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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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노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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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7-15 02:47:07 from 211.220 조회수 39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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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석 [du0280@kmib.co.kr]
http:du0280@kmib.co.kr
노풍이 워낙 거세게 불었던 만큼, 그의 추락원인에 대해서도 4천만 국민이 모두 각자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해석은 가능할 것이다. 다양한 해석들은 모두 일면의 진실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원인의 바탕이 되고 있는 심리적인 기저에는 바로 이와 같은 대통령을 향한 자신도 모르는 의식적 몸짓이 아니었는가 생각하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진전시켜 보자. 그 같은 욕심(?)은 어떤 모습을 나타냈는가. 당연히 원칙보다는 여론에 보다 우선하는 행태를 보였다. 김영삼 전대통령을 찾아간 것이 3김 정치의 부활이 아니라 민주화세력의 정통성 회복이란 차원이었다면, 일시적으로 여론이 나쁘더라도 자신의 진정한 뜻을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지, 김전대통령을 찾아간 것이 결과적으로 실수였다는 식의 말은 말아야 했을 것이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부정적인 유산은 극복하겠지만, 긍정적인 업적까지 부정 않겠다고 했으면 아무리 여론이 나쁘더라도 그런 신념은 유지했어야 하는데도 시간이 지나서야 차별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자신의 진심이야 어떻든 간에 그런 식으로 왔다갔다하는 모습으로 비친 데는 그에게 적대적인 언론의 존재가 단단히 한몫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눈에 불을 키고, 뭐 걸리는 것 없냐며 지켜보고 있는 판에 이 같은 갈팡질팡은 얼마나 씹기 좋은 소재였을까. 사사건건 딴지를 거는 일들이 늘어나자 국민들의 시각도 바뀌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정말로 노무현씨는 왔다갔다하는 인물인가? 과연 대통령으로서 믿을 수 있는 인물인가? 그런 의문은 충분히 들 수 있다는 얘기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김대중 대통령도 대통령 되기 전에 "믿을 수 없는 인물" "사상에 의심이 가는 인물"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인물"이란 세간의 악평에 시달려왔으며, 그것은 거의 전적으로 김대통령에 적대적인 언론들이 만들어낸 여론조작의 결과였던 것은 이미 증명되고 있는 바이다.
물론 인간은 약한 존재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다른 사람이 꼬집으려 맘먹고 찍어내기 시작하면, 무수한 약점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일이다.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씨라서 믿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말도 바꾸는 것이며, 나쁜 시각으로 보기 시작하면 믿을 수 없는 인물로 돼버리는 것이다. 요 몇 달 사이에 노무현씨가 무슨 카멜레온 계열도 아니고 갑자기 믿을 수 있는 인물에서 믿을 수 없는 인물로 사람 자체가 바뀌었을까. 결국 국민의 인식이 바뀐 것이고, 거기에는 여러 가지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노무현씨 자신이 최소한 빌미를 제공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씨에게 희망은 없는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상대방인 이회창씨의 지지도가 과거 노풍이 불었을 당시 노무현씨가 얻었던 50%를 훨씬 상회하는 지지도에는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근거다. 말하자면 이회창씨의 인기 회복은 스스로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노풍의 추락에 대한 반대급부적 성격이 강했다는 얘기다. 반면 노풍은 스스로의 추진력으로 지지도 급상승을 가져왔었다.
두 번째는 최근의 상황은 그야말로 노무현씨에게는 볼장 다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극도로 악화된 상황인데도 아직도 지지율은 30%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중앙일보의 13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회창-노무현씨 순으로 47.1%-38.1%란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가 끝없는 추락이었다면 앞으로는 상승 가능성이 더 많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한매일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직도 부동층이 50% 이상 된다고 한다. 노풍에 따라 노무현씨를 지지했던 계층들 가운데 상당수가 유보적인 태도로 전환했다고 하는 얘기도 이런 조사를 볼 때 정당한 분석이다. 유보층은 말하자면 그래도 이회창씨를 지지하기에는 아직 특별한 이유를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봐야 한다. 이회창씨 지지층을 자신의 것으로 끌어들이기야 어차피 어렵겠지만, 태도 유보층을 끌어들이기는 상대적으로 쉽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요 몇 달전 이회창씨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었을 때 필자는 이회창씨가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몇 편의 글을 올린 바 있다. 이제 노무현씨가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글을 쓰면서 세태의 변화가 무상함을 새삼 느끼고 있다. 그때도 그러했지만, 구체적인 전략전술은 노무현씨 자신과 주변의 참모들 몫이므로 생략하기로 하고 원론적인 면에서 몇 가지 언급할까 한다.
우선 노무현씨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심부터 버려야 한다. 새로운 정치의 패러다임을 우리 정치풍토에 심어놓겠다는데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려면 원칙과 소신에 어긋나는 것도 타협해야 하고, 때로는 굴복해야 하지만, 일단 그러한 타협과 굴복을 통해서 대통령이 될 바에는 차라리 대통령이 안되고 말겠다는 생각, 자신이 노풍을 불러일으켰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노풍이 한창 불었을 때 필자는 이렇게 그를 평가했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신의 정치를 펼쳐온 결과 어느 날 바뀐 정치풍토와 패러다임이 그를 그러한 변화에 걸맞은 정치인으로 선택했던 것이라고.
정치적 사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힐 때도 변화의 주역이자 자신의 주요 정치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20대와 30대 연령층, 그리고 열린 사고의 40대, 50대 연령층이 바라는 정치변혁의 열망과 자신의 소신에 따라야지, 단기적인 전략적 사고로 계속한다면 그에 대한 신뢰와 지지는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
일례를 들자면 노무현씨가 8-8 재보선이 끝나면 기득권 무의 상태에서 재경선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몽준씨든 박근혜씨든, 요즘 관심을 모으는 이한동씨든 모두 정정당당하게 경선의 장으로 불러들여, 기득권 없이 싸우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약속이 상황논리에 따라 다시 무산된다면 정말 국민들은 그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접을 수도 있다.
그동안 노무현씨가 민주당후보로 만들어놓은 기득권이라는 것도 필자가 보기에는 별볼일 없는 듯 하지만, 이들이 노무현씨의 기득권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면, 진정으로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원점에서 그들과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통과의례로서가 아니라, 아무런 전제 없이 정당한 대결을 펼쳐, 그들 중에 누군가가 승리한다면, 승리자의 선대본부장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그러한 마음가짐을 그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재경선이 불발된다 하더라도,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시작하겠다는 자신의 진심이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몽준 박근혜 이한동씨를 모두 끌어들여, 어느 누구도 불리하지도 유리하지도 않은 공평한 상황에서 다시 재경선이 된다면, 민주당을 외면하는 민심을 다시 되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원칙에 맞는 정치행보를 보이고, 그것이 자신의 진면목임을 증명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한 증명에 실패한다면, 노풍은 그야말로 3개월 짜리 백일몽에 지나지 않다는 점이 입증될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예견한다면,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노무현씨의 지지율은 이회창씨와 근접한 상태에서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과거처럼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기에는 그동안 노무현씨가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 많은 것인지도 모른다. 잘 나갈 때 초심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것. 정치에서는 그것이 영원한 목표이면서도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목표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불완전하며, 상대방에 호의를 가지기 보다 적의를 가져야만 살아남은 현대판 정글에 살고 있기 때문인지, 솔직히 필자는 잘 모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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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필자의 사견(私見)이오니,이 점 양지하시고 읽어주시되 특히 오프라인 국민일보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 개인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란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 본문은 서영석기자의 노변정담(爐邊情談)에서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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