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의원이 공화국의 대통령을?
정몽준 의원, 정말 부러운 사람이다. 현대그룹을 일궈 한국 산업화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막내아들로, 현대가의 아들들 중에서 출중한 외모를 겸비하고 있으며, 서울대 상대를 졸업 후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수재다. 그는 국회 다선 의원이며, 고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상속한 현대중공업의 오너이다. 현대중공업은 수송 분야 세계 최대기업으로 한 때 한국에서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낸 기업이다. 정몽준 의원, 참으로 부럽다. 그에게도 부러움의 대상이 있을까? 내가 만약 골라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는 정몽준 의원으로 태어나고 싶다.
정몽준 의원이 대한민국에 기여한 바도 크다. 한국을 세계에 널리 알린 88올림픽 개최도시 선정시에 아버지를 수행하여 큰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 끝난 월드컵을 한국이 일본과 공동으로 유치한 것도 그의 공이 크다. 정몽준 의원은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여, 한국팀이 월드컵에서 4위에 오르는 기적을 이루는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분야를 따지지 않고 대한민국에 기여한 공을 따진다면, 정몽준 의원은 4위 안에 오를지도 모른다.
한국팀이 월드컵에서 4위에 오르는 기적을 이루면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빨강 물결의 축제를 경험했고, 그 환희의 여파로 정몽준 의원의 대선 출마도 거론되고 있다. 정몽준 의원이 대통령 출마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한국 시민사회의 정치적으로 빈약한 논리를 드러내는 것이다. 언론이 정몽준 의원의 지지율이 노무현 후보를 추월했다는 보도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소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축구선수 김남일의 대선 경쟁력을 보도하지 않는 것을 다행으려 여겨야 하나?
정몽준 의원이 한국의 대통령으로 부적합한 이유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만 읽으면 자명해진다. 정몽준 의원은 현대 그룹의 황태자였기 때문에 공화국 국민으로 생활한 적이 없다. 그는 공화국 국민들의 생활을 모른다. 국민들의 생활을 짐작만 할 뿐, 그는 아파트 전세값 폭등이 왜 사회문제가 되는지 그가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 조차도 의심스럽다. 그가 국회의원에 여러 차례 당선된 것도 그가 이룬 것이 아니다. 정확하게는 아들 중에서 막내만은 정치인으로 입신시키려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배려가 그를 오늘날의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다. 울산이라는 현대왕국에서 황태자를 그 대표로 삼는 것은 서울 시민인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현대왕국의 황태자가 공화국 대한민국의 대통령 직무를 맡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한다.
정몽준 의원은 깨끗하다고 한다. 금전적인 면에서 그는 뇌물이 통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일 것이다. 그는 항상 필요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갖고 있는 세상에서 몇 안되는 사람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즉, 정몽준 의원이 부패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 부패의 유혹을 극복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유혹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는 시험을 치른 적이 없어서 낙제 경험이 없는 학생과 유사하다.
정치적인 면에 있어서도 똑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정치적인 면에서도 그는 시험을 한 번도 치른 적이 없어서 낙제한 경험이 전무한 학생과 같다. 정몽준 의원이 한국의 정치에 개입한 사례가 있었던가? 그는 항상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의도적으로 떠나 있었고,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정몽준 의원은 정치적 오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정몽준 의원이 정치적 견해를 표명한 적이 있었던가? 그가 한국 사회의 문제 해결에 개입하여 해결을 한 적이 있었던가. 그는 다선 의원이기는 하지만, 정치신인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정몽준 의원은 정치적 능력을 검증받을 기회가 전혀 없었다는 뜻이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현대 왕국의 황태자가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한국의 대통령은, 복잡하기 이를데 없는 수 많은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풀기 어려운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인, 국정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자리다. 그런 직무를, 현실과 유리되어 있던 현대왕국의 황태자가 맡는다는 것은 너무도 불안한 일이다. 다선 국회의원이기는 하지만, 정몽준 의원이 대한민국에 기여한 것은 정치가 아니라 스포츠 분야였다. 정몽준 의원은 자신이 원해서 그렇게 해 왔듯이, 앞으로도 자신의 전문분야에 매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정몽준 의원이 전분분약를 바꿔 대통령이 되고 싶은 뜻이 있다면, 지저분한 한국정치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자신의 정치적 능력을 상당기간 검증받아야 할 것이다. 현대왕국의 황태자 정몽준 의원이 낙제를 무릅쓰고 시험을 치를 의사가 있을까? 나는 그것조차도 의심스럽다.
도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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